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의 부활, 그러나…

▲ 미국의 소비심리가 강한 회복세를 띠고 있다. 사진은 장난감 가게 토이저러스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미국 소비자의 모습. [사진=뉴시스]
2008년 ‘리먼 사태’에서 빠져나온 ‘불황 바이러스’가 세계 경제를 얼렸다. 유로존은 도미노처럼 마비됐고, 신흥국의 수출전선엔 먹구름이 끼었다. 그로부터 7년, ‘불황의 근원지’ 미국이 회복세를 타고 있다. 경제지표는 물론 실물경기에도 봄바람이 분다. 주목할 점은 미국의 ‘회복 바이러스’가 글로벌 경제에 전이되느냐다. 아쉽게도 가능성은 희박하다.

1990년대 중반,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급부상했다. 세계 각국은 환골탈태한 중국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세계의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중국산産 저가제품’ 덕분에 물가상승 압력이 여간해선 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물가 스트레스’를 털어낸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췄고, 재정당국은 재정정책을 맘껏 펼쳤다. 이런 중국의 힘은 2008년 ‘리먼 사태’를 헤쳐나가는 발판으로도 작용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더 이상 중국 덕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임금상승으로 ‘세계의 공장’이라는 위용을 잃은데다 경제성장률마저 예년만 못해서다. 그렇다고 세계 경제가 ‘기댈 언덕’을 잃어버린 건 아니다. 중국의 빈자리를 빠르게 메우고 있는 나라는 있다. 미국이다. ‘미국이 세계 경제를 어려움에서 구출하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ㆍFT)’라는 진단까지 나올 정도다.

무엇보다 경제지표 개선세가 뚜렷하다. 2014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4.6%(연율 기준 5.0%)를 기록했다. 2003년 3분기 이래 최대 성장률이다. 예상치 4.3%보다도 0.3%포인트 높았다.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 지수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리먼 사태’가 터진 직후인 2008년 12월 31일 33.3까지 추락했던 ISM지수는 2014년 11월 30일 58.7로 껑충 뛰어올랐다. [※ 참고: 이 지수는 ISM이 매월 첫째 영업일에 발표하는 미국 실물경제의 대표적 선행지표다. 50을 넘으면 미국 제조업 경기가 확장된다는 의미다.]

꽁꽁 얼어붙었던 고용시장에도 ‘봄제비’가 날아들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11월 비非농업부문 취업자수는 32만1000명을 기록, 2012년 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실업률은 2009년 10월 31일 10.1%에서 2014년 11월 30일 5.8%로 크게 떨어졌다. 유령 같던 경기회복세가 ‘눈에 보이는’ 고용시장에 나타난 셈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지표는 미국경제 부활의 ‘바로미터’ 부동산이다. 한편에선 미국의 20 14년 11월 신규주택 판매건수가 전월비 1.6% 줄었다며 ‘부동산 봄바람론論’을 깎아내리지만 이는 단견短見이다. 미국의 연도별 부동산(주택ㆍ건설 등) 통계를 보면 얘기가 180도 달라진다. 신규주택 판매건수는 2010년 월 평균 32만916호에서 2014년 43만3700호로 크게 늘어났다.

중국의 빈자리 메우는 미국

건축허가 건수 역시 같은 기간 60만3416건(월 평균)에서 101만7000건으로 68.8% 증가했다. 건축허가 건수가 월 평균 100만건을 넘은 건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칠흑 같은 불황터널에 갇혀 있던 미국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훈풍을 견인하는 원동력은 여럿인데, 그중 하나는 ‘미국 제조업과 수출의 부활’이다. 셰일가스의 개발로 제조원가가 떨어져 수출전선엔 드라이브가 걸린 거다. 덩달아 미국 경제지표는 콘크리트처럼 단단해졌다. 미 상무부 자료를 보면, 미국의 GDP 성장률 중 20%는 수출이 이끌었다.

살아난 소비심리도 부활 원동력이다. 톰슨로이터-미시건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4년 12월 미국 소비자의 심리지수는 93.6을 기록, 5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톰슨로이터의 리처드 커틴 수석조사관은 “일자리 증가, 임금상승 등에 힘입어 미국의 소비자 심리지수가 크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기준금리 인상의 관점을 ‘상당 기간 초저금리 유지’에서 ‘금리인상 전 인내심’으로 바꾼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준이 미국의 소비심리회복에 자신감을 가졌다는 거다.

이제 주목할 점은 미국 경제의 ‘회복 바이러스’가 세계 경제에 전이되느냐다. 2008년 리먼 사태의 ‘불황 인자’가 글로벌 경제를 전염시켰듯 말이다. 아쉽게도 가능성은 희박하다. 워싱턴포스트가 비평했듯(2014년 12월 2일) 미국 경제는 ‘세계 경제의 외로운 기관차’일 뿐이다. 유로존ㆍ중국ㆍ일본 등 다른 국가의 회복세는 더뎌도 지나치게 더디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GDP 성장률이 5.0%(연율 기준)를 찍은 2014년 3분기 유로존은 0.2%, 일본은 마이너스 1.9% 성장하는 데 그쳤다. 중국 역시 2015년 GDP 성장률이 7%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

‘강强달러 리스크’도 무서운 변수다. 미국경제의 회복에서 기인한 ‘달러강세’가 수년간 부채를 쌓아온 신흥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미국의 회복 바이러스를 막는 ‘침체 백신’의 위력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참고 : 커버스토리 파트2 유로존, 파트3 중국 참조].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2015년 상반기까진 글로벌 경제에 강한 회복세가 감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외로운 질주만으론 불황 탈출이 어렵다는 얘기다. 2015년, ‘장밋빛 전망’은 아직 없다.
이윤찬 더스쿠프 기자 chan487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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