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보 인수승인 왜 미뤄지나

▲ 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의 불안정한 지배구조를 이유로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을 유보하고 있다.[사진=LIG손해보험 노동조합 제공]

“LIG손보 인수를 침체된 그룹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희망의 메시지다.” 6월 12일 임영록 KB금융지주 당시 회장은 LIG손보 M&A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6개월. 임영록 회장은 떠났고, LIG손보의 인수는 지지부진하다. 금융당국이 승인을 미루고 있어서다. KB 신임회장으로서 이 기회에 이사진을 교체할 수 있어, 적극적일 이유가 없다. 불똥은 ‘LIG 손보’로 튀고 있다.

KB금융지주의 LIG손해보험 인수가 차질을 빚고 있다. 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의 인수 승인을 미루고 있어서다. 표면적인 이유는 KB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문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사회와 최고경영자 등이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다”며 “지배구조와 회장 선임을 비롯한 앞으로의 경영 계획 등을 보고 (LIG손보 인수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KB금융지주의 지배구조가 정상화 되고 있고 있지만 여전히 승인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KB금융지주는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내부 출신인 윤종규 회장에게 키를 맡겼다. 국민은행과 금융지주의 갈등을 막을 목적으로 은행장 겸임이란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11월 20일에는 이경재 이사회 의장이 사임을 결정하는 등 금융당국이 원하는 명분을 맞추기 위한 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입장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신 위원장은 11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KB의 LIG손보 인수 승인건은 법과 규정에 따라 경영관리능력을 검토해본 후 판단을 해야 한다”며 “최근까지 이뤄진 KB의 지배구조나 내부통제를 보면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KB의 LIG손보 인수 승인을 지연하는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사실상 KB사태에 책임이 있는 모든 사외이사의 사퇴를 밀어붙이기 위해 LIG손보를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거다. 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KB금융지주 신임 회장선출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밀었던 인사가 선출되지 않아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것. 내부출신 회장의 선출로 당국의 입김이 약해질 것을 우려해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지주 회장 선출 직전까지 금융당국이 강력하게 밀었던 인사가 회장에 선출될 것이란 소문이 돌았던 건 사실”이라며 “KB금융지주 사외이사 가운데 몇몇 인사의 강력한 요청으로 윤 회장이 선출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LIG손보 인수를 빌미로 금융당국이 보복성 조치에 나서고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며 “명확한 기준 없는 지배구조 핑계로 사외이사 퇴진 압박하고 LIG손보 인수 승인을 지연하는 것은 다른 형태의 ‘관치금융’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 가운데 5명이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사외이사를 몰아내기 위해 무리하게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백기 든 사외이사진

최근 금융감독원은 KB금융의 LIG손보 인수와 관련한 부분 검사에 나섰다. 금감원은 이를 통해 경영 관리 능력과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인수계획서를 바탕으로 경영건전성과 경영상태 등 인수에 관한 전반적인 타당성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외이사진을 타깃으로 압박을 가하기 위한 수단이란 논란이 있었다. 실제로 압박은 성공했다. KB금융지주 이사회진이 ‘백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지난 4일 간담회를 열고 금융위원회의 승인 보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LIG손보 인수 건을 논의하고 사외이사직을 연임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KB금융지주 사외이사진의 결정이 12월말 결정될 금융당국의 LIG손보 인수 승인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KB금융지주가 LIG손보 인수 승인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윤 회장이 취임식을 통해 인수를 계약 연장을 포함한 노력을 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사외이사진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적극적인 인수의지를 밝히고 있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사외이사진이 연임을 포기하는 등 금융당국의 요구가 이행되고 있다.”며 “이제 지배구조를 문제로 인수 승인을 거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의 LIG손보 인수 승인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LIG손보가 될 공산이 크다. 금융당국은 승인 결정을 해도 KB금융지주에 감독기관의 ‘매운맛’을 보여줬다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 KB금융지주의 입장에서는 승인 결정을 얻는 게 가장 큰 소득이 될 것이다. 그동안 비금융부문 강화를 위한 노력의 결실을 드디어 거둘 수 있어서다. 또한 승인이 되지 않더라도 크게 손해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사외이사진의 개혁이 필요했던 윤 회장의 입장에선 금융당국의 도움을 받은 형국이 됐다. 윤 회장은 11월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외이사들에 대해 답변을 드리긴 곤란하다”고 밝혔다.

또한 LIG손보와의 계약 연장 등 이후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KB금융지주는 LIG손보와의 계약에서 인수기간이 10월 28일 이후로 지연될 경우 하루 1억1000만원에 달하는 계약지연금을 매매대금 조정을 통해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 불가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원인이라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사외이사 연임 포기 등 KB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인수 승인을 위한 모든 노력을 했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M&A업계 관계자는 “KB금융지주가 LIG손보 인수 승인에 필요한 노력을 다 했다고 판단될 경우 인수 지연의 책임을 KB금융지주에 돌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인수비용이 장부가에 비해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여론도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LIG손보는 인수 지연에 따른 손해를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인수 주체에 해당하지 않아 적극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게다가 LIG손보의 미국법인 손실액이 예상보다 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KB금융지주에게 받을 인수대금이 줄어들 수도 있는 처지에 놓였다.

고용불안, 사업차질 LIG손보만 손해

KB금융지주는 11월 중순 인수 추진단 직원과 보험 계리사 등 담당자들을 LIG손보 미국 현지 법인에 보내 재실사를 벌이고 있다. LIG손보 미국 법인 손실액이 1000억원을 넘으면 인수 금액을 조정한다는 내용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매각이라는 불확실한 상황이 길어지면서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LIG손해보험 관계자는 “보통 2개월이 걸리는 인수 승인 결정이 4개월을 넘어가면서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융위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LIG손보 노동조합은 10월 29일부터 금융위 앞에서 인수승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LIG손보 노조는 “금융위의 인수 지연으로 고객 불안이 발생하고 있으며 임직원 역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2015년 새로운 회계연도를 대비한 홍보물ㆍ광고 등 각종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회사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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