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 인 | 국제시장

▲ 영화‘국제시장’의 장면들.
가장 힘들고 가장 격동기적인 시대를 살아온 가장 평범한 우리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했다. 1950년 한국전쟁 때문에 부산으로 피난 온 ‘덕수(황정민)’의 다섯 식구는 전쟁 통에 아버지와 헤어지게 된다. 덕분에 아버지를 대신해야 했던 덕수는 고모가 운영하는 부산 국제시장의 수입 잡화점 ‘꽃분이네’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남동생의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이역만리 독일에 광부로 떠난 덕수는 그곳에서 첫 사랑이자 평생의 동반자가 될 ‘영자(김윤진)’를 만난다. 그는 가족의 삶의 터전이 돼버린 ‘꽃분이네’를 지키기 위해 ‘선장’이 되고 싶었던 오랜 꿈을 접고 전쟁이 한창인 베트남으로 건너가 기술 근로자로 일하게 되는데….

한국전쟁이 한창인 1950년 중공군의 참전으로 UN군이 대대적인 후퇴에 나서고 어린 덕수네 가족은 피난을 위해 모두 함경도 흥남부두로 향한다. 하지만 전쟁통에 아버지는 물론 어린 여동생과의 예기치 않은 이별을 맞는다. 이후 단란한 가장의 역할을 어깨에 짊어지게 된 어린 덕수는 철이 들기도 전부터 평생의 단짝이 되는 친구 ‘달구(오달수)’와 함께 구두닦이로 생활전선에 나선다.

‘국제시장’의 연출은 관객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하는 휴머니스트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한 윤제균 감독이 맞았다. 그는 “영화를 시작하면서부터 언젠가는 꼭 가난하고 힘들었던 그 시절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가족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아버지를 바라보며 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세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만든 영화로 관객들이 왜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그 진심을 알아주면 좋겠다”며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했지만 부모와 자식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영화의 내용은 오로지 가족을 위해 자신이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포기하고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한다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달구와 덕수 두 콤비는 관객에게 웃음과 감동을 안겨준다. 주제를 결코 벗어나지 않으면서 큰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며느리, 그리고 어머니의 자리를 평생 지켜온 ‘영자’ 역은 영화 ‘하모니’에서 호소력 짙은 모성을 연기한 김윤진이 맡았다. 영화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등 우리나라 1000만 관객 영화에서 빛나는 존재감을 발휘한 오달수가 ‘덕수’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친구 ‘달구’로 나와 환상의 콤비를 자랑한다.

영화에서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덕수’의 아버지로는 장진영이 합류해 묵직한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전쟁통에 남편과 딸을 잃고도 남은 자식을 위해 굳세게 살아가는 덕수의 어머니는 장영남이 맡아 강인하고 깊이 있는 모성애를 그려냈다. 이 밖에도 부산으로 피난 온 덕수의 가족을 따뜻하게 받아준 ‘꽃분이네’ 주인이자 덕수의 고모역으로 라미란이 열연을 펼쳤고, 철없는 사고뭉치 막내 여동생 ‘끝순’ 역에는 김슬기가 참여해 최강의 호흡을 자랑하며 관객에게 유쾌한 웃음은 물론 뜨거운 공감과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guhs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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