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탐욕지심, 재앙을 부르다
장수의 탐욕지심, 재앙을 부르다
  • 이남석 대표
  • 호수 121
  • 승인 2014.12.19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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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이순신공세가 ㊹

임진강을 지키러 온 김명원ㆍ신할ㆍ한응인 세 장수는 서로 병권과 공만 탐하고 있었다. 일본군이 임진강을 놓고 후퇴하는 척하자 신할과 한응인은 ‘서로 먼저 진격하겠다’며 아우성을 쳤다. 특히 한응인은 개성에서 임진강까지 달려온 장병들을 ‘임진강 전투’로 몰아넣고 있었다.


선조는 ‘임진강’을 배수진으로 삼으라고 영(令)을 내리면서 김명원ㆍ신할ㆍ한응인 세장수를 배치했다. 하지만 그들은 ‘대장’을 놓고 기싸움을 벌였다. 신할은 큰소리치되 “대장이 어찌 남의 절제를 받으랴”고 한다. 김명원은 한강에서 싸우지도 아니하고 도망한 위인이라서 부하에게 신임을 받을 리 만무했다. 게다가 한응인은 “나는 그 누구의 명령도 받지 말라는 어명御命까지 받은 당당한 장사 아니냐”고 뻐기고 있었다. 세명의 장수가 반목하여 병권을 다투는 꼴이 된 거였다.

이때 임진강 남쪽까지 쫓아온 적병은 진을 치고 건너올 계획을 하고 있었다. 김명원은 강 북안에 진을 치고 군사를 나누어 각 여울목을 지키게 했다. 또 강중江中에 있는 선박을 모조리 거둬 적병이 타고 건널 도리가 없게 만들었다. 이렇게 임진강 방어를 10여일간 했는데, 적병이 퇴군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실제로 적병이 머물던 장막을 거두고 군기를 마차에 싣고 퇴병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모한 신할은 김명원에게 “적이 못 견디어 달아나오.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 하였으니 급히 추격합시다”고 주장했다.

김명원은 이렇게 답했다. “필시 그놈들이 강을 건너올 수가 없어 우리를 유인하는 것이오. 그만하고 달아날 놈들이 아니오. 뒤에는 군사도 많고 군량도 많거든 달아날 리가 있소?” 이는 김명원이 전세를 제대로 읽었기 때문에 나온 말이 아니었다. 그는 강을 건너가 적을 때려 부술 용기가 없었다. 김명원의 말을 들은 신할은 대들었다. “여보, 도원수 대감. 도망하는 적병을 가만히 보고만 앉아 있겠다는 말이오?” 경기감사 권징勸徵도 “급히 쳐서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함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오”라며 신할의 의견에 동조했다.

▲ 조선에 임진강은 마지막 보루였다. 하지만 임진강 전투에 참여한 장수들은 제 공 세우기에만 급급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권징의 찬성을 얻은 신할은 기운을 더 내 “달아나는 적을 그대로 놓아 보내면 무슨 면목으로 성상을 대하오? 대감일랑 여기 평안히 계시오. 소인은 적을 치러 가겠소”라며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권징 역시 신할의 뒤를 이어 쫓아 나왔다. 신할은 도원수의 승낙 없이는 움직이기를 원치 않는 유극량을 격동하였다. 하지만 유극량은 일축했다.

“영감, 속지 마오. 적이 달아나는 게 아니라 무슨 비책이 있는 것 같소. 함부로 갔다가는 큰코다칠 것이오.” 신할은 대노하여 유극량을 두려워 겁낸다고 엄책하고 참하려 하였다. 유극량은 기가 막혀 “소인이 소시로부터 종군하였거든 어찌 두려워 겁냄이 있겠소?”라며 죽음을 각오하고 신할의 선봉이 되기로 했다. 신할은 의기당당하게 임진강을 건널 준비를 한다.

신할의 행보 질투하는 한응인

김명원은 신할이 도원수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걸 보면서 “저녁이 채 안 될 무렵에 적이 강을 건너오겠군”이라고 탄식했다. 사실 도원수인 김명원은 신할과 권징을 내려 누를 수 있었다. 극단적인 경우, 군법을 시행해 목을 벨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유부단한 성품, 한강에서 패주한 수치는 도원수의 권위를 부릴 의지까지 상실케 만들었다.

신할은 용장이며 거칠고 엉성한 사람이다. 유극량 역시 용장이며 찬찬하고 자세한 사람이다. 경기감사 권징은 군인으로 볼 수 없는 문외한이며 서생이다. 이런 세 사람이 많은 군사를 데리고 강을 건너 적군을 추격하려 할 때에 한응인의 3000정병이 다다랐다. 김명원을 만난 한응인은 ‘도원수의 절제를 받지 말라’는 선조의 패문을 보인 후 적의 형세를 물었다.

김명원은 이렇게 답했다. “내가 적병을 10여일이나 막았소이다. 그런데 적병이 오늘 돌연 여막을 불사르고 물러나더이다. 필시 도망친 게 아니라 계교를 낸 것이오. 중로中路에 복병을 숨겨놓고 유적지계를 쓸 수도 있소. 하지만 신할과 권징은 내 말을 듣지 않고 월강하여 추격하려 하고 있소.” 김명원의 말을 들은 한응인은 신할이 앞서 강을 건너 큰 공을 세울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벌쩍 일어나며 이렇게 외쳤다. “대감, 내가 한성을 회복하거든 대감은 천천히 뒤따라오시오.” 그 후 한응인은 신할의 군사가 건너가려던 배를 불러 도강하기를 재촉했다.

그때 평안도 강변군사 중 나이 늙은 사람 하나가 한응인의 앞을 막아서며 고했다. “소인 아뢰오. 저희들 강변군사가 원로행역에 급히 와서 다리가 아픈데다 아직 밥도 먹지 못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후군後軍도 아직 들어오지 아니하였소 . 적의 사정도 아직 알 수 없으니 오늘 하루를 여기서 쉬면서 척후병을 내놓아 적의 동정을 알아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 연후에 도강 전진해 추격함이 순서일까 하오.”

 
평안도 강변군사는 압록강에서 오랑캐와 싸워 실전의 경력이 있는 군사들이다. 이들의 눈에 비친 한응인의 행동은 병법이란 걸 풍류쯤으로만 아는 멍텅구리로 보였을 게다. 병서를 읽지 않았더라도 싸움의 비결이 적의 정세를 아는 것에 있다는 것은 강변에선 삼척동자들도 다 아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개성에서 임진강까지 달려온 군사들에게 ‘밥도 먹기 전에 나가 싸우라’고 지시하는 한응인의 행동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이 강변군사들은 ‘숙맥불변(콩과 보리를 구별 못한다는 뜻으로 어리석고 못난 사람을 비유하는 말)’인 한응인이 제 공을 세우려는 탐욕지심에서 비롯된 명령을 무모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임진강 전투, 시작부터 삐걱

“사또께서 가라면 가지만 이 피곤한 군사를 끌고 강을 건너면 적병이 얼마인지 어떤 군기를 갖고 어떤 곳에 복병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소. 또한 이런 상황이라면 이길 것이라는 자신도 없소. 지금 군사들이 모두 의심이 있으니 오늘 하루를 쉬어서 내일에 적병을 치는 것이 옳은 줄로 아뢰오.” 그들은 실제 체험한 경험을 들어 한응인을 깨우치고자 하였다.

하지만 한응인은 강변군사가 가르치는 말을 듣고 분기가 폭등했다. “이놈들! 시골의 미천한 출신으로 사대부를 몰라보고 무엄이 막심하다!” 칼을 빼어든 그는 “오냐, 네 놈들이 죽기를 무서워하는구나. 주둥아리를 기탄없이 놀려 군심을 요란케 하니 마땅히 베리라!”며 성화같이 재촉하여 강을 건너게 하였다. <다음호에 계속>
정리 | 이남석 대표 cvo@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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