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왕섭의 Brand Speech

▲ 훼미리마트는 기존 브랜드를 버리고 CU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사진=뉴시스]
시장에 출시한 브랜드 10개 중 성공 브랜드는 1.8개에 불과하다. 퇴출 브랜드가 훨씬 더 많다는 거다. 성공 브랜드를 키우는 것만큼 실패 브랜드를 거둬들이는 것도 중요한 셈이다. 자칫하면 성공 브랜드를 버릴 수도, 다른 브랜드의 이미지를 떨어뜨릴 수도 있어서다.

정성껏 키우던 브랜드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 기업은 그 브랜드를 정리해야 한다. 문제는 어떻게 이별하느냐다. 애지중지 키운 브랜드를 모母 브랜드ㆍ계열 브랜드ㆍ기업 브랜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빼는 일은 쉽지 않다. 단호하면서도 신속하게 브랜드를 정리하는 게 효과적일지, 아니면 서서히 애정의 끈을 놓으며 정리하는 게 합리적일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중요한 건 브랜드 철수를 결정하는 과정은 브랜드를 시장에 출시할지를 선택하는 과정보다 더 면밀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거다. 브랜드와 이별하고 나면 후회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일 뿐이다. 때문에 브랜드 퇴출을 결정하기 전에 몇가지 기준을 설정하고, 해당 브랜드가 그 기준에 부합할 때 철수해야 한다. 

먼저 살펴볼 것은 ‘시장성과’다. 시장성과란 제품의 판매량, 그에 연동된 브랜드의 매출구성비,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 등이다. 시장성과가 신통치 않다는 건 판매량이 적고, 기업의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다는 의미다. 전체 시장에서 퇴출 대상 브랜드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이 매우 낮다는 건 시장에서 해당 브랜드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걸 뜻한다.

다음은 ‘잠재적 성장성’이다. 퇴출 대상 브랜드의 시장성과가 아무리 낮아도 시장에서 조금씩 그 저변을 넓혀가며 성장하는 중일 수 있다. 시장이라는 숲을 보지 않고, 단순히 숫자로 보이는 나무(시장성과)만 보고 해당 브랜드를 평가하면 성장성을 가진 잠재적 성공 브랜드를 잃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수익성’도 평가해야 한다. 브랜드는 대부분 각자의 역할이 있다. 어떤 브랜드는 단위당 수익성이 낮지만 많은 판매량과 높은 시장점유율로 브랜드 전체의 수익을 확보하는 박리다매형이다. 브랜드 단위당 수익성은 높지만 적은 판매량과 낮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희소가치형 브랜드도 있다. 이들의 중간에 위치하는 브랜드도 있을 것이다. 퇴출 대상 브랜드가 판매량ㆍ시장점유율은 낮지만 기업이 요구하는 적정의 수익성을 제고하고 있다면, 그 브랜드의 철수는 재검토해야 한다. 물론 시장성과도 낮고 수익도 내지 못하는 브랜드라면 당연히 퇴출 대상이다.

 
‘대체 브랜드’가 있는지도 중요하다. 퇴출 대상 브랜드의 충성 고객 중 상당수가 브랜드 철수와 함께 경쟁 브랜드로 전환할 것이 예상된다면 해당 브랜드의 퇴출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는 게 좋다.

끝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 관점에서 해당 브랜드의 철수를 검토해야 한다. 기업 전체 브랜드 포트폴리오 혹은 패밀리(Fa mily) 브랜드 포트폴리오 상에서 브랜드의 역할과 책임을 묻는 것이다. 예컨대 ‘실버 불릿 브랜드(Silver Bullet Brandㆍ브랜드들의 긍정적 이미지 제고를 위한 하위 브랜드)’는 특정 브랜드에 독특한 이미지를 생성ㆍ변화ㆍ유지하는 역할과 책임이 있다. 퇴출 대상 브랜드가 실버 불레트 브랜드라면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브랜드 철수를 고려하면서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 관점에서 어떤 대안도 마련돼 있지 않다면, 그 전략이 수립될 때까지 브랜드 퇴출을 유보해야 한다. 
임왕섭 브랜드 컨설턴트 kingp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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