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기업만 소비자를 고객으로 모셔야 하는 건 아니다. 소비자 역시 기업이나 판매자를 고객으로 인식하고 고객 대우를 해줘야 한다. ‘고객이 왕’이라는 말 때문에 혹시 자신이 높으신 분高客이 된 거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수술실에서 환자를 수술대에 눕혀놓고 케이크에 촛불을 켜놓은 채 생일파티를 하던 모 성형외과 간호사들 사진이 신문에 났다. 그 사진의 출처는 그 자리에 있던 당사자 중 한명이 자발적으로 게시한 SNS다. 아마도 수술을 끝낸 동료를 위해 선의로 준비한 파티였을 테고 이 사건이 해당 병원 수술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 고객은 나를 제외한 모든 이를 말한다. 모든 사람을 '고객'으로 대우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사진=뉴시스]
도대체 고객서비스란 뭘까. 고객 서비스를 약속하는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고객서비스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많은 직장인에게 고객서비스는 귀찮은 부가업무이거나 고객을 직접 만나는 접점부서 직원들에게나 필요한 업무다. 주요 내용은 “일단 고객에게 친절하라”는 것이고 다음은 “음… 뭐였더라” 싶은 그런 것이다. 고객서비스의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고객에게 잘 해야 우리 제품을 사줄 터이니 적어도 고객을 자극하거나 기분 나쁘게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고객 서비스의 핵심은 ‘고객’을 대하는 모든 사람이 ‘자기가 맡은 바 할 일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각자 해야 할 일을 확실하게 하면 되는데 굳이 고객서비스 마인드를 가지라고 하는 이유는 고객의 마음이 내 맘 같지 않아서다. 나는 충분히 예쁘게 만들었고 나는 충분히 깨끗하게 청소했으며 나는 충분히 빠른 시간 내에 일을 처리해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고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게 고객서비스 마인드를 가지라는 이유다.

고객을 위해 제품을 만들고 고객과 의사소통하고 고객에게 물건을 팔고 고객의 불평을 처리하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의 전 과정에서 정말 이게 고객이 원하는 바로 그 방식인가를 진지하고 고민하고 물어 확인하는 게 고객서비스다.  잠깐, 광의로 보면 여기서 ‘고객’은 나 아닌 모든 사람이다. 우리는 직접 마주보는 판매자나 소비자가 아니더라도 여러 인연으로 얽히고설켜 있다.
 
직장인들은 직장 내에서 동료와 상사, 그리고 부하라는 내부고객을, 직장의 일원으로서는 우리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라는 외부고객을 가지고 있다.  정부기관이나 지자체는 국민이나 시민, 학교는 직원과 학생, 가족들은 엄마, 아버지, 남편, 아내, 자식이라는 고객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맡은 바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는 궁극적으로 내가 아닌 상대 고객이 판단해야 할 문제다. 따라서 고객 서비스는 끊임없이 상대의 니즈와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고객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는 기업과 기관의 모든 구성원이 내외부 고객을 위한 서비스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소비자들도 제품과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는 기업이나 판매자를 고객으로 인식하고 고객 대우를 해줘야 한다. 그들 역시 소비자를 위해 제품을 만들고 운반해주고 불만전화를 받아 해결해주는 고객, 우리를 다시 돌아봐주는 고마운 고객顧客이다. 시장에서 ‘고객이 왕’이라는 말 때문에 혹시 자신이 높으신 분高客이 된 거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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