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 세계 전자시장을 지배했던 소니는 비대해진 조직규모를 감당하지 못해 위용을 상실했다. [사진=뉴시스]
무서운 포식자 공룡은 흥미롭게도 우리에게 ‘생존전략’의 중요함을 알려준다. 그것은 바로 ‘KISS’와 ‘SEX’인데, 조잡한 성性 이야기가 아니다.
KISS는 Keep It Simple, Speedy를, SEX는 Structure EXchange의 머릿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조직구조를 간단하고 빠르게 만들어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우일 대우M&A 대표한때 지구상의 최상위 지배자로 군림했던 공룡恐龍. 글자 그대로 모든 생물을 공포에 떨게 했던 무시무시한 포식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강력했던 동물이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가끔씩 발굴되는 화석이 된 뼈를 제외하곤 말이다. 천적도 없던 지배자 공룡이 일순간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학자들이 주장한 멸종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설은 지구와 운석의 충돌 이후 발생한 먼지가 대기를 덮어 저기온 현상이 발생했고, 그 결과 공룡이 멸종했다는 거다. 둘째는 새로운 세균에 면역체계를 갖추지 못해서, 셋째는 천재지변 멸종설이다. 이처럼 여러 설이 난무하지만 공룡이 살았던 그 옛날로 되돌아가지 않고선 진실을 알 수 없다. 다만 여기서 주목할 사실이 있다. 하나는 공룡과 함께 지구에 있었던 다른 생물들은 멸종하지 않았다는 거다. 또 다른 하나는 목ㆍ다리ㆍ몸통ㆍ꼬리 등에 비해 공룡의 머리가 상당히 작았다는 점이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환경과 몸의 상호관계를 분석ㆍ검증해 새로운 생존방법을 터득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진화과정을 주도하는 조직은 머리다. 그런데 공룡은 어찌 된 영문인지 머리 부분이 진화하지 못했다. 몸통에 비해 지나치게 작은 뇌구조 탓에 생존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들어낼 수 없었던 거다. 이렇게 전략적 사고를 못하는 공룡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지 못한 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흥미롭게도 우리는 공룡의 실패에서 조직의 중요한 생존전략 ‘KISS’와 ‘SEX’를 도출할 수 있다. 조잡한 성性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KISS는 Keep It Simple, Speedy를, SEX는 Structure Exchange의 머릿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다. 조직구조를 간단하고 빠르게 만들어야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례없는 불황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생태계에서 기업이 살아남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지갑을 열지 않는 소비자 탓에 제품이 팔릴 리 만무해서다. 수많은 기업들이 늙고 비대한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 구조조정을 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박근혜 정부가 갈수록 비대해지는 건 위험해 보인다. 공직사회 개혁, 재난안전체계 강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지만 조직은 비대할수록 순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종전 17부3처18청 체제에서 17부5처16청 체제로 개편된 박근혜 정부에선 62만2172명의 중앙부처 공무원이 근무하게 됐다. 전년보다 740명이 증가한 결과다.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정치학) 교수는 한 언론에서 “조직이 비대해지면 효율성이 떨어진다” 고 지적했다. 윤성이 경희대(정치외교학) 교수 역시 “정부 조직이 커질수록 업무 조정이 어려워진다”고 꼬집었다. 공룡의 멸망, 그 원인을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할 때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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