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깊어진 불황의 늪

▲ 내년 상반기까지는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몸과 마음이 들뜨는 연말이다. 하지만 내년 경제 전망을 보면 마냥 들떠 있을 수만은 없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세계 시장의 변동성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도 이 영향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저성장ㆍ저물가 기조가 계속될 거란 얘기다. 따라서 위험자산과 경기민감주에 대한 투자는 하반기로 미루는 게 좋을 듯하다.

세계 시장은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3% 내외의 성장과 2.8%의 물가상승률을 기대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진 9월 이후부터 2015년 세계 경제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는 잇따라 하향조정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저성장ㆍ저물가라는 구도가 쉽게 개선될 것 같지 않아 시장이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는 거다. 이런 다양한 제약 요인들로 하나대투증권은 당초 3.8%로 예상했던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5%로 하향조정했고, 내년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기존 1.8%에서 1.6%로 낮췄다. 사실 고용과 제조업 지표 등을 보면 미국 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들의 경제여건이 그다지 개선될 것 같지 않는다는 거다. 

저성장ㆍ저물가 기조, 상반기까지 유지

일단 선진국 경제가 아직 취약하다. 실제로 시장에서 유로존의 역내 기초체력은 상당히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푸틴의 독재적 국정운영, 과도한 규제, 부정부패와 그에 따른 정치불안 등 러시아의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일본은 고령화와 재정부담의 문제를 안고 있다. 때문에 시장은 1% 내외의 저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흥국도 다르지 않다. 과잉투자의 부담도 있고, 내년 2분기 말로 예정돼 있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출렁일 위험도 있다. 일단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 B)의 금리인상 신호가 잡힌 이후, 미국 달러는 지속적인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원자재 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향후 원자재 가격 하락은 원자재 수출국과 공산품 수출국에 각각 차별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이로 인해 신흥국의 변동성 위험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보면 시장의 불안요소로 인식될 공산이 크다.

 
이런 대내외의 불안정성과 내수의 취약성 등 제약 요인들을 감안하면 한국도 이 영향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인 요인이 없는 건 아니다. 유로존의 재정긴축 완화, 중국의 추가 금리인하 등 글로벌 경기부양 기조는 재차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제성장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 FRB가 저물가를 감안해 금리인상을 서서히 할 것으로 보여 미국 금리정상화의 우려는 하반기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본과 유사하게 우리나라에서도 제조업 공동화(원가절감을 위해 노동집약적 산업을 제3세계 국가로 이전하는 것)가 진행되고 있어 대외환경의 개선이 국내에 미칠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ITㆍ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제조업 제품의 약 20%는 중국ㆍ동남아 등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 경기가 점차 회복되더라도 국내 수출의 견인력과 내수경기에 미치는 파급력은 낮을 수밖에 없다. 이후에도 대외환경 개선에 따른 낙수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또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 부담이 소비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국내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정부가 유도하는 주택시장 회복이 건설경기에는 우호적일 수 있지만, 유동성 위기를 겪은 남유럽처럼 우리나라도 부채부담에 따른 유동성 제약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 증가 등을 감안하면 전체 소비ㆍ지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률도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이미 저물가에 익숙해 있다. 담뱃값 인상 등의 정책적인 물가상승 요인이 있어 마이너스 물가를 뜻하는 엄밀한 디플레이션은 아니다. 

 
상반기는 조심, 하반기 공략

하지만 전반적으로 국내외 수요 견인력 약화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저물가 경계감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1%로 추락한 물가상승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제조업 가동률과 유사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저성장 압력으로 대내외 수요가 감소하고, 현지 생산과 해외투자가 늘어나다보니 국내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수요가 줄면서 물가하락 압력이 커지고, 그만큼 가격인하 경쟁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하락도 저물가 기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근 몇 개월간 원ㆍ달러 환율이 올랐지만(원화가치 하락) 원자재 가격 하락속도가 더 빨라져 전반적인 수입 물가도 떨어졌다. 특히 국제유가는 전년 대비 20% 이상(원화로 환산했을 경우) 하락했고, 에너지 가격 하락은 전반적인 생산자물가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저물가를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하나대투증권은 내년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존 1.8%에서 1.6%로 낮췄다. 이는 0.6%포인트 내외로 추정되는 담뱃값 인상 등 정책적인 외부 요인까지 제외하면 1% 내외에 물가상승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이고, 자생적인 인플레 압력 요인들은 여전히 미약하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FRB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변동성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국내 경제는 저성장ㆍ저물가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런 시사점들을 감안해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전략은 다음과 같이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정부의 경기부양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선진국들이 재정정책을 다시 시도하는 흐름에 따라 한국 정부 역시 기업들의 현금 지출을 유도하는 정책을 좀 더 강화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1월에는 한국은행 역시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고,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국내외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하락세의 주식시장을 떠 받쳐 줄 것이다.

한편, 국내 위험자산과 경기민감주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은 내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경제성장과 소비자물가의 합을 감안할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는 명목경제성장률이 4%대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명목경제성장률이 5%대로 높아지려면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가 끝나는 하반기에나 가능하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명목경제성장률이 5~6% 이상일 경우에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개선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중 목표 수익률을 공격적으로 높여가기엔 다소 힘들어 보인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jyso30@hanafn.com  
정리 |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