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보증금의 냉정한 두 얼굴
소액보증금의 냉정한 두 얼굴
  •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 호수 124
  • 승인 2015.01.0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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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행의 재밌는 法테크
▲ 빚이 늘어가는 시대에 욕망의 다이어트가 절실하다.[사진=뉴시스]

하우스푸어가 50만 가구를 넘어선 지 오래다. 집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았지만 여전히 빈곤에 허덕인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증금이 문제다. 근저당권에 우선한다는 것을 악용한 임차인과 집주인이 늘고 있다.

요즘 살림이 어렵다 보니 늘어나는 것은 빚이다. 가계부채가 2000조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주택 소유자 대부분은 집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은 상태다. 그런데 수입은 줄고 소비는 줄지 않으니 새로이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시 주택을 담보로 돈을 더 빌릴 수밖에 없다. 급기야 빚을 청산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집 주인이 허위 소액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심지어 가짜 임차인을 모집하는 광고도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주택임차인은 소액의 보증금을 다른 담보물권자보다 먼저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임차인은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쳐야 한다. 소액보증금을 낸 임차인은 주로 서민이고, 이런 서민은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사회정의 차원의 배려다. 이에 따라 먼저 설정된 근저당권이 있더라도 소액의 보증금은 근저당권에 우선한다. 소액보증금에 이런 우선권이 주어지자 한푼이라도 아쉬운 집주인은 누군가를 내세워 허위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향후 경매절차에서 최우선으로 배당을 받을 요량인 것이다. 하지만 소액보증금을 넣은 임차인이 허위 임대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임차권이 허위라는 것을 입증하면 그 배당을 막을 수 있다.

 
그렇다고 소액보증금을 꼭 돌려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례를 보자. A씨는 빌라 한 채를 소유하고 있고, 집을 취득할 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식당을 운영하면서 자금이 필요해 추가 대출을 받았다. 때문에 대출 금액이 빌라의 시가를 꽉 채웠다. 형편이 너무 어려워 추가로 돈을 융통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알고 지내던 부동산중개인으로부터 아이디어를 듣게 된다. 소액보증금의 경우에는 최우선으로 변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A씨는 부동산중개인의 소개로 B씨와 보증금 1000만원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방 한칸을 임대해 줬다. B씨는 A씨가 빚이 많다는 것을 알았으나 소액보증금은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는 부동산중개인의 말을 믿고 1000만원을 A씨에게 주었다. B씨는 전입신고를 하고 실제 거주를 함으로써 대항력을 갖췄다. 그 후 A씨의 빌라는 경매절차에 넘어가게 됐다. 진짜 임차인인 B씨는 소액보증금을 최우선으로 변제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없다”. B씨는 A씨의 빚이 재산을 초과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일한 재산인 빌라에 임차권을 설정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런 B씨가 보증금을 최우선으로 배당받도록 하는 것은 공평에 반한다. 이에 따라 다른 담보물권자는 B씨가 배당받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처럼 모든 행위에 대한 법적 해석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법적 분쟁이 붙었을 때 ‘사례별’로 검토하는 지혜가 필요한 까닭이다. 1970년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MIT 교수인 폴 새무엘슨은 ‘행복은 소비를 욕망으로 나눈 것’이라는 행복지수 공식을 만들었다. 소비를 늘려 행복해질 수 있지만 반대로 욕망을 줄여 행복해질 수도 있다. 빚이 늘어가는 이 시대에 욕망의 다이어트가 절실하다.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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