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증가에도 공급량 의도적으로 안 늘려

허니버터칩을 들어봤는가. 새로 출시된 감자칩인데, 인기가 신드롬 수준이다. 이유는 신선함에 있다. 기존 감자칩과 달리 맛이 부드럽고 달콤하다. SNS를 통한 입소문도 인기에 한몫했다. 그런데 이 정도로 ‘허니버터칩 신드롬’을 설명하긴 어렵다. 발상의 전환, SNS 등은 ‘뻔한 인기공식’이라서다. 그렇다. 허니버터칩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사실 다른 데 있다. ‘공급량 조절’이다.

▲ 12월 9일 이마트 목동점. 허니버터칩을 사기 위해 매장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12월 9일 오전 9시30분, 이마트 목동점 매장 앞. 오픈 30분 전부터 매장 입구쪽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허니버터칩’을 구매하러 온 이들이다. 이유는 다양했다. 50대 주부 강성미씨는 “추운 날씨에 훈련을 받고 있는 군인 아들에게 보내려고 나왔다”며 “10봉지 정도 구매해야 동료들과 나눠 먹을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옆에 줄서 있던 할머니 김순자씨는 “손주들이 맛있다고 난리치는 통에 나왔다”며 까르르 웃었다. 두 이는 거의 매일 아침 이마트로 출근하다시피 한다고 했다.

이윽고 매장 오픈시간. 흥미롭게도 매장 관계자가 카트를 끌고 매장 입구에 나타났다. 허니버터칩(120g) 제품 10개가 담긴 박스 5개가 카트에 놓여 있었다. 이 관계자는 10시 정각이 되자 ‘배급’이나 하듯 고객 한명당 제품 2개씩을 건넸다. 과자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계산대로 이동하거나 쇼핑을 시작하는 등 재빠르게 제 갈길을 갔다. 줄을 선 이들 중에는 과자를 구입하지 못한 이도 있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하루에 들어오는 양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줄을 서는 사람들에게만 2봉지씩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소과자’ ‘신제품 하나 없다’며 비난 받던 대한민국 과자 업계에 연구대상이 생겼다. 지난 8월 해태제과가 출시한 감자칩 허니버터칩이다. 허니버터칩은 이슈를 뛰어넘어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고차를 사면 허니버터칩을 줍니다’ ‘펜션을 예약하면 허니버터칩 줍니다’ 등 일명 ‘허니버터칩 인질 마케팅’까지 등장했다. 허니버터칩 모르면 간첩이라 소리까지 나온다.  허니버터칩은 지난 8~11월 총 13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달 3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셈이다. 비결이 뭘까.

무엇보다 발상의 전환이 주효했다. 짠맛 일색인 감자칩과 달리 아카시아 꿀을 사용해 단맛을 냈다. 여기에 발효버터인 프랑스산 고메버터를 사용해 고소한 맛을 첨가했다. 언뜻 쉬운 배합 같지만 엄청난 산고産苦가 따랐다. 정명교 해태제과 연구소장은 “허니버터칩의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 일반 버터로 28번이나 배합을 했지만 실패했다”며 “수많은 실패 끝에 프랑스산 발효버터인 고메버터를 배합해 최적의 맛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고소한 맛 내기 위해 산고 겪어

SNS도 인기에 한몫했다. 특히 11월 중순 가수 겸 배우 소이, 가수 강민경 등 연예인이 자신의 SNS에서 허니버터칩을 언급한 게 결정적이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허니버터칩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허니버터칩 신드롬’을 설명하긴 어렵다. 발상의 전환, SNS, 연예인 입소문 등은 ‘뻔한 인기공식’이라서다. 허니버터칩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사실 다른 데 있다. 다름 아닌 ‘공급량 조절’이다.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끌어 수요가 크게 늘어났음에도 공급량을 무리하게 늘리지 않았다.  그러자 허니버터칩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솟구쳤다. 온라인에서 웃돈을 얹어 판매되는 일까지 생겼다. 12월 8일 중고나라에 올라온 실제 글이다. “60g 5봉지 있습니다. 대구 황금동 직거래만이요. 봉지당 1만원입니다.” 한 소비자는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막상 편의점 등에 가면 제품이 없더라”며 “그래서인지 꼭 먹어야겠다는 묘한 심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해태제과는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는 것 이외에 생산을 늘릴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제품이 잘 팔린다고 해서 공급량을 곧바로 늘릴 수는 없다”며 “앞으로도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앞으로 허니버터칩의 몸값이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허니버터칩이 이례적인 인기를 끄는 결정적인 이유는 독특한 맛도 있지만 공급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음식점에 어떻게든 들어가보고 싶은 것과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허니버터칩의 인기는 지속될 수 있을까. 업계 한 관계자는 “허니버터칩이 성공을 거뒀다고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하얀국물라면처럼 갑자기 인기를 끌면 인기가 식는 속도 또한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없어서 못 먹는다’고 하면 더 먹고 싶어하는 게 사람심리”라며 “원하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정상적인 시장에서 이 제품이 인기를 계속 끌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해태제과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감자칩 시장의 중심이 허니버터칩을 중심으로 한 ‘단맛제품’으로 바뀔 거라는 자신감에서다.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다. 2012년 꼬꼬면의 인기를 맛본 한국야쿠르트는 라면사업부를 계열사인 팔도로 분사하고, 전남 나주에 500억원을 투자해 라면공장을 추가로 지었다. 하지만 꼬꼬면 열풍은 1년여 만에 사그라졌다. 하얀국물라면이 전통의 ‘빨간국물라면’의 벽에 막혀 더 이상의 전진을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는 ‘시장의 판’을 바꾸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허니버터칩이 반짝 인기에 그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허니버터칩이 인기다. 최근 몇몇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는 허니버터칩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써 붙이고 있다.[사진=뉴시스]
반짝 인기에 그칠 우려 만만치 않아

그렇다고 허니버터칩의 가치를 평가절해해선 안 된다. 분명한 건 허니버터칩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천편일률적인 과자에 식상한 소비자는 ‘새로움’으로 무장한 이 제품이 시장에 나오자 지갑을 열었다. 대형마트에서 허니버터칩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던 한 소비자의 얘기다. “허니버터칩이 뭐 대단한 거라고 줄을 서나 싶어요. 하지만 먹어보면 뭔가 노력을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제까지 먹었던 국산 과자들과 뭔가 다른 게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이제까지 먹을 만한 과자가 없었잖아요. 국내 과자업체들도 이제는 변해야 할 때 아닐까요.”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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