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 | 이케아 광명점 가보니…

조용하던 경기도 광명역 근처가 들썩인다.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의 한국 첫 매장이 들어선 이후부터다. 주말 평균 수만명이 이곳을 찾을 정도다.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에 국내 가구업체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체 이유가 뭘까. 이케아가 무서운 다섯가지 이유를 분석했다.

▲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에 12월 18일 1호점을 오픈한 이케아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세계 최대 가구업체 ‘이케아’가 한국시장에 생각보다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케아 광명점엔 주말에만 3만명가량 방문한다. 2014년 12월 31일 평일 오후에도 이케아 광명점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많았다. 2층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려면 30분을 기다려야 했고, 2층 쇼룸을 지나칠 땐 사람들에 떠밀리다시피 했다.  사람만이 아니었다. 배송차량 역시 분주했다. 이케아의 배송을 담당하는 경동택배 관계자는 “5t 트럭의 배송차량이 하루 10번 정도 나간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5t 트럭이 하루에 5번가량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케아는 두 택배회사를 통해 배송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케아에 음료수를 배달온 음료업체 한 직원도 “오픈 초기라 그런 지 하루 배달하는 음료수 양이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당연히 SNS 공간도 뜨겁다. 이케아 방문기가 곳곳에서 쏟아져서다. 이케아에서 먹은 음식을 자랑하는 포스팅, 이케아의 쇼룸을 통해 인테리어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포스팅도 보인다. 오픈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케아의 데뷔는 성공적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이케아의 ‘힘’을 엿보긴 어렵다. 이케아 광명점에는 ‘무서운 성공전략’이 여기저기 숨어 있다.

①묘한 불편 마케팅 = “너무 멀어 다시는 안 온다.” “매장 안이 너무 복잡하다.” “조립가구라 불편하다.” 이케아에 다녀온 사람들은 각종 불만을 쏟아낸다. 전 세계 42개국에 진출해 있는 이케아의 해외 소비자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국내외 소비자들은 자석에 끌리듯 다시 이케아로 향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렴한 제품가격 때문이다. 이케아 광명점에서 팔리는 보조테이블은 9000원, 암체어(팔걸이 의자)는 3만9000원이다. 그 유명한 빌리 책장은 4만9000원에서 시작한다. 집안을 꾸미는 홈퍼니싱 액세서리는 더 저렴하다.
 
북유럽풍 디자인의 조명등은 2만원, 천연 양털 모피 카펫은 5만9900원에 살 수 있다. 알람시계 같은 소품은 1500원, 곡선옷걸이(8개)는 5900원이다. 어떻게 가능한 걸까. 이케아의 모토는 ‘민주적인 디자인’이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의미로 합리적인 가격이 핵심이다. 이케아의 인하우스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전 가격표부터 받는다. 다른 업체들이 재료와 디자인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것과는 달리 가격을 정한 후 그 한도에 맞춰 최적화된 재료와 디자인을 찾는다.  가격이 저렴할 수밖에 없다.

품질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 특정 제품이 생산에 들어가기까지는 기본적으로 15개 분야의 테스트를 거친다.  스웨덴 엘름훌트 위치한 이케아의 테스트랩은 제품 품질과 안전성 확인을 위해 매년 약 5만건 이상의 테스트를 진행한다. 외주생산을 통해서도 가격을 낮춘다. 이케아는 전 세계 52개국 1046개 업체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이케아의 플랫팩 시스템(물건 포장 형태를 납작하게 하는 것)도 가격을 낮추는 비법 중 하나다.  제품 부피가 줄어들면 운송비ㆍ창고비 등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이는 이케아 가구가 DIY가구(조립식가구)라 가능하다.

②화끈한 무료 마케팅 = 이케아는 ‘홈퍼니싱(Home Furnishing) 기업’이다. 홈퍼니싱은 홈(homeㆍ집)과 퍼니싱(furnishingㆍ단장하는)의 합성어다. 가구를 비롯해 커튼과 벽지ㆍ침구카펫ㆍ부엌용품ㆍ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집 안을 보기 좋게 꾸미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홈퍼니싱 아이템을 보유한 이케아로선 일단 고객들을 매장에 끌어들어야 한다. 이케아가 다양한 고객 유인책을 쓰는 이유다. 그중 하나가 이케아패밀리 제도다. 흥미롭게도 이케아의 회원을 의미하는 패밀리에겐 커피가 무제한 공짜다.

2층 이케아 레스토랑에서 패밀리 카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패밀리 특가 제품도 많다. 이케아의 국내 패밀리가 10만명이 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케아의 패밀리제도에는 ‘적립혜택’이 없다는 점이다. 패밀리 카드만 있으면 공짜 또는 할인혜택이 곧바로 주어진다. 이케아는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더 많은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여 이케아를 경험하게 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 힘은 패밀리, ‘무료 마케팅’에서 나온다.
 
③미로식 매장의 묘미 = 이케아 광명점은 총 5개층이다. 주차장 3개층을 제외한 1ㆍ2층에서 실제 쇼핑이 이뤄진다. 이케아에는 고객들이 정해진 쇼핑동선대로 움직이게 만든다. 2층 쇼룸 입구에서 시작해 1층 계산대로 나오게 만드는 구도다. 흥미롭게도 2층 입구에 들어서면 되돌아 나오지 않는 이상 1층 계산대를 거쳐야 한다. 중간에 출구가 없어서다. 이케아에 방문하면 이케아 전체를 훑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쇼룸 구역에는 이케아의 가구 제품이 진열돼 있다.

▲ 많은 사람들이 이케아를 방문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핫도그다.[사진=이케아코리아 제공]
55㎡(약 16평)ㆍ35㎡(약 10평)ㆍ25㎡(약 7평) 등 실제 사는 집의 크기로 만든 65개의 쇼룸인데, 다양한 인테리어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12번부터 20번까지는 홈퍼니싱 액세서리 구역으로 카펫ㆍ욕실용품ㆍ침구ㆍ생활용수납용품 등이 진열돼 있다. 사실 이케아의 미로식 매장 구조는 일부 소비자들에게 개미지옥이나 마찬가지다. 가령 홈퍼니싱 액세서리 구역에서 작은 조명 하나만 살려고 해도 2층의 쇼룸구역을 반드시 거쳐 계산대가 있는 1층으로 가야 한다.

게다가 이케아 레스토랑은 이케아의 정중앙에 있다. 이케아에서 식사를 하려면 쇼룸구역을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중간 중간 지름길(short cut)이 있지만 이케아의 거대한 매장을 한바퀴 돌아야 한다. 이런 이케아의 미로식 매장 구성은 이케아의 핵심 전략이다. 이케아 매장에 발을 한번 들여 놓은 이상 이케아 구석구석을 경험하게 만드는 거다.

④몸통 흔드는 이케아 푸드 = 이케아 광명점에선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는 의미의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이 벌어진다. ‘스웨덴식 미트볼 먹으러 이케아 방문’ ‘이케아 치킨 정말 맛있다. KFC와 비슷한데 단돈 1000원!?’ ‘2014년 마지막 만찬은 이케아에서’라는 평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이케아는 처음 오픈 3일 동안(12월 16일~18일) 핫도그 1만1000개, 커피 1만잔, 미트볼 6만개를 팔아 치웠다. 이유는 저렴함에 있다.

1층 비스트로에서 팔리는 핫도그와 음료(무제한)는 단돈 1000원이다. 아이스크림은 400원으로 맥도날드(500원)보다 저렴하다. 2층 레스토랑에서 팔리는 음식도 마늘빵(500원)ㆍ킨드럼스틱(치킨닭다리ㆍ1000원) 등으로 저렴하다. 심지어 500원짜리 콩나물국도 있다. 미트볼 10개(5900원), 절인연어(6500) 같은 스웨덴식 메뉴도 제법 싼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재료도 좋은 것을 쓴다.

불고기덮밥에 들어가는 불고기나 스웨덴식 미트볼에 들어가는 고기는 호주산, 연어는 노르웨이산으로 이케아 본사에서 현지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공급받은 재료를 쓴다. 옥종욱 이케아코리아 키친 매니저는 “오픈 초기라 손님들이 많이 몰려 일부 메뉴만 선보이고 있다”며 “현재 70% 정도 공개한 상태로 앞으로 순차적으로 메뉴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한국매장은 스웨덴 메뉴와 한국 로컬 메뉴를 50대50으로 가져갈 것”이라며 “스웨덴식의 연어 라자냐와 스테이크도 조만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⑤한국인을 위한 매장 = 이케아 광명점 내 65개의 쇼룸 대부분은 수십명의 디자이너들이 직접 한국인의 특성에 맞게 꾸몄다. 무엇보다 수납공간 활용을 강조한다. 베란다 벽면에까지 수납장이 배치돼 있을 정도다. ‘아이들 공간’을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방 안에 부모와 아이 침대를 함께 배치하거나 거실에도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가구를 배치해 놓는 식이다. 이케아는 한국 진출 전 한국 가정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이케아는 2년 동안 80여 가구를 방문 조사하고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니즈를 파악했다.
 
그 준비과정을 통해 이케아는 한국인들이 수납공간을 좋아하고, 아이들의 웰빙과 교육에 관심이 많다는 걸 꿰뚫어 봤다. 페트릭 슈르프 이케아 프로젝트 매니저는 “집중적인 조사를 통해 한국인들이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수납가구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가정은 아이들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다”며 “부부 침대와 아이 침대가 함께 놓인 쇼룸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케아의 치밀한 조사는 알찬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픈 기간 이케아 매장에서 가장 인기를 끈 제품 카테고리는 ‘어린이 이케아’였다. 이케아의 한국공략, 이제 시작이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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