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왕섭의 Brand Speech

▲ 간판을 바꿔다는 게 만사가 아닌 것처럼 브랜드도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사진=뉴시스]
브랜드를 철수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읍참마속(제갈량이 자신의 심복인 마속을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단칼에 베어버린 일)’처럼 단호하고 신속하게 브랜드를 철수하는 방식이 좋을까. 아니면 서서히 시간을 두고 철수하는 게 좋을까. 정답은 없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가장 좋은 철수 전략이다.

‘읍참마속’형 브랜드 철수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모두 충족했을 때 행하는 게 좋다. ▲시장성과와 수익성이 낮을 때 ▲브랜드 퇴출 시 대부분의 충성고객이 자사 브랜드로 옮겨올 것이 예상될 때 ▲브랜드 포트폴리오 상에서 해당 브랜드의 역할이 모호할 때다.

하지만 그중 일부 조건만 충족한다면 상관관계를 잘 살펴봐야 한다. 예컨대 시장성과는 낮지만 수익성이 있는 경우, 시장성과와 수익성은 낮지만 대체 가능성이 없어 (브랜드를 버릴 시) 충성고객들의 이탈이 예상되는 경우, 시장성과와 수익성은 낮고 대체가능성은 크지만 실버 불렛 브랜드(Silver Bullet Brandㆍ브랜드들의 긍정적 이미지 제고를 위한 하위 브랜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경우라면 서서히 퇴출을 꾀하는 게 좋다. 물론 이런 방식은 브랜드를 단칼에 베어내는 것보다 어렵다.

그렇다면 기업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최적화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브랜드 철수 전략은 어떤 게 있을까. 첫째는 퇴출 대상 브랜드를 ‘리포지셔닝(repositioning)’하거나 ‘재활성화(revitalization)’하고, 그 결과를 보며 브랜드 철수를 결정하는 거다. 사실 브랜드의 시장성과가 낮은 건 고객의 수요를 이끌어내지 못해서다. 하지만 전략적 판단을 잘못해 수요 없는 시장에 진입했거나 브랜드가 의도하지 않았던 시장에 들어가 수요를 끌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브랜드 철수를 하는 것보다 의도한 시장과 현재 시장이 부합하는지, 그 시장에 적정한 수요가 있는지를 따져 보는 게 우선이다. 만약 전략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면 브랜드를 철수하는 게 맞지만, 전략적 실수의 문제라면 브랜드 리포지셔닝을 통해 브랜드를 적절한 시장으로 옮겨놔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브랜드가 어떤 시장에 들어가면 그 시장에 이미지라는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브랜드 이름만 남겨 놓고 제품ㆍ디자인 등 브랜드 구성요소를 모두를 바꿔 시장에 다시 진입하는 재활성화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는 경쟁력 있는 자사 브랜드와 퇴출 대상 브랜드를 ‘인수ㆍ합병(M&A)’하는 거다. 퇴출 대상 브랜드라도 브랜드 자산이 강한 브랜드와 결합하면 후광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시장성과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 브랜드는 철수해야 한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보유한 브랜드와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으로 M&A를 하면 자칫 두 브랜드 모두에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만약 두 브랜드 간 연계성이 낮고, 가치 동질화 가능성이 적다면 강력한 브랜드는 고유의 핵심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퇴출 대상 브랜드는 이질적 가치 충돌로 그나마 갖고 있던 고유의 가치를 잃을 수 있다.

셋째는 ‘대체 브랜드’를 시장에 투입하는 전략이다. 사실 가장 간단한 전략이지만 새로 투입한 브랜드가 퇴출 브랜드를 대체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더 복잡하고 심각해진다. 따라서 퇴출 브랜드의 충성고객을 대체 브랜드로 전환하면서 새 고객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공존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 유통 비용이 다소 발생할 수 있는데, 퇴출 대상 브랜드에 마케팅 자원을 추가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퇴출 대상 브랜드에 더 이상 마케팅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퇴출 브랜드가 시장에 있는 상태에서 대체 브랜드를 투입하는 전략이 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임왕섭 브랜드 컨설턴트 kingp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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