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킴 스트림라이저 대표

▲ 에릭킴 스트림라이저 대표는 온라인 동영상 분석 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사진=지정훈 기자]
여기 한국 토종 엔지니어가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기업으로 손꼽히는 넷플릭스에 입사했다. 지금은 미국ㆍ호주ㆍ캐나다ㆍ인도네시아에 고객이 있는 온라인 동영상 분석 서비스 업체 스트림라이저의 창업자다. 젊은 엔지니어 에릭킴(46). 그가 다양한 디바이스의 온라인 동영상 분석 기술로 실리콘밸리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를 만났다.

‘ 준비된 자에게는 운이 따른다.’ 온라인 동영상 분석 서비스업체 스트림라이저의 에릭킴 대표를 두고 하는 얘기인 것 같다. 에릭킴 대표는 한국 토종 엔지니어다. 2011년 실리콘밸리에서도 ‘신의 직장’으로 통하는 넷플릭스에 입사했다. 이 회사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비디오 대여ㆍ스트리밍 기업이다. 연 매출은 4조원이 넘는다. 넷플릭스는 인력 채용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그 자리에 딱 맞는 사람들만 뽑아서다. 원하는 인재가 없다면? 공석으로 놔둔다. 이런 넷플릭스가 그를 콕 찍었으니, ‘능력자’라 부를 만하다.

에릭킴 대표는 “넷플릭스가 비즈니스 네트워크 인맥 사이트인 ‘링크드인’에 입력된 내 경력을 보고 먼저 연락을 해왔을 뿐”이라며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에릭킴 대표는 커넥선트(Conexant) ㆍNXPㆍ트라이던트 마이크로 시스템즈(Trident Micro systems) 등 시스템 반도체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경력을 쌓았다. 그는 “이들 회사에서 근무하며 뛰어난 동영상ㆍ방송 기술을 익힌 게 넷플릭스에 입사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실무자부터 최고경영진까지 총 11번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11번의 인터뷰 담당자들이 모두 동의해야만 입사가 최종적으로 결정되죠. 지금 생각해 보면 참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는 넷플릭스에 입사한 보람을 톡톡히 느꼈다. 이회사가 최고의 대우를 해줬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최고 수준의 연봉은 물론 무한한 자유를 주기도 했죠. 휴가도 무제한으로 쓸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의무 없는 자유만 줬다는 건 아니다. 넷플릭스는 최고의 성과를 요구했다. 고용 후 수개월 내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가차 없이 직원을 해고했다. 에릭킴 대표는 이렇게 치열한 내부경쟁에 회의를 느꼈다. 이렇게까지 해서 남을 위해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는 2012년 말 2년 정도 몸담았던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이럴 바엔 창업을 하는 게 낫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다 찾아낸 아이템이 ‘온라인 동영상 분석’ 서비스. 사업이 되겠다 싶었다. 에릭킴 대표는 “TV만 보던 사람들이 몇년 전부터 PC•모바일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프로그램을 시청하더라”며 “다양한 디바이스의 시청 행태를 분석할 수 있다면 아이템이 될 만하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에릭킴 대표가 2013년 4월 온라인 동영상 분석 서비스 업체 스트림라이저(Stream ly zer)를 세운 이유다.

총 11번 인터뷰 통과해 넷플릭스 입사

▲ 에릭킴 스트림라이저 대표는 온라인 동영상 분석 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사진=지정훈 기자]
그는 종자돈 5만불(약 5500만원)과 주변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7만5000불(약 8300만원)로 창업을 했다. 사업을 하기에는 부족한 돈이었다. 다행히 실리콘밸리의 노동 시장은 한국과 달리 유연했다. 실리콘밸리의 최고 엔지니어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창업팀에 합류한다. 높은 연봉을 받지 못하더라도 스톡옵션 등을 받고 일하기도 한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 등을 활용해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기도 한다.

그가 뛰어난 엔지니어들과 함께 회사를 꾸려나갈 수 있었던 이유다. 현재 스트림라이저 인력은 야후와 버라이즌 등 출신의 실력 있는 엔지니어로 구성돼 있다. 에릭킴 대표는 실력 있는 직원들과 일하는 만큼 최고의 대우를 해주려 애쓴다. 높은 연봉 대신 스톡옵션을 챙겨주고 최고의 업무환경도 조성해준다. 직원들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한다. 업무도 탑다운(Top Downㆍ상의하달)이 아닌 바텀업(Bottom Upㆍ하의상달) 방식으로 일한다.

“큰 목표를 세워 놓고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직원들이 세부 업무는 각자 알아서 합니다.” 그는 정해진 방향, 목표대로 가고 있는지만 확인한다.  누구는 ‘실리콘밸리가 창업의 천국’이 아니냐고 말한다. 유명 밴처캐피탈리스트의 문도 활짝 열려 있을 것 같다. 에릭킴 대표는 말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스타트업이 모인 곳이 실리콘밸리입니다. 그만큼 치열한 곳이죠. MITㆍ스탠퍼드ㆍ버클리 출신들은 물론 애플 같은 실리콘밸리 대기업 부사장 출신도 나와서 창업을 합니다. 투자를 받으려면 이런 이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그 역시 필요할 때 투자를 받기 위해 발로 뛰며 파트너(투자자)들을 만나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다행히 한국의 유명 투자사가 최근 투자를 결정했다. 시드펀딩 형태로 조만간 투자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스트림라이저의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한 것이다. 스트림라이저는 이미 다양한 국가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미국(2개)ㆍ호주(1개)ㆍ캐나다(1개)ㆍ인도네시아(1개) 회사가 고객이다. 스트림라이저는 이들 국가에서 월 150만명을 대상으로 PCㆍ모바일ㆍ노트북 등을 통해 시청되는 온라인 동영상을 분석한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통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한 분석을 한다.

상상 초월하는 동영상 분석

이를테면 시청자가 어느 부분에서 동영상을 정지시켰는지 어떤 부분에서 건너뛰고 어떤 장면을 봤는지까지 분석한다. 이렇게 축적한 분석 데이터를 통해 시청자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시장에서 가능성도 무궁무진해 보이는 이유다. 현재 국내 방송사들이 시청자를 분석할 수 있는 툴은 TV시청률에 불과해서다.  전 세계 온라인 동영상 분석 시장은 이제 막 기지개를 피고 있다.

▲ 2014년 3월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실리콘밸리 한국인 콘퍼런스에서 발표 중인 에릭킴 대표(왼쪽에서 세번째).
그가 몸을 담았던 넷플릭스는 2013년 자체 제작한 드라마 하우스오브카드(House of Cards)로 대히트를 쳤다. 넷플릭스가 2500만명이 넘는 자체 사용자를 분석해 드라마를 제작해 만든 게 비결이었다. 앞으로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에 이런 대히트작이 늘어날 것 같다. 스트림라이저의 온라인 동영상 분석 기술을 통해 가능해 보인다. 에릭킴 대표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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