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린동 SK빌딩 옆 653㎡ 부지의 비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가 포착됐다. 청계천을 바라보고 있는 SK그룹 서린동 본사 바로 옆 부지에서다. 이 거래 과정에는 최 회장의 친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최측근으로 알려진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A씨가 등장한다.

서울시 종로구 서린동 99번지 SK그룹 빌딩에서 청계광장 방향으로 한 블록 지나 위치한 무교로 사거리 일대. 이곳은 현재 낙지집ㆍ일식집 등 음식점과 유료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3.3㎡(1평) 당 가치는 1억3000만~1억6000만원을 호가하는 금싸라기 땅이다.

최 회장은 1998년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으로부터 이 부지 중 4개 필지를 물려받았다. 종로구 서린동 111-3번지, 125-1번지, 128-1번지, 129-1번지다. 총 653m²규모로 현재 시세로 계산하면 약 300억원이다.

이 일대는 땅을 잘 안 팔기로 유명하다. 내놓는 사람이 더러 있어도 시가보다 약 2배 높은 금액을 부른다. 상당한 금액이 제시되지 않으면 안 팔겠다는 뜻이다. 이런 부지를 최 회장은 2001년 7월 선뜻 4필지 모두 매매했다. 더욱이 SK그룹 본사 바로 옆에 위치해 활용도가 매우 높은 땅이었다.

최 회장이 이 땅을 왜 매각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최 회장 개인 빚을 갚기 위해서, 현금 자산 확보 차원, 경영권 강화를 위한 지분 매입 등 다양하다. SK 관계자는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잘 알지 못 한다”고 말했다.

▲ 서울시 종로구 서린동 99번지 SK본사(검은색 큰 빌딩) 바로 옆 부지 653㎡(2층 건물 포함한 일대). 여기서 최태원 SK 회장-최재원 부회장-A씨로 이어지는 이상한 부동산 거래가 이뤄졌다.
최태원 팔고, 최재원 돈 빌리고

땅을 매입한 주인공은 컨설팅업체 대표 A씨. 그는 최 회장과 미국 시카고대 동문으로 제법 절친한 사이다. 최 회장과 A씨의 부동산 거래에 있어 여기까진 크게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A씨와의 수상한 거래는 최 회장이 위기에 몰렸을 때부터 시작된다.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이 터졌다. 최 회장은 분식회계의 주범으로 지목받았다. 그해 6월 최 회장은 경영정상화 계획을 발표했다. “사재를 출연해 분식회계의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앞으로 깨끗한 경영을 하겠다는 다짐을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발표 하루 전날, 최 회장이 보유한 경기도 수원ㆍ이천ㆍ광주 일대 부지 약 70만㎡ 규모의 땅에 누군가가 근저당을 설정했다. 사재출연을 약속한 최 회장은 근저당설정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는 땅을 팔지 못한다. 근저당설정권자는 A씨였다. 경기도 부지는 근저당권 설정으로 사재출연 약속목록에서 조용히 제외됐다. SK글로벌 사태가 잠잠해질 무렵인 2005년, 최 회장은 이 부지 중 일부를 매각하기 시작했다.

SK “사적인 거래일 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이 땅을 어떻게 팔았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때마침 A씨가 근저당을 해지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그의 도움으로 ‘사재출연’을 막을 수 있었다. 업계에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과거 A씨에게 빚을 졌다”며 “돈을 돌려받기 위해 A씨가 근저당을 설정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적인 거래이기 때문에 더 이상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시 SK 서린동 인근 부지. 최 회장이 A씨에게 팔았던 부동산을 둘러싸고 또 다시 수상한 거래가 일어났다. 주인공은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그리고 A씨다.

2005년 9월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A씨가 보유한 서린동 부지를 담보로 32억5000만원을 빌렸다. 근저당권자는 김정률 싸이칸홀딩스 회장(전 그라비티 회장)이었다. 최 부회장은 이듬해인 2006년 1월에도 같은 형식으로 58억5000만원을 빌렸다. 최 부회장이 김 회장에게 4개월간 빌린 금액은 총 91억원이다. A씨는 이번에도 자신의 땅을 SK그룹 ‘최태원 형제’를 위해 빌려준 셈이다.

이는 2005년 7월 마무리된 소버린 사태 이후 SK가 경영권 강화를 위해 지분을 늘리던 시기와 맞물린다. 당시 SK그룹은 최 회장이 SK C&C를 지배하고, SK C&C가 지주회사인 SK를, SK가 SK텔레콤 • SK에너지 등 핵심 계열사를 아우르는 지배구조 개선에 한창이었다.

최 부회장이 빌린 91억원은 경영권 강화를 위한 지분 매입 자금 중 일부분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사실이라면 A씨가 ‘최태원 형제’의 백기사 역할을 자임했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인 소버린은 2003년 최 회장의 분식회계, 검찰 소환 등으로 급락한 SK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그룹 경영권을 위협한바 있다.

                 ▲ SK그룹 최태원 회장(왼쪽)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A씨를 ‘중간 다리’로 놓고 부동산이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의 흐름이 ‘최태원→A씨→최재원(담보 대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이 매매하고, 최재원 부회장이 돈을 빌린 서린동 부지를 A씨가 사실상 명의신탁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그래서 나온다. SK그룹 관계자는 “A씨는 최태원 회장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을 뿐”이라며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부동산 거래였다”고 항변했다.

그렇다면 A씨는 누구일까. 그는 현재 경영컨설팅업체 B사의 100% 대주주다. 1995년 설립된 B사는 사업 중개 • 경영 상담 • 인수합병(M&A) 중개 등을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대기업 경영컨설팅도 한다. 이들의 주요 고객은 흥미롭게도 SK그룹이다. SK텔레콤 ㆍSK에너지ㆍSK E&S 등 SK그룹 핵심 계열사와 거래하고 있다. SK그룹과 함께 문화콘텐츠 펀드인 스톤브릿지영상콘텐츠투자조합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A씨 회사 주요 고객은 SK

취재 결과 B사 대부분의 매출은 SK그룹 물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30~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2007년에는 SK에너지와 SK텔레콤, ㈜SK, SK E&S 등 그룹의 핵심 회사에서 매출 100%가 발생했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연도별로 거래 액수나 회사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매출이 SK그룹 계열사에서 나왔다. 2008년의 경우 SK텔레콤을 통해서만 42억330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영업이익은 2007년 7억4593만원, 2008년 5234만원(손실), 2009년 4억5453억원, 2010년 5억7083만원(손실)을 기록했다.

‘최태원 회장이 명의신탁의 대가로 A씨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그래서 나온다. SK그룹 관계자는 “믿고 맡길만한 사람을 찾다 보니 물량이 한쪽으로 몰리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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