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열 박사의 슬로 경영학

▲ 통일 후의 혼란방지를 위해 부문별 대책을 철저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사진=뉴시스]
통일비용은 적게는 150조원, 많게는 5000조원으로 추산된다. 무려 33배 차이다. 통일을 급진적으로 볼수록, 통일 시점을 늦춰 잡을수록 비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 편익은 차이가 더 크다. 적게는 200조원, 많게는 1경4000조원으로 추산돼 70배 차이를 보였다. 중국ㆍ일본 등 주변국이 얻게 될 이익 전망도 각기 다르다.

연말을 앞두고 통일 관련 회의나 세미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부는 물론이고 관련 기관ㆍ연구소 등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통일 논의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일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이하 통준위) 3차 회의가 열렸다. 4일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독일 통일의 결과와 한반도에 대한 함의’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열었다. 11월 25일에도 2건의 굵직한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한반도 통일의 경제적 효과’라는 주제로,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가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북한 SOC 개발협력 추진방향’이란 제목의 토론회를 각각 열었다.

그뿐만 아니다. 11월 19일에는 금융연구원과 정책금융공사, KDB금융그룹이 공동주최한 ‘한반도 통일과 금융 콘퍼런스’가 열리기도 했다. 특히 예산이나 인력이 뒷받침되는 정부 당국이나 관변 단체, 연구소 등이 논의에 앞장서고 있다. 연초 박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을 들고 나온 이후 앞다퉈 준비한 연구물들을 일시에 보란 듯이 쏟아내는 것만 같다.

이런 현상이 실향민들에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반 국민에겐 좀 헷갈릴 정도다. 통일 비용만 해도 그렇다. 적게는 150조원에서 많게는 5000조원 가까이 추산됐다. 33배 차이다. 통일을 급진적으로 볼수록, 통일 시점을 늦춰 잡을수록 통일 비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 편익은 차이가 더 크다. 적게는 200조원, 많게는 1경4000조원으로 추산돼 70배 차이를 보였다. 중국ㆍ일본 등 주변국이 얻게 될 이익에 대한 전망도 각기 다르다.

오죽했으면 통준위 3차 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을 경제 논리만으로 판단해선 안 될 것이고, 정치ㆍ사회적인 요소 중심으로 판단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을까. 박 대통령은 “통일이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 주변국, G20, 아세안 국가들에게도 어떤 이익이 있는지 논리를 정교하게 정리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도 했다. 이런 가운데 통준위는 통일헌장 시안을 연말까지 작성하고, 광복과 분단 70년 되는 내년 상반기에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통일 경제정책 추진을 위해 경제정책국 산하에 거시경제전략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한 언론기관의 대對국민 조사에 따르면 “통일을 서두르지 말고 여건 성숙을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이 대세(72.9%)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능한 한 빨리 통일되는 게 좋다”는 의견(13.8%)보다 5배 이상이었다. 통일 시기는 ‘6〜10년 이내’가 27.6%, ‘11〜20년 이내’가 22.4%를 각각 차지했다. ‘20년 내 통일’ 전망이 절반 이상이란 얘기다. 통일은 올 1년을 달구었던 큰 화두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워낙 정치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치밀하게 준비해야 ‘대박’이 될 수 있다는 게 국민 생각인 것 같다.

실향민 가족인 필자는 다음 연구 결과에 특히 눈길이 갔다. “통일 후 예상 북한 실업자 300만명(북한 경제활동인구의 30% 상당)으로 인한 초기 3년의 혼란 방지를 위해 남한 이주를 20만명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 “통일 되면 북한 인구의 7%가량인 180만명이 남한으로 이주할 전망이다.” 통일은 좋지만 혼란 방지를 위한 부문별 대책이 철저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실향민 입장에서 두 가지 대책을 제안하고 싶다. 먼저 통일 뒤 분단 전 갖고 있던 땅문서에 대한 상호간 권리 주장을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 또 통일 후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가 경험했던 ‘새마을 운동’을 전개해 그들의 새로운 적응을 도울 필요가 있다. 두 제안은 한국전쟁 후 폐허와 혼란을 딛고 한국이 G20경제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富의 축적을 뒷받침했던 부동산 정책과 국민 정신개조 운동이었던 새마을운동의 취지를 새롭게 계승ㆍ발전시키자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이우열 건국대 경영대 겸임교수 ivenc@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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