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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현상이 왜 주식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지 아는가. 나이가 들어 소득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제아무리 자산이 많은 사람도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진다. 이는 주식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결국 가계 주식 비중이 줄어든다. 인구 구조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이런 변화를 대비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 현재 세계를 견인하는 업종은 IT산업이지만 향후엔 헬스케어 업종이 그 자리를 물려받을 공산이 크다.[사진=뉴시스]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는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각종 기술의 발달 덕분이다. 그렇다고 마냥 즐거운 일들만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도 발생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문제가 인구 구조의 변화다. 경제는 물론 국가 정체성의 근본이 되는 인구 구조가 크게 바뀌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인구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0.39% 성장했다. 2011년부터 2030년까진 0.16%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이다. 2030년부턴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해 2060년까지 연평균 0.5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국내 인구는 2030년 5216만명에서 2060년 4396만명으로 15.7% 줄어든다.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들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건 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고령화도 심각하다. 국내 40대 이하 인구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50ㆍ60대 인구는 2023년, 2056년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65세 이상 인구는 2013년 14.7%에서 2030년과 2060년에 각각 29.9%, 58.5%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인구의 세계 평균(2010년 기준)이 7.7%라는 점, 초고령 사회인 독일과 일본의 수치가 각각 20.8%와 23.0%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는다면 향후 국내 인구의 절반 이상은 65세 이상의 인구로 채워진다는 얘기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건 낮은 출산율과 더불어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인구 1인당 출산율은 1.2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며, 세계 224개국 중 219위다. 당연히 생산활동가능 인력은 줄고 있다. 한국의 생산활동가능 인구(25~60세) 비중은 2013년 54.8%에서 2030년 46.5%, 2060년 35.1%로 하락할 전망이다. 주요 소비층(30~54세) 인구도 이미 2012년부터 감소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향후 인구 감소는 부동산ㆍ교육ㆍ문화ㆍ국가재정ㆍ소비ㆍ금리ㆍ주식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다는 거다. 일단 국가의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릴 것이다. 고령화에 따라 생산활동가능 인구 대비 피부양자 비중 확대로 저축률은 떨어지고, 사회복지 지출 확대로 국가 재정수지는 악화될 것이다. 일반적인 소피 패턴이 은퇴시점에 근접할수록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도 크게 감소하게 된다. 생산활동 둔화와 소비 감소의 악순환이 지속되면 경제성장률 하락 우려를 넘어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끼친다. 기본적 분석 측면에서는 생산인력 감소ㆍ소비 둔화ㆍ저축률 하락 등으로 인한 경제성장률 하락,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는 금융시장의 자금 유입 감소가 예상된다.

주식시장 바꿀 인구 고령화

쉽게 말하면 이렇다. 일반적으로 개인의 위험 회피성향은 부富가 늘어남에 따라 줄어든다. 자산이 많은 사람일수록 위험도가 높은 금융상품에 적극 투자한다는 거다. 하지만 고령화에 따라 소득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면 자산이 많은 사람도 위험도가 낮은 투자처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 고위험군에 속하는 주식투자는 기피할 것이다. 이는 국가 전체의 가계 주식 보유 비중 감소로 이어진다. 또 인구 고령화에 따라 국민연금ㆍ건강보험ㆍ퇴직연금 등 기금이 감소하면서 주식시장에서의 전체 투자규모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 등의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돼 국내 주식시장 안정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투자규모 감소가 미칠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 세계 최대 소비국 중국은 고령화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사진=뉴시스]
변화된 인구구조는 소비시장도 크게 바꿔놓고 있다. 최근 노동력의 중요성은 1970~ 1980년대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사업이 고도화되면서다. 국가 경제의 성장성도 낮아졌다. 베이비붐(50~60대)세대의 자녀인 Y세대(10대 후반~30대 중반)의 수가 줄어들었음에도 취업이 어려운 건 이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젊은층은 전체 인구에서의 비중도, 소비 여력도 낮다. 한국 사회의 주력 소비층은 20~30대에서 40~50대로 이동하고 있다. 향후엔 50대 이상의 소비층이 더욱 두꺼워질 것이다.

따라서 국내 소비 시장은 소비 여력이 높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제약ㆍ바이오ㆍ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관련 업종과 배달서비스ㆍ보험ㆍ운동용품ㆍ건강식품 등 실버 관련 업종이 수혜를 받을 것이다. 고가 브랜드보다 실용적인 브랜드의 성장도 예상된다. 1인 가구 증가는 공유시장을 확대시킨다. 공유경제는 무언가를 다른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다. 일주일에 한번 또는 한달에 한두번 사용하는 세탁기나 자동차를 다른 사람과 공유해 비용을 절감하고, 사용가치는 늘릴 수 있다.

실제로 숙박공유ㆍ온라인쇼핑ㆍ저가항공ㆍ중고 매매업ㆍ렌털서비스ㆍ인터넷 정보서비스 등이 이미 뜨고 있다. 게다가 인구 구조 변화는 산업의 판도도 바꿀 수 있다. 세계 최고의 기업들을 보면 애플(미국), 알리바바(중국), 야후재팬(일본), 삼성전자 등 대부분 IT관련 업체들이다. 그러나 과거 수십여년 전에는 정유ㆍ화학ㆍ통신ㆍ상사 등이 최고의 기업에 속했다. 영원히 성장하는 업종은 없다는 얘기다. 당연히 인구 구조 변화가 산업 생태계를 바꿔놓을 수 있다. 향후 세계 시장을 주도할 업종을 예상해본다면 아마 헬스케어 분야가 아닐까 생각한다.

준비하고 있는 곳에 투자하라

인구 구조의 변화는 비단 우리나라의 얘기만이 아니다. 일본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의 고령화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 최대 소비국으로 성장한 중국도 고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1979년부터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출산율이 급속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010년 1억1000명에서 2032년 3억9000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주변국들도 시차를 두고 있지만 다들 비슷한 문제에 빠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구 구조 변화에 걸맞은 준비가 필요하다. 정치ㆍ경제ㆍ산업 등 전반에 걸쳐서다. 기업들도 인구 구조 변화에 맞춰 장기적인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고,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이 그런 준비를 하고 있는 기업인지 잘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oocj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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