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등록기준을 갖추지 못한 건설업자가 공사를 하겠다고 의욕을 부리곤 한다. 이들은 건설업 등록을 한 건설업자의 면허를 빌려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진행한다. 문제는 여기저기 부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누구의 책임일까.

▲ 214명의 사상자를 낸 마우나리조트 붕괴 참사. 건설업등록증 대여로 인한 불법건축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사진=뉴시스]

A씨는 오랫동안 유치원을 경영해 왔다. 그 과정에서 유치원을 새로 짓고 싶어하는 원장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문득 유치원 건설만을 전문으로 해도 수입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A씨에게는 건설업 자격이 없었다. 그래서 B건설사의 면허를 빌려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건설업이 2년째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전문지식이 없다 보니 여기저기 부실이 발생하고 공사비 다툼도 생겼다. 원장들은 면허를 빌려준 B사를 상대로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건물이 잘못 지어질 경우에는 귀한 생명과 재산을 잃게 된다. 이렇듯 건설은 많은 사람의 생명과 재산에 직결된다. 아무에게나 건설업을 허락할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업을 영위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일정한 등록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등록기준을 갖추지 못한 건설업자가 공사를 하겠다고 의욕을 부리곤 한다. 이들은 건설업 등록을 한 건설업자의 면허를 빌려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건설업자의 건설업등록증의 대여는 금지돼 있고 형사적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문제는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도급계약이 무효가 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면허를 빌린 자와 빌려준 자 중 누가 계약의 당사자냐가 논란의 대상이 된다. 일반적으로 계약의 당사자를 정할 때 대법원은 일관된 의견을 제시한다.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일치한 의사대로 행위자 또는 명의인을 계약의 당사자로 확정해야 한다.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계약의 성질ㆍ내용ㆍ목적ㆍ체결 경위 등 그 계약 체결 전후의 구체적인 사정을 토대로 누구를 계약의 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에 따라 당사자를 결정해야 한다.” 당사자의 의사가 다른 경우엔 법원이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해 계약의 당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면허를 빌려준 건설업자를 진정한 건설업자로 오인하고 도급계약을 체결했다면 건축주가 보호받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있다.
 

 

이와 관련해 상법 제24조는 명의대여자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명의대여자란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 또는 상호를 사용해 영업할 것을 허락한 자를 말한다. 그는 자기를 영업주로 오인해 거래한 제3자에게 타인과 연대해 변제할 책임이 있다. 명의대여자를 진실한 상대방으로 오인하고 그 신용ㆍ명의 등을 신뢰한 제3자는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면허를 빌려준 건설업자는 상법 제24조 소정의 명의대여자에 해당하므로 실제 공사를 한 자와 연대해 계약상의 책임을 부담한다.

다만 건축주가 실제 건축을 한 건설업자가 다른 업체의 면허를 빌렸다는 사실을 안 경우나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명의대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B사는 면허를 A씨에게 빌려준 명의대여자다. 유치원 원장들이 A씨가 B사의 면허를 빌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B사는 명의대여자로서 A씨와 연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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