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션 핀테크 경제학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핀테크(금융+기술)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선 금융산업의 규제와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발전이 늦어지고 있다. 하지만 결국 핀테크가 금융산업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성장할 공산이 크다. 해외 핀테크 산업의 현 주소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국내에서 간편결제로 잘 알려진 핀테크의 성장가능성이 기대된다.[사진=뉴시스]
최근 핀테크(FinTech)가 IT기업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2014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문제 해결 지시’ 발언을 기점으로 핀테크가 국내에서도 이슈로 떠올랐다. 핀테크는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다.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온 전통적인 금융기관과 달리 IT기술에 기반 한 새로운 금융 분야를 말한다.

국내에서 간편결제로 잘 알려진 지급결제 서비스는 핀테크로 이목을 쏠리게 만든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를 가장 성공적으로 달성한 서비스가 ‘페이팔’과 ‘알리페이’다. 페이팔은 현재 약 1억5000명의 회원 보유하고 있으며 연간 215조원의 결제액을 기록하고 있다. 알리페이의 회원수는 약 3억명, 연간 결제규모는 650조원에 달한다. 또한 애플도 2014년 10월 애플페이를 출시하며 스마트폰 기반의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결제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하지만 핀테크가 단순히 지급결제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핀테크의 더 큰 성장가능성은 그 너머에 있다. 핀테크는 결제ㆍ송금 등의 지급결제뿐만 아니라 예금대출ㆍ자산관리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해외의 핀테크 발전사례를 보면 지급결제 서비스는 핀테크의 시작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익모델이 간단하고 확보한 이용자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도 쉽기 때문이다.

알리페이의 다음 모델 ‘위어바오’

알리페이를 통해 중국의 이용자 트래픽을 장악한 알리바바의 다음 비즈니스 모델은 ‘위어바오(yuebao)’다. 위어바오는 중국에서 개인이 은행에 돈을 맡겼을 때 받을 수 있는 예금이자보다 은행간 단기금리(Shibor)가 더 높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운영방법은 이렇다. 알리바바가 자금을 모집해 은행간 차입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운용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차익거래(Arbitrage)로 수익을 올린다.

이를 위해 알리바바는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단기 금융상품을 설계하고 자산운용사 톈홍天弘에 운용을 맡겼다. 알리바바는 알리페이 계좌와 위어바오 계좌를 연계해 알리바바가 보유한 지급결제 이용자 트래픽을 자연스럽게 자산관리 시장으로 연결했다. 소비자가 알리페이에 충전하고 남은 금액을 위어바오에 이체할 수 있게 해 위어바오는 손쉽게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위어바오는 1년 만에 가입자 1억명, 자산총액은 5740억 위안(약 94조원) 규모의 펀드로 성장했다.

‘온덱(OnDeck)’은 2007년 미국에 설립된 온라인 전문 대출 업체다. 이 업체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2억5000만원까지 대출을 해준다. 대출 가능 여부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알고리즘으로 몇 분 만에 판정한다. 은행거래내역ㆍ현금흐름ㆍ신용도는 물론 소셜미디어의 댓글과 평점까지 고려한 평가로 빠르면서도 5%의 낮은 부실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렌딩클럽(Lending Club)’은 2006년 미국에 설립된 개인간 대출(P2P lending) 중개업체다. 개인간 대출이란 돈을 빌려주려는 개인투자자와 돈을 빌리려는 소규모 비즈니스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렌딩클럽은 온라인으로 대출신청을 받아 대출심사를 한 후, 신용등급을 매겨 자사 온라인 플랫폼에 올려놓는다. 개인투자자들은 이 대출 명단을 보고 대부 여부를 결정한다. 대출금리는 신용도에 따라 6~10% 수준으로 결정된다. 2014년 렌딩클럽을 통해 거래된 대출금은 5조원을 기록했다.

핀테크 기업은 새로운 수익구조를 창출해 기존 금융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한편으로는 금융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대체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의 점유율을 잠식하는 효과도 있다. 이런 시장 변화에 전통 금융기업들은 반발하거나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다.


중국 정책당국은 기업 육성을 위해 예금금리를 낮게 유지했다. 이 때문에 중국 소비자는 낮은 예금금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비효율성에서 가장 큰 이익을 얻고 있는 주체는 은행이었다. 이 때문에 위어바오와 같은 대안적인 금융상품의 등장은 기존 은행에게 위협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중국의 은행들은 알리페이를 이용한 서비스의 범위를 크게 제한하는 등 견제에 나섰다. 중국 관영 CCTV의 시사평론가 뉴원신을 통해 “위어바오는 은행의 몸 위를 기어다니는 흡혈귀”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견제와 비난에도 예금이탈은 계속됐다.

반면 이런 시장 변화를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금융회사도 있다. 중국 최대 보험사인 ‘핑안보험’은 과거부터 IT기업이 자신의 경쟁자가 될 것으로 예견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인터넷 분야로의 진출을 시도했다. 그 결과 핑안보험은 2012년 개인간 대출 플랫폼인 루팩스(Lufax)를 출시했다. 2013년엔 알리바바, 텐센트와 합자로 중안 온라인 보험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전자상거래ㆍ모바일결제 등과 관련된 분야에 특화된 보험사로 성장할 전망이다.

프랑스의 BNP파리바는 2013년 온라인 전용 은행인 ‘헬로뱅크(Hello Bank)’를 설립해 모든 서비스를 모바일 환경에서 제공하고 있다. 계좌번호를 휴대폰 번호로 대체하고 SNS를 통해 고객의 불편사항을 상담한다. 지금까지 오프라인 금융거래의 보조수단으로 활용되던 모바일뱅킹을 메인 툴로 격상시킨 것이다. BNP파리바는 이 서비스를 벨기에ㆍ독일ㆍ이탈리아 등 해외 시장 진출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회와 위기를 모두 가진 ‘핀테크’

하지만 핀테크의 발전이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핀테크는 IT기업과 금융회사 모두에게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선사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IT기업에겐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기회가 된다. 가지고 있는 플랫폼의 가치에 비해 수익모델이 충분하지 않았던 IT기업의 입장에선 핀테크가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트래픽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그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하지만 핀테크는 현재 인터넷 선도기업의 입장에서 또 다른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상 핀테크 산업에서는 선도자의 입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강자라도 새롭게 표준이 될 비즈니스를 잘못 판단한다면 경쟁력을 잃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전통적인 금융회사 입장에선 자신의 사업 분야를 IT기업이 넘보는 상황이 됐다. 금융회사에겐 핀테크가 달갑지 않은 변화일 것이다. 특히 기존 시장참여자들 사이의 경쟁에만 집중하던 금융회사는 쉽게 점유율을 잃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전통적인 금융회사에게도 오랜 시간 저성장을 이어오던 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았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빠른 기술의 발전만큼 가파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소비자의 새로운 니즈와 신기술로 가능해지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잘 파악한다면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영환 LIG투자증권 연구원 yhkim0620@lig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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