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락기 2단계 투자전략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단기적으론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그렇지 않다. 에너지 가격하락으로 소비여력과 실질구매력이 증가할 수 있어서다. 이런 맥락에서 투자 전문가들은 ‘2단계 투자법’을 제시한다. 먼저 ITㆍ자동차 업종에 투자하고, 유가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화학ㆍ철강 등 수출중간재 업종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유가 급락의 영향과 투자전략을 살펴봤다.

▲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경제와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1월 27일 열린 회의에서 원유 생산량 감소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유가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유가는 회의 이후 이틀 동안 10%가 넘는 급락세를 보였다. 다행히 경기가 아닌 공급이슈라는 점에서 글로벌 경기나 증시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진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단기적 부담은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위험자산 투자심리의 위축 가능성이다. 지난 10년 동안 원유는 글로벌 고성장과 유동성 팽창을 의미하는 대표적인 자산이었다. 국제 유가가 글로벌 리스크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실제로 유가하락기를 살펴보면 달러 강세, 신흥국 위기, 글로벌 자산버블 붕괴 등 금융 리스크가 증가했던 때와 일치한다.

둘째, 투자심리 위축은 수급상황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미국 하이일드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와 국제유가 사이의 상관관계는 0.84에 달한다. 또한 하이일드 채권 내 에너지 기업의 비중은 올해 들어 15.4%까지 급증했다. 이는 셰일 에너지 개발을 위한 자금조달에 하이일드 채권이 이용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의 급락은 하이일드 채권 매도에 따른 수급변동성 확대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셋째, 투자심리와 수급적 부담이 시장 전반에 확산되지 않더라도 업종별 차별화로 인해 국내증시의 상승탄력이 제한될 공산이 크다. 11월 마지막주 코스피지수는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상승세에도 하락 마감했다. 조선ㆍ건설ㆍ에너지화학 등 유가하락의 피해가 예상되는 종목들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유가하락이 투자심리 위축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와 수급부담 확대로 이어지고 이런 영향이 유가 급락 피해주의 하락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은 경기부진과 수요부진이란 요인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중장기적인 면에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요인이 많아서다. 무엇보다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소비여력 확대와 실질 구매력 증가가 기대된다. 에너지 관련 지출 부담이 줄어들면 소비심리는 개선될 것이다. 임금상승률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의 유가하락은 실질 소득 개선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유가하락, 중장기적으론 호재

특히 에너지는 필수 소비 항목에 해당돼 에너지 비용이 줄어들 경우 다른 소비가 늘어날 공산이 크다. 유가하락으로 생산원가 절감도 가능할 전망이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입장에선 유가하락이 긍정적 요소가 될 것이다. 원유가 국내 전체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다. 납사를 비롯한 화학까지 포함하면 전체 수입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 하락으로 순상품 교역조건이 개선되고 수출 채산성이 개선되는 선순환 흐름이 나타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비용감소 요인이 부각될 수 있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중화학공업, 유가에 따라 소비가 민감한 자동차 업종, 운송업체 등이 수혜를 기대할 만한 업종이라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양적완화 정책에 나서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 정책선택의 폭이 확대될 수 있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는 만큼 경기부양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어 양적완화와 경기부양책을 더욱 강화해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ㆍ일본에 이어 중국도 본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각국 중앙은행의 행보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제유가 급락이 단기적으로는 부담요인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특히 한국경제에 우호적이다.
▲ 유가 하락에 따른 실질 소득 개선 효과로 소비심리가 개선돼 소비여력과 구매력이 확대될 전망이다.[사진=뉴시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최고경영자(CEO) 협의회 연례회의에서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에너지를 생산하는 나라는 손해를 보지만 세계 경제 성장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유가가 30% 하락할 경우 대부분의 선진국 경제는 0.8% 더 성장 가능하며 내년 미국 경제는 낮은 유가에 힘입어 3.5%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의 급락에도 코스피지수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업종별로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틸리티ㆍ운송을 비롯한 업종은 상승세를 띠었다. 대부분 유가하락 수혜업종이다. 반면 에너지ㆍ화학 등 유가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기업의 실적 전망치다. 연초 이후 유틸리티와 운송 업종의 12개월 예상 영업이익은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ㆍ화학ㆍ조선 업종의 예상 영업이익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했다. 유가 하락과 함께 경제 기초 여건에서도 유틸리티ㆍ운송 업종이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유가의 추세적인 상승세가 단기간에 나타나기 어렵다는 점에서 유가 하락의 수혜를 받는 유틸리티ㆍ운송 업종에 긍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ITㆍ자동차ㆍ유틸리티 업종이 긍정적

유가 급락의 수혜를 두단계로 나눠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유가 급락 초기에는 자동차ㆍIT 등 소비재가 수혜를 볼 공산이 크다. 이런 패턴은 유가가 80달러 밑으로 떨어진 11월 이후 미국과 유럽의 업종별 수익률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도 초기 국면에서는 IT와 자동차에 초점을 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다 유가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화학ㆍ철강 등 수출중간재로 업종으로 확산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게 좋다. 유가 하락이 산유국이 주요 시장인 건설ㆍ조선업이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건설ㆍ조선업에도 관심이 필요하다. 원재료의 상당 부분이 유가와 연관이 있는 건자재 부문은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도료의 주요 원재료는 안료ㆍ수지ㆍ용제 등으로 원가의 60%가 유가에 연동돼 큰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2016년까지 건자재 부문의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리모델링 수요 증가의 영향으로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시장이 확대되고 규제강화에 따른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고 있어서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업체를 선택할 때는 매출보다 수익성을 살펴봐야 한다”며 “대형사로 점유율이 높거나 독과점적 핵심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 B2C 기반과 유통망 투자가 잘 된 업체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리 |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도움말 |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kmlee@daishin.com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