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 퇴출 논란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이 갑자기 해임됐다.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분노를 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부회장은 2013년 여름부터 롯데 계열사 지분을 매입,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후계자 경쟁’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로써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의 대권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한결 커졌다. 신동주 부회장의 ‘미스터리한 해임’을 살펴봤다.

2013년 여름. 롯데가家 형제 사이에 이상기류가 형성됐다. 주식매입을 통해 서로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해 8월 9일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은 롯데제과 주식 643주(지분율 3.48%→ 3.52%)를 사들였다. 2003년 이후 10년 만에 롯데 계열사 지분을 늘린 것이다. 신동주 부회장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장남으로 일본 롯데를 경영하고 있다. 신동주 부회장의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2013년 초부터 그해 여름까지 롯데케미칼ㆍ롯데제과ㆍ롯데칠성 주식을 매입했다. 이 역시 10년 만이다.

당연히 ‘대권경쟁’ 소문이 떠돌았다. 신동주 부회장이 지분을 꾸준히 매입한 롯데제과는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핵심 계열사였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 반. 일본 현지에서 신동주 부회장이 일본롯데 계열사 3곳의 임원직에서 해임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롯데홀딩스는 2014년 12월 26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신동주 부회장을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 등 3개 임원직에서 해임했다.

롯데상사는 일본 내 롯데 물류사업을 담당하는 롯데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매출액 1조원이 넘는 회사다. 일본롯데 자회사 가운데 핵심 회사로 분류된다. 신동주 부회장은 1월 8일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자리에서도 해임됐다. 일본롯데홀딩스는 “8일 열린 임시주총에서 신동주 부회장의 이사 해임이 승인됐다”고 9일 밝혔다. 일본롯데 홍보ㆍ선전부는 해임 이유에 대해 “이사회의 결정 사항이므로 상세하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국내 롯데그룹도 “일본과 교류가 없어 자세한 파악은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왼쪽)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사진=더스쿠프 포토]
하지만 그룹 창업자의 장남이 롯데홀딩스의 주력기업 경영진에서 물러난 건 놀랄 만한 소식이다. 더구나 그룹 차원에서 아무런 이유를 밝히지 않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의사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그동안 장남 신동주 부회장은 일본롯데, 차남 신동빈 회장은 한국롯데의 경영을 맡는 식으로 역할을 정리했다.

한국롯데와 일본롯데는 해외시장도 지역을 나눠 공략하는 등 서로 간의 영역을 지켜왔다. 신동주 부회장이 경영진에서 물러난 일본롯데와 롯데상사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여전히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동주 부회장의 자회사 임원직 해임으로 후계구도가 신동빈 회장 쪽으로 기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롯데까지 장악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산케이産經신문은 1월 9일 인터넷판을 통해 신동주 부회장의 해임을 ‘창업자 장남, 경영진에서 추방했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산케이는 “창업자의 장남이 사실상 그룹 경영진에서 추방됨에 따라 향후 경영체제가 불투명해졌다는 견해도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분위기상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주 부회장 해임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신동주 부회장이 롯데제과 지분을 사들인 것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3년 기준 한국롯데 매출(83조원)은 일본롯데(5조7000억원)의 약 15배다. 한편 신동주 부회장은 9일 방한해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등과 함께 신년 가족모임을 가졌다. 해임과 관련된 얘기가 오갔을 가능성이 크지만 가족모임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조모 기일에 맞춰 방한했을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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