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신의 CEO story

잘 쉬는 것도 능력이다. 특히 일하는 도중에 ‘짬을 내’ 휴休테크를 즐기는 경영자야말로 진정한 능력자다. 최근 CEO들이 달라지고 있다. 음악회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는가 하면 주말에는 산행을 즐긴다.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일을 즐기면서 짬짬이 휴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휴테크가 성과를 가르는 시대가 됐다.

▲ 잘 노는 사람들이 일도 잘 한다.[사진=뉴시스]

최근 독일 방송교향악단의 내한 공연에 다녀왔다. 정교한 앙상블과 잘 다듬어진 음색으로 청중에게 뜨거운 감동을 주는 공연이었다. 사실 연주보다 공연을 이끈 마리스 얀손스라는 지휘자에게 더 관심이 갔다. 그에게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1996년 오페라 ‘라 보엠’을 지휘하던 중 심장 발작(끝나기 7분 전)으로 쓰러졌다가 재기에 성공했다. ‘지휘계의 강철 멘털’을 보기 위해서였던지 연주회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대성황을 이뤘다.

인터미션(공연 중간에 갖는 휴식시간) 때 주위를 둘러보니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각 기업의 임원과 오너 경영자들이 눈에 띄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하루가 48시간이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사람들일 텐데 어떻게 음악회에 왔을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니 “좋아하는 공연관람이 최고의 휴식입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들은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해 양질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요즘 CEO 모임에선 동양철학ㆍ음악ㆍ미술ㆍ와인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가 화두로 떠오른다.

경영학 일색이던 기존 모임과는 색깔이 다르다.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높이려는 시도로 보인다. 다국적 기업의 CEO로 이름을 날리던 J사장은 주말을 이용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친구와 둘이서 백두대간을 완주하는 산행을 즐겼다. 체력과 정신 건강을 위해서다. 그는 다양하고 기이한 형태의 곡선미를 갖춘 소나무, 바위 밑에서 뚫고 나오는 야생화, 한겨울 추위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꽃송이의 생명력을 보면서 ‘자연은 이렇게 위대한데 나는 회사에서 지나치게 작은 일들에 전전긍긍하고 있구나’라는 깨달음과 동시에 위로를 얻곤 했다.

자연을 통해 복잡한 머리를 비우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던 J사장은 퇴직 후 ‘갤러리형 정원 조경사업가’로 변신에 성공했다. 그는 소나무ㆍ꽃ㆍ바위를 비롯한 자연적인 것, 조명ㆍ벤치 등 인공적인 것이 어우러진 예술 정원을 창작해 가족이 행복을 느끼는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J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든지 퇴직 후 인생 2막에 대한 불안감이 있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의 직장 생활과 산행의 적절한 균형을 꾀했던 게 스스로에게 용기를 북돋아 준 것 같습니다.”

평상시 잘 쉬는 습관이 인생의 진로까지 바꾼 셈이다. 현직에 있을 때 좋아하는 활동을 통해 휴식을 취하고 퇴직 후 이를 커리어로 발전시킨 훌륭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수면을 통해 육체에 휴식을 부여하듯 머리도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 유독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현대인을 살펴보면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않은 채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늘 불안한 마음을 갖고 살면서 ‘자기 계발할 시간이나 취미를 즐길만한 여유는 사치’라고 말한다.

하지만 적당한 일과 적당히 즐기는 휴식은 건강한 생활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J사장처럼 새로운 커리어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과 휴식은 언제나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는 게 좋다. 사회학자 스탠리 파커는 「휴식과 일(Leisure and Work)」이라는 책을 통해 “일과 휴식은 건강한 개인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몇몇 고객사는 필자에게 때때로 이런 요구를 한다.
 
“우리 회사는 업무강도가 높아 스트레스 내성이 강한 후보를 선호합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제대로 휴식할 줄 알면 업무 효율이 그만큼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들 역시 휴식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잘 쉬기 위한 기술, 나만의 휴테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한해의 마무리를 하는 12월, 일년 동안 자신을 위해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할애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가올 2015년을 위한 ‘나만의 맞춤 휴식 계획’을 잘 세워보길 바란다.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이사 susie@you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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