이병진의 생각하는 골프

골프 18홀 최저타 공식 기록은 59타다. 골프가 생긴 이래 스코어 58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장타자인 골퍼가 챔피언 티가 아닌 레귤러 티 등 짧은 코스에서 내지르면 파5 홀에서 알바트로스 등을 할 수도 있다. 파 3홀에서도 “홀인원을 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안 해 봤다면 거짓말이다. 골프는 ‘기대’다. 많은 골프 매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거다.

골프가 생긴 이래 장비와 인간의 테크닉이 전부 동원되더라도 한 라운드(18홀)에서 스코어 58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정설이다. 해당 코스가 파72든, 파70, 또는 71이든 어느 코스에나 적용되는 수치다. 공식 대회에서 파70 코스라고 2타가 더 줄어드는 경우는 별로 없다. 파72에 비해 2타는 더 나올 정도로 어렵기 때문에 그게 그거다.

골프 18홀 최저타 공식 기록은 59타다. 알 가이버거(1977년 멤피스 오픈)와 칩 벡(1991년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 데이비드 듀발(1999년 봅 호프 클래식), 폴 고이도스(이상 미국ㆍ2010년 존 디어 클래식), 스튜어트 애플비(호주ㆍ2010년 그린브라이어 오픈), 짐 퓨릭(미국ㆍ2013년 BMW챔피언십) 등이 PGA 투어에서 한 번씩 여섯 차례 기록했다. 챔피언스 투어에서는 케빈 서덜랜드(미국)가 지난 8월, LPGA 투어에서는 애니카 소렘스탐(스웨덴)이 2001년 유일하게 ‘59 클럽’에 가입했다. 그런데 최근 한 라운드 58타가 진짜로 나왔다.

▲ 비공인 18홀 라운드 최저타는 38언더파 34타로 알려져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운 기록이다. 김 위원장은 이로인해 골프에 나쁜 이미지를 심어준 사람 10명에 선정됐다. [사진=뉴시스]
11월 19일 스페인 카탈루냐 리조트 투어코스(파70ㆍ6610야드)에서 벌어진 유럽프로골프협회(EPGA) 주최 내년도 EPGA 투어 시드전인 유러피언 Q스쿨 4라운드에서 미국의 존 한의 기록이 58이었다. 존은 이날 노보기에 버디만 12개를 낚았다. 미국 오하이오 태생의 25살 존은 10번홀(파4)에서 출발해 5연속 버디, 17~18번 홀에서 다시 연속버디를 보탰다. 후반 역시 5개의 버디를 쉴 새 없이 낚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기록은 비공인 기록으로 판정되고 말았다.

당시 짓궂은 날씨로 페어웨이가 젖어 있었다. 따라서 박히거나 잠긴 볼을 집어 올려 6인치, 또는 물이 없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로컬룰(preferred lies)을 적용했다. 자연의 있는 그대로(As It Lies)의 골프 개념에는 맞지 않는다는 이유다. EPGA 측은 “(비공인이라도)안 좋은 환경에서 이같은 스코어는 화창한 상황 때도 나오지 않은 믿을 수 없는 기록”이라고 칭찬했다. 비공인, 또는 비공식 라운드에서 58타나 그 이하의 스코어는 국내외에서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관중 경기위원 등이 없이 친선 라운드에서 기록한 것이어서 신뢰할 만한 것이 못된다.

비공인에 가까운, “많은 증인까지 있다”고 주장하는 라운드에서의 18홀 라운드 최저타는 38언더파 34타로 알려지고 있다. 1994년 평양 골프장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세운 기록이다. 처음엔 알려지지 않았으나 호주 파이낸셜 리뷰지 기자가 평양 골프장 및 김정일 신상에 관한 공식 인터뷰에서 북한 관계자가 증언했다. 파이낸셜 리뷰는 이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게재해 세계적인 화제가 됐었다. 김정일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골프 라운드를 했는데 파3의 4개 홀은 물론 파4의 10개 홀 가운데 7개 홀 등 모두 11개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가장 나쁜 홀의 스코어가 버디였다고 관계자는 전했다고 한다. 결국 지난해 미국 골프 매체 골프닷컴은 ‘골프에 나쁜 이미지를 심어준 사람 10명’ 가운데 김정일을 선정하기도 했다.

버바 왓슨처럼 맘먹고 때리면 370야드 이상이 날아가는 골퍼가 챔피언 티가 아닌 레귤러 티 등 짧은 코스에서 내지르면 파5 홀 전부에서 알바트로스 등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점수를 모두 합하면 한 라운드 38언더파를 기록할 수 있다는 수치는 확률적으로 ‘0’은 아니다. 파5 홀에서 세컨드 샷이 단 200야드 정도 남았고 그린 앞에 장애물도 없을 때 100%에 가까운 골퍼들은 “잘 치면 이글은 물론 알바트로스가 될지도 모른다”고 기대한다. 역시 백 수십 야드의 파 3홀에서도 “홀인원을 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안 해 봤다면 거짓말이다. 골프는 ‘기대’다. 많은 골프 매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거다.
이병진 더스쿠프 고문 bjlee284120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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