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에도 물가 안 오른 이유
정부가 2015년 1월부터 담배가격을 80%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2014년 9월 정부 발표 이후 물가채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담배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됐음에도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물가채 가격이 하락한 데는 3가지 이유가 있다.
2015년 새해는 담뱃값 인상을 시작으로 대중교통요금ㆍ자동차세ㆍ건강보험료에서부터 라면ㆍ생수 등 대표적인 서민 식품의 가격 인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현재 1050원인 지하철과 시내버스 기본요금을 1250~135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세도 올해 50%를 시작으로 2017년에 100%까지 인상된다. 올 1월부터 건강보험료가 평균 1.35% 오른다.지난해 돼지고기값 폭등으로 햄에 이어 냉동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대표적 서민 음식인 라면도 올 1분기 가격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코카콜라는 2014년 12월 1일부터 주요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5.9% 인상했다. 버거킹은 같은 해 12월 20일부터 대표메뉴인 와퍼의 가격을 5000원에서 5400원으로 올렸다. 물가상승의 신호탄은 담뱃값 인상이었다.
담배가격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인상되고 첫날인 1월 1일, 서울 시내 대부분 편의점에서는 담배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다. 담뱃값이 대폭 오른 탓인지 담배를 찾는 손님들이 크게 줄기도 했지만 간간이 찾는 손님조차 물량이 없어 발길을 돌려야했다. 대부분 편의점의 담배 진열대가 텅 빈 가운데 일부 편의점은 정식 발주가 아닌 가임차 형식으로 수십 보루가량을 공급받는 등 긴급 수혈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대형마트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마트 왕십리점의 담배 진열대는 텅 빈 채로 “1월 1일 정부의 담뱃값 인상 정책으로 조기 품절됐다”는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성동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어젯밤 12시까지 손님이 몰려 담배를 닥치는 대로 다 사갔다”며 “그러다 인상된 가격이 적용되는 자정부터 담배 판매가 딱 끊겼다”고 말했다. 동작구의 한 편의점 점장은 “담배를 사는 사람이 확연히 줄었다”며 “사가는 사람들도 ‘많이 올랐다’고 성화를 부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던힐 등 일부 가격이 오르지 않은 담배를 찾는 시민이 부쩍 많아졌다”고 귀띔했지만 이마저도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다.
2014년 9월 11일. 정부는 “2015년 1월부터 담배가격을 80%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담배는 소비자물가지수의 0.77%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 결과, 담배 가격이 80% 오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0.62% 상승한다. 그런데 정부발표 후 물가채 가격은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하락했다. 담배가격 인상을 발표한 2014년 9월 11일 이후 물가채 금리는 0.1%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10년 국채금리가 0.39%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참고: 채권가격과 채권금리는 역관계다.] 담배가격 인상에도 물가채 가격이 오르지 않은 덴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다른 품목의 가격이 하락한 게 영향을 끼쳤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 지출이 큰 500여가지 품목의 가격지수로 구성돼 있다. 담배가격상승률이 소비자물가지수에 영향을 끼치려면 나머지 품목의 가격이 변동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2015년 저유가 덕분에 대부분의 품목 가격이 하락한다면 담배가격 인상에 따른 지수상승 0.66%포인트를 상쇄할 전망이다.
둘째는 물가 하락 기대감이다. 현 시점에서 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해도 물가가 떨어질 거라는 기대감이 감돌면 이는 물가채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된다. 소비자물가 변동에 따른 물가채 원금상승분은 만기에 가서 한꺼번에 받는다. 따라서 소비자물가가 상승해도 이후 물가가 하락한다면 이전에 발생한 원금증가분이 상쇄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셋째는 물가채의 낮은 이표율(채권금리) 때문이다. 물가채는 이표율이 1%대에 불과하다. 물가지수상승에 따라 조정된 원금을 바탕으로 이자가 계산되지만 이표율이 낮기 때문에 현 시점의 물가상승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는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특성으로 소비자물가지수의 부분적인 가격 상승이 물가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2015년 이후 발행분부터 물가채에 세제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개인투자 수요를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이처럼 물가채에 투자해야 할 유인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물가채 수요도 동일한 이유로 감소하고 있다. 향후 물가상승 기대가 크지 않고 물가상승 보상을 받으려는 수요가 적어 미국 물가연동채권 펀드에서 자금유출이 잇따르고 있다. 향후 국내 물가연동채권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려면 유가가 의미 있게 반등하거나 세금혜택이 부여돼야 한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되는 한 2015년 물가채 가격 상승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정리 | 최범규 더스쿠프 인턴기자 cbg@thescoop.co.kr, 도움말 | 이미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최범규 인턴기자
cb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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