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재벌가 후손의 자화상

 
1000명 가운데 고작 7.4명…. 험난한 임원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경우의 수’다. 임원으로 가는 길은 그만큼 좁고 가파르다. 그런데 임원 승진이 ‘식은 죽 먹기’ 만큼 쉬운 이들도 있다. 은수저를 깨물고 태어난 그들, 재벌가家 후손들이다. 이들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평균 4.32년에 불과하다. ‘힘 없고 배경 없는’ 직장인의 임원승진 기간(평균 22.1년)보다 5.1배가량 빠르다.

물론 재벌가 후손의 임원승진 기간이 짧을 순 있다. 능력만 있으면 그만이다. 문제는 재벌가 후손의 임원승진 기간이 십중팔구 ‘짧다’는 점이다. 이는 실력보단 ‘가문’이 승진에 영향을 끼쳤음을 의미한다. ‘땅콩 리턴’으로 국제적 망신살이 뻗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도 그런 케이스다. 하지만 어디 조 전 부사장뿐이랴. 재벌 3~4세의 능력과 인격을 두고 뒷말이 양산된 사례는 수없이 많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는 2006년 6월 “내 재산의 85% (440억 달러ㆍ약 48조원)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더 흥미로운 건 버핏 세 자녀의 반응이었다. 이들은 미 NBC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가 우리에게 엄청난 재산을 물려준다면 그것처럼 정신 나간 행동은 없을 것이다.” 재벌가, ‘자칭’ 고귀한 그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기업의 꽃’ 임원직職은 아무나 오를 수 있는 하찮은 자리가 아니다. 물보다 진한 핏줄은 필요 없다.
김정덕ㆍ박용선ㆍ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ju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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