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은행 통합 진짜 괜찮나

▲ 하나금융그룹과 외환은행 노조가 조기통합 협상에 돌입했지만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하나ㆍ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추진한 지 5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하나금융그룹과 노조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어렵게 협상에 돌입했지만 대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하나-외환은행 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 같은 겉모습과는 180도 다른 모양새다. 하나ㆍ외환은행의 조기통합 상황을 살펴봤다.

지난 14일, 국내 금융시장엔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하나금융그룹이 중국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법인인 ‘하나은행 중국 유한공사’를 출범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하나금융 측은 ‘이제 국내통합만 남았다’는 메시지를 흘렸고, 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하나카드와 외환카드는 지난 9월 통합했다. 하나ㆍ외환은행의 IT통합작업도 현재 진행 중이다. 통합의 첫 단계로 지난 2일 외환은행 IT 부서 직원들이 ‘서울스퀘어(서울 중구)’로 둥지를 옮겼다. 하나금융그룹이 구조적ㆍ외형적 통합에 나서며 조기통합의 ‘초석’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하나금융그룹의 졸속통합 탓에 애먼 직원들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스퀘어로 이전한 외환은행 IT직원들은 공사가 진행 중인 사무실로 이전한 탓에 방진마스크를 쓴 채 근무하고 있다. 극심한 먼지와 악취를 피하기 위해서다. 서랍장을 포함한 사무용품은 물론 전기배선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정상적인 업무도 불가능하다.

하나금융그룹과 외환노조의 갈등도 여전하다. 지난 7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통합을 선언한 지 5개월이 흘렀지만 둘 사이의 통합논의는 이렇다 할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9월 3일 개최 예정이었던 외환노조 임시조합원 총회가 사측의 압력으로 무산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 노사 갈등의 골은 또다시 깊어지고 있다. 이 의혹은 ‘민변 보고서’를 통해 불이 붙었다. 민변은 지난 12일 하나금융그룹과 외환은행의 2ㆍ17 합의서 위반 여부와 조합원 총회 방해 등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는지를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민변은 믿을 수 없는 증언을 받는 데 성공했다. “조합원 총회에 참여하겠다는 직원들은 퇴근시키지 마라. 불참한다는 얘기가 나올 때까지 면담을 진행해라(외환은행 A지점장 B씨).” 사측이 조합원 총회를 막기 위해 직ㆍ간접적으로 힘을 쓴 정황이 담겨 있다. 외환노조 관계자는 “정상적인 조합원 총회를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이라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위반한 부당노동행위”라고 말했다.

하나ㆍ외환은행의 통합문제가 여의치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예는 더 있다. 외환노조는 지난 10월 21일 ‘외환은행 직원의 88.1%가 조기합병에 반대한다’ ‘86.9%는 사측의 조기합병 동의서에 동의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외환은행 측은 곧장 반대 내용이 담긴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여기에선 은행직원의 90%가 통합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답했다. 98%는 노사의 조속한 대화가 이뤄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외환노조 측은 사측의 설문조사가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설문참여자 명단을 경영진이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게 외환노조측의 주장이다. 그런 설문조사 결과를 어떻게 믿겠느냐는 거다. 외환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설문조사는 노조 설문조사에 대한 반발로 기획된 것”이라며 “참여자 명단은 물론 개인별 답변 내용까지 경영진이 확인할 수 있는 설문조사 결과를 어떻게 믿을 수 있냐”고 말했다.

평행선 걷고 있는 하나ㆍ외환 조기통합

하나ㆍ외환은행의 통합이 진통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는 또 있다. 지난 11월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하나금융그룹과 외환노조의 상견례 자리가 마련됐다. ‘대화를 제대로 해보자’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이 상견례는 시작도 못한 채 끝나버리고 말았다. 외환노조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이 예정된 회의시간에 2시간 늦게 참석했다”며 “하지만 회의 시작 30분 만에 ‘오늘 상견례는 없던 걸로 하자’고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측이 2시간을 넘게 기다렸는데도 대화 시작 30분 만에 자리를 떠난 것은 대화 의지가 있는지 의심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하나금융그룹은 노조 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의 상견례 참석은 예정돼 있지 않았다”며 “다른 일정이 있었지만 노조와의 대화를 위해 다소 늦었지만 참석한 것”이라며 “하지만 노조측은 대화를 하기보다 요구조건만 관철시키려 했다”고 전했다. 겉으론 하나ㆍ외환은행의 통합이 급물살을 타는 것 같지만 이는 ‘백조의 발’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하나금융그룹과 외환은행 노조 사이의 통합 관련 협상이 어렵게 시작됐지만 하나금융은 협상기간 중에도 합병절차를 중단하지 않고 있다”며 “통합의 방향ㆍ원칙ㆍ조건 등이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합병절차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은 진전성 있는 대화의 자세라고 볼수 없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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