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2015년 투자맵

투자자에게 ‘기관의 행보’는 중요하다. 기관이 어디에 베팅을 하느냐에 따라 주식시장의 판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빅3 기관의 2015년 투자맵을 그려봤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체자산과 해외주식 투자비중 확대’다.

▲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는 2015년 대체자산과 해외주식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지난해 2011.34포인트로 시작했던 코스피는 4.79% 하락한 1915.59포인트로 2014년을 마감했다. 코스닥은 같은 기간 499.99포인트로 시작해 542.97포인트를 기록하며 8.59% 상승 마감했다.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 기대감으로 인한 상승동력은 약해지고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코스피는 2014년에도 박스권 돌파에 실패했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ㆍ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증시 내에서도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 엔화 약세 등 거시경제 환경에 대한 우려와 내수부진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소외된 주요 이유다.

2014년에는 외국인ㆍ기관ㆍ개인 중에서 외국인만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수(4조676억원)를 기록했다. 그 기간에 기관은 6934억원, 개인은 2조8362억원을 순매도했다. 2014년 상반기 꾸준한 매도를 이어가던 기관은 지수 하락 이후 순매수를 늘리면서 순매도 규모가 많이 줄었다. 최근 몇년간 기관의 수급 상황을 보면, 연기금과 보험이 기관 수급의 안전판 역할을 했다. 금융투자와 은행, 투자신탁 등은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매수와 매도의 변동성이 컸다. 반면 연기금과 보험은 꾸준히 투자자금이 유입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주식시장 상황과 큰 관련없이 순매수를 유지했다.

해외주식 비중 늘리는 국민연금

연기금의 순매수 확대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국민연금이다. 2000년 25조원에 불과했던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은 지난해 9월 현재 457조원으로 커졌다. 2015년말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은 532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국민연금이 주식자산의 비중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는 거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비중은 2000년 10%에서 2014년 9월 19.1%로 9.1%포인트 늘어났다.

국민연금은 중장기 자산배분안에 따라 2015년에는 국내채권 비중을 1.3% 줄이고 해외 주식을 1.1% 늘릴 계획이다. 국내주식의 투자비중은 2014년과 같은 20%지만 운용자산이 늘어남에 따라 약 9조3000억원이 국내주식에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9조3000억원은 예상치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자산배분전략은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사학연금도 규모 확대의 국면에 돌입했다. 2000년 2조원이던 운용자산은 2014년 10월 12조원으로 증가했다. 2000년 전체 자산의 76%를 차지했던 채권자산 비중은 지난해 10월 50%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주식자산의 투자 비중은 같은 기간 16%에서 26%까지 증가했다. 사학연금의 해외주식 투자는 2008년 시작됐다. 사학연금은 중기적으로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고 채권 비중을 줄일 계획이다.

밑그림은 이미 그려놨다. 사학연금은 대체투자ㆍ해외주식ㆍ해외채권의 전문성을 증대하기 위해 2014년 9월 해외투자팀을 신설했다. 해외투자팀은 해외주식ㆍ해외채권ㆍ간접투자상품 운용을 맡고 있다. 기존에는 주식운용팀ㆍ채권운용팀ㆍ위탁운용팀에서 해당 자산에 대한 해외업무를 담당해왔다. 지난해 10월 기준 해외채권의 운용규모는 3225억원, 해외주식의 운용규모는 5970억이다. 2014년 12월엔 대체투자팀의 조직도 개편했다. 기존 대체투자팀은 사모펀드(PEF)와 원자재 투자를 맡는 기업금융팀과 부동산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맡는 실물투자팀으로 나눠져 있었다. 실물투자팀은 사학연금의 본사 이전으로 여의도 사옥을 재건축하는 업무도 맡게 됐다.
 

▲ 2014년에도 코스피는 박스권 돌파에 실패했다.[사진=뉴시스]

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2분기말 기준으로 17조80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교직원 공제회는 지방행정공제회ㆍ경찰공제회 등 공제회 가운데 운용규모가 가장 크다. 하지만 회원에게 지급하는 급여율보다 투자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수익률 제고부담이 커지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2013년 18.4%였던 대체투자 비중을 2014년까지 20.2%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체투자 중에서는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사모대출이나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모두 가진 상품)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11월 기관투자자로는 최초로 해외주식랩에 2000억원을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2015년부터 수익자의 단독펀드 운용이 금지되면서 기관투자자가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 등 일임계약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교직원공제회는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을 거래증권사로 선정하고 해외 현지 운용사 8곳에 자금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신규 투자 확대 가능성 솔솔

국민연금ㆍ사학연금ㆍ교직원공제회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는 2015년 대체자산과 해외주식 비중을 확대할 전망이다. 특히 배당주ㆍ가치주ㆍ사회책임투자 등 신규 투자 유형의 투자 확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주식 신규 유형의 성과를 비교ㆍ평가할 벤치마크 지수를 만들기 위해 배당주ㆍ가치주ㆍ사회책임투자 등 3개 신규 투자 유형의 지수사업자 3곳을 선정했다.

배당주 지수사업자는 한국거래소, 밸류(가치)형 지수사업자는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사회책임투자(SRI) 지수 사업자는 에프앤가이드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국민연금은 1월 말까지 각 유형별 지수 테스트를 거쳐 벤치마크로 활용할 지수를 최종 확정하고 각 사업자와 최종 계약 체결할 예정이다. 2월부터는 신규지수를 공표하고 2분기부터는 신규 투자 유형으로 자금을 집행할 계획이다.

배당주ㆍ가치주ㆍ사회책임투자 유형은 기관투자자의 투자 수요가 있었던 투자 유형이었다. 하지만 벤치마크 선정의 어려움이 투자의 걸림돌이었다. 국민연금이 신규 지수를 개발해 배당주ㆍ가치주ㆍ사회책임투자 유형의 벤치마크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 연기금ㆍ보험사 등의 해당 유형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 hujung.kim@tongy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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