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용품, 전자장치와의 융합이 살 길”
“욕실용품, 전자장치와의 융합이 살 길”
  • 이필재 인터뷰 대기자
  • 호수 122
  • 승인 2014.12.23 09: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원 ㈜티에스자바 사장

▲ 김태원 ㈜티에스자바 사장은 남보다 싸고 좋은 물건이 아니라 ‘살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 팔린다는 걸 깨닫고는 ‘엔지니어 마인드’가 아닌 진정한 CEO가 됐다.[사진=지정훈 기자]
“글로벌 욕실용품 메이커로 성장하는 꿈을 꿉니다. 국내에 50여년 된 6개의 메이저 업체들이 있지만 국내에서만 각축할 뿐 해외시장에서는 거의 무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한 30년 걸리더라도 자바(JAVA)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알리고 싶습니다.”

김태원 ㈜티에스자바 사장은 30년 전엔 삼성, 현대차도 글로벌 시장에서 별 볼 일 없는 브랜드였다고 말했다. 티에스자바는 핸드 드라이어, 소변감지기, 샤워기 등 욕실 용품을 만든다. 직원 수 40여명에 매출액 100억원선인 중소기업이지만 세계 최초로 전자식 자폐형 샤워기 밸브를 개발했다. 손으로 손잡이를 누르면 샤워꼭지에서 물이 나오는 기계식 밸브를 전자식으로 바꾼 것. 전국의 사우나ㆍ찜질방ㆍ스포츠센터 등에 약 100만대가 보급된 기계식은 부품이 마모되면 물 나오는 시간이 일정치 않다. 힘껏 눌러도 작동이 잘 안 될 때가 있다. 자바의 전자식 자폐형 샤워기는 정수기처럼 터치만 하면 물이 나온다. 물이 나오는 시간은 30초에 맞춰져 있는데 디지털 제품이라 손쉽게 20초로 조정할 수 있다. 물이 나오는 동안에 다시 터치하면 자동으로 물이 끊긴다. 김 사장은 “이 제품을 본 프랑스와 일본의 바이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자바는 매출액의 약 7%를 연구ㆍ개발(R&D)에 투자한다.

수출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지만 프랑스, 일본, 호주, 터키, 중국, 러시아, UAE 등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및 ODM(제조업자개발생산) 그리고 자체 브랜드 자바로 수출한다. 자바로 수출하는 나라는 터키, UAE, 중국 등. R사, D사 등 국내 4대 메이저에도 ODM으로 납품을 한다. 자바 측은 핸드 드라이어와 소변 감지기의 경우 국내 생산량 1위라고 밝혔다. 시장 점유율은 각각 40%와 30%선. 자바는 공중 화장실 시장 점유율 1위를 발판으로 주거용 욕실 시장 진입을 벼르고 있다.

✚ 전체 생산량 중 ODM의 비중이 어떻게 되나요?
“자바가 65%, 나머지 35%가 ODM 및 OEM인데 이 중 우리가 디자인해 업체 측에 제안하는 ODM이 30%입니다. ODM과 OEM도 일정한 비율로 유지하는 게 자바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데 더 유리합니다. 다만 거래선을 점차 해외 업체로 전환하려 합니다.” 에어프랑스 본사와 미 하겐다스사의 프랑스 현지법인 공장엔 자바가 OEM으로 생산한 핸드 드라이어가 설치돼 있다.

✚ 글로벌 브랜드를 꿈꾸는 건 좋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수 있나요?
“전자식 욕실용품은 전기(전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감전의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과 전기는 상극이라는 고정관념이죠. 일본사람들이 특히 조심스러워합니다. 그러나 교류(AC)를 직류(DC)로 전환하면 감전이 안 됩니다. 획기적인 제품이야 고민을 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이미 상용화된 다양한 전기ㆍ전자 기술을 화장실ㆍ욕실 용품 개발에 활용하면 편리하고도 경제적인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비데를 사용하고 나면 대변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져 몸 어디가 안 좋은지 알 수 있다든가, 소변기가 혈당을 체크해 알려 줄 수도 있어요.”

 
그는 발상을 하기에 따라서는 원가 절감도 획기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메이저 사가 최고 14만원에 판매하는 비데를 5만원에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전 업계 메이저인 R사에서 비데 개발 책임자로 일했다.

✚ 나름의 원가 절감 노하우를 소개해 주시죠.
“지난 13년간 부품 제조업체에 좋은 결제조건을 제시하고 기술 지원을 해 어느 회사보다 우수한 부품을 싸게 조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품을 싸게 조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장기적으로 그다지 바람직한 방법도 아니에요. 조립이 용이하도록 시스템을 바꾸면 생산성이 올라가고,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면 AS에 대한 수요를 줄일 수 있죠. 예를 들어 20종의 볼트가 사용되는 제품의 볼트를 하나로 통일하면 볼트 찾는 시간이 줄어들고 구매도 대량으로 할 수 있어 원가를 떨어뜨릴 수 있죠. 포장용 박스도 조립하기 쉽게 디자인하면 조립 시간이 단축됩니다. 10개 조립할 시간에 100개를 조립할 수 있어요. 이런 여러 가지 방법을 조합해 최적화하면 원가를 상당히 낮출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려면 설계 단계에서 고민을 하고 발품을 팔아 협력업체를 직접 찾아다녀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했는데 짧은 개발 기간도 자바의 경쟁력이죠. 욕실 용품에 전자 장치를 융합해 편리하고 경제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게 우리의 핵심 역량입니다.”

✚ 우문 같지만, 왜 창업을 했나요?
“엔지니어로서 개발 일을 천직으로 알고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 도움이 될 거 같은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국내엔 그런 제품을 파는 회사가 없다고 싹을 잘랐습니다. 시키지 않은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는 소리도 들었죠. 내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개발해 내 손으로 팔아 보고 싶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너무 앞질러 갔는지도 몰라요.”

그가 몸 전체를 향해 물이 분사되는 바디 샤워기를 개발해 보겠다고 했을 때도 그랬다. 해외 잡지에 실린 이 제품을 보고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해 보고를 했지만 묵살당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그는 해외에 나가는 사람들에게 욕실용 건자재 잡지를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아내와 장 보러 마트에 가면 따로 떨어져 전자제품 코너를 살피고 화장실을 둘러봤다. 화장실에 미쳐서 산 시절이었다. 전기ㆍ전자와 융합된 욕실 자재 전 제품을 개발했지만 개발부 과장을 끝으로 R사를 그만뒀다. 오너 CEO지만 그는 지금도 제품을 개발하느라 새벽 3~4시에 퇴근해 오전 10시에 출근한다. 이렇다 할 취미도 없다.

✚ 젊은 세대에게 창업을 권합니까?
“저는 종잣돈 1700만원으로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해 국내외에 파는 일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이죠.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자신감입니다. 창업 후 지속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저는 권하고 싶습니다.”

✚ 창업을 한다면 뭘 유의해야 하나요?
“사람을 쉽게 믿지 말아야 합니다(웃음). 너무 잘 믿다 보니 여러 번 당했어요.”

✚ 자바라는 자체 브랜드가 프로그래밍 언어 자바, 커피 브랜드 자바와 철자가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이름을 짓게 됐나요? 브랜드 사용에 문제는 없나요?
“글로벌 메이저 업체들과 경쟁해 시장을 한번 ‘잡아’ 보겠다는 생각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다른 자바 브랜드도 인도네시아 자바 섬에서 따온 것이라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해요. 변리사를 통해 알아봤는데 이들 업체는 우리와 업종도 다르거니와 제품 카테고리에 욕실용품이 없어 문제가 안 됩니다. 물론 우리도 상표 등록을 했고요.”

 
✚ 중소기업 오너 CEO로서 애로가 뭔가요?
“사실상 전자제품을 만들다 보니 정부 당국이 요구하는 인증, 소정의 규격이 많습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참 감당하기 힘든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죠. 같은 공장에서 나오는 제품인데 품목별로 다 검사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엔지니어 출신의 한계로 창업 초기에 톡톡히 수업료를 치르기도 했다. 그는 남보다 싸게 물건을 잘 만들기만 하면 팔 수 있을 줄 알았다. 지금도 가깝게 지내는 거래처에 소변감지기를 납품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품질에 손색이 없는 제품을 경쟁자보다 낮은 가격에 넘기는 거라 그는 의기양양했다. 그런데 거래처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가격은 싼 게 맞지만 그만한 가치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사장. 가격 이상의 가치가 느껴져야, 그래야 물건을 들여놓지요.”

5000만원어치나 되는 물건을 다시 싣고서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때마침 비가 내려 양복이 온통 젖었다. 그의 마음도 부끄러움에 촉촉이 젖었다. “엔지니어 마인드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날로 개발자로서의 자세도 바뀌었죠.” 그는 개발자 출신 CEO로서 요즘도 공급자 마인드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자기 경계를 한다고 말했다.

✚ 경영 멘토가 있나요?
“개발되지 않은 고객의 니즈에 주목한 스티브 잡스를 좋아합니다. 우리가 개발한 전자식 자폐형 샤워기가 말하자면 그런 제품이라고 할 수 있죠. 의정부의 대형 사우나에 설치해 두 달간 테스트를 했는데 물값이 30% 가까이 절약됐습니다.”

“ODM과 OEM 일정한 비율로 유지”

자바측은 업주, 샤워기 수리를 담당하는 기관사, 일반 소비자 등 공중시설 샤워기의 세 고객 집단이 모두 만족해 할 만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 샤워기를 렌털 형식으로 임대하고 절약되는 물값으로 임차료를 내게 할 생각이다. 샤워기를 설치할 땐 가로 방향의 손잡이 구조물이 수평이 되도록 일일이 맞춰야 한다. 이런 시공상의 번거로움을 덜어주려 자바는 이 박스형 구조물 밑에 수평기를 달았다. “고객들이 ‘자바에서 이번엔 과연 어떤 물건이 나올까’ 하고 기대하는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자바는 출범한 지 13년 됐다. 회사엔 김 사장의 친인척이 없다.

✚ 다음 CEO는 임직원 중에서 나오나요?
“임직원 중에서 회사를 잘 이끌고 갈 사람이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죠.”

✚ 엔지니어 출신 창업 CEO 가운데는 회사가 궤도에 들어선 후 CTO(최고기술책임자)로 눌러앉기도 하는데요?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생각도 하나요?
“그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저 자신은 영원한 개발자라는 생각을 지워본 적이 없습니다.”

자바는 지난 10월 성북구 안암로에 6층짜리 사옥을 짓고 입주했다. 쇼룸도 만들었다. 신입사원 공채도 했다. 전략 기획 및 해외 영업을 맡고 있는 신입사원 김가영씨는 자바의 성장 가능성과 그 과정에서 자신의 발전 가능성이 보여 첫 직장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저희 부사장님이 농담처럼 저더러 나중에 자바의 사장이 될 거라고 하시는데, 열심히 배우고 일하면 최고경영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주말보다 즐거운 평일을 살자”가 모토라는 그는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에서 앙트러프러너십을 전공했다. 대기업에서 일한 부모에게서 “몸담으려는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을 듣고 자바에 취업했다고 말했다.

 
✚ 중국 시장은 어떻게 보나요?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려 내년엔 중국에 들어가 상당 기간 체류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소비시장과 생산기지 두 가지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합니다. 한중수교 전부터 드나들었는데 중국 시장을 그 막대한 규모와 낮은 인건비만 보고 들어갔다가는 백전백패합니다. 욕실용품의 경우 전자식 제품은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최근 중국 업체 관계자가 우리 회사를 찾았는데 전자식 자폐형 샤워기를 들여가면 바로 팔 수 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중국도 변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도 이제 환경과 절수, 절전 등 에너지 절약이 키워드가 될 겁니다. 중국은 땅덩어리가 넓어 지역별로 온도차 및 습도차가 극심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중국 시장에 로컬라이즈하려면 국내에서보다 더 좋은 자재를 더 섬세하게 써야 합니다. 부자가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나라예요. 고급 자재 시장을 노리려면 무엇보다 품질이 뛰어나야 합니다. 우리의 기술력과 가치를 인정하는 파트너를 잡아 진출한 후 중국을 베이스캠프로 세계시장을 노려보려고요. 일종의 우회 수출이죠.”

“가격 이상의 가치 있어야 팔려”

인터뷰에 동석한 윤재갑 부사장이 들려준 이야기. 몇 년 전 중국의 수세식 화장실 보급률은 15% 선이었다. 이 비율이 5%만 올라가면 중국의 상수원이 고갈된다고 한다. 그래서 물을 많이 쓰는 기업에 중국 당국이 상수원 개발 부담금을 물린다는 것이다.

✚ 중국 시장에서 과연 가격 경쟁력이 있나요?
“중국산과 가격 면에서 20%밖에 차이가 안 나면서 품질은 월등히 우수한 제품을 만들면 됩니다. 우리는 글로벌 메이저 업체 제품에 대해선 비슷한 품질에 절반 수준의 가격, 중국산에 대해선 압도적 우위의 품질을 추구합니다. 전자식 제품처럼 그동안 진입하지 않은 시장을 공략하면 얼마든지 잠식할 수 있습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 775 에이스하이테크시티 1동 12층 1202호
  • 대표전화 : 02-2285-6101
  • 팩스 : 02-2285-6102
  • 법인명 : 주식회사 더스쿠프
  • 제호 : 더스쿠프
  • 장기간행물·등록번호 : 서울 아 02110 / 서울 다 10587
  • 등록일 : 2012-05-09 / 2012-05-08
  • 발행일 : 2012-07-06
  • 발행인·대표이사 : 이남석
  • 편집인 : 양재찬
  • 편집장 : 이윤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병중
  • Copyright © 2020 더스쿠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hescoop.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