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거장의 부유세 논쟁

피케티 교수가 자신의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주장한 부유세 도입을 둘러싼 찬반논쟁이 거세다. 빌 게이츠 MS 창업자에 이어 이번엔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까지 피케티 교수의 ‘부유세 도입’ 주장에 반박을 하고 나섰다. 지난 3일 열린 2015년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다. 부의 불균형에 관한 두 거장의 주장을 살펴봤다.

▲ 지난 3일 열린 2015년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그레고리 맨큐 교수와 토마 피케티 교수가‘부유세 도입’ 문제를 두고 논쟁을 펼쳤다.[사진=더스쿠프 포토]

2014년 700여쪽 분량의 경제학 서적이 전세계를 휩쓸었다. 토마 피케티 프랑스경제대학교수가 발간한 「21세기 자본」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후 파격적인 대안을 제시해 ‘피케티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피케티 교수는 소득 불평등의 원인을 ‘자본수익률(r)이 경제성장률(g)보다 항상 높다’는 이론에서 찾았다. 소득 상위 1%가 가져가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게 나타나 소득분배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피케티 교수에 따르면 2009~2012년 경기회복 국면에서 상위 1%가 전체 소득증가의 95%를 독차지했다. 전체 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2년 상위 10%와 상위 1%, 그리고 상위 0.1%는 각각 전체 소득의 50.4%, 22.5%, 11.3%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시기 상위 1%는 가구당 평균소득이 31.4% 증가했지만 하위 99%의 평균소득은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상위 1%가 경기회복의 열매 95%를 독차지했다는 것이다. 1993~2012년 20년 동안 미국의 가구당 평균소득은 17.9% 증가(연평균 0.87%)했다. 하지만 상위 1%의 소득을 제외하면 평균 소득 증가율은 6.6%로 떨어진다. 이는 연평균 0.34%에 불과한 미미한 수치다. 같은 기간 상위 1% 소득은 86.1%, 연평균 3.3%가 증가했다. 결국 20년 동안 경제성장 수혜의 압도적인 비중을 상위 1%가 가져간 셈이다.

피케티 교수는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대담한 제안’을 내놨다. 극소수의 최고 소득에 지금 수준보다 훨씬 더 높은 세율로 과세를 하자는 것이다. 글로벌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는 양극화에 시달리는 전 세계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소득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반론도 거세다. 영국의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는 피케티 교수의 통계분석의 오류를 지적했고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은 피케티의 의견에 반박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블로그에 ‘왜 불평등이 문제인가’라는 글을 올리며 피케티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빌 게이츠는 “소득 불평등 문제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피케티 교수의 논거에 반론을 펼쳤다. “수세기에 걸쳐 상속된 자산이 불평등을 일으키고 있다는 피케티 교수의 생각에는 결함이 있다. 미국 포춘의 400대 부자 명단을 보면 절반 정도는 자신이 세운 기업을 통해 성공한 창업가다. 피케티 교수의 주장대로 1780년에 막대한 토지를 물려받아 임대료로 부를 축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국에서는 사회적 불안정ㆍ인플레이션ㆍ세금ㆍ자선활동ㆍ소비지출 등으로 ‘올드머니’는 오래전에 사라졌다.” 빌 게이츠는 ‘부유세’ 과세보단 기부가 부富의 양극화를 해결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피케티 교수가 주장한 ‘부유세’ 논쟁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2015년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도 계속됐다.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에 대한 토론에 세번째 연사로 참여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r>g 그래서 뭐?(Yes, r>g. So what?)’라는 주제로 피케티의 주장을 반박했다. 맨큐 교수는 “나는 피케티 교수와 그의 책을 존중하지만 그의 결론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주장의 연결고리가 취약하다”고 비판했다. 맨큐 교수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경제성장률이 자본수익률보다 큰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과도한 자본 축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부富를 자신의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수는 있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맨큐 교수가 제시한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꼬리 물고 이어지는 부유세 논쟁

우선 상속인이 물려받은 재산을 계속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는 “음식ㆍ주거ㆍ생존경쟁ㆍ정치ㆍ자선기부 등을 포함하는 소비는 상당한 액수가 될 수 있다”며 “이론과 경험적 증거를 기반으로 할 때 이런 소비는 연 3%의 자본수익률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부의 세습에 따른 자산 축적과 부의 불평등 확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다시 말해 ‘한 가정의 부가 영원히 상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증여와 상속 등의 과정에서 자본 규모가 나눠져 축적되는 자본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재산은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되며 후손의 증가 수만큼 분할된다. 모두가 전형적인 2자녀의 가정을 이룬다고 가정할 때 모든 세대의 자손 수는 2배가 된다. 세대간 차이가 약 35년이기 때문에 자손의 수는 연간 2%의 속도로 성장한다. 이는 연평균 자본수익률을 2% 감소시킨다.”

마지막으로 이미 많은 정부가 유산과 자본소득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을 꼽았다. 맨큐 교수는 “미국의 부동산 세율은 40%”라고 전제한 뒤 “내가 살고 있는 매사추세츠에서는 최고 16%의 추가 부동산세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대마다 가족 재산의 절반이 정부에 세금으로 과세된다”며 “다시 1세대가 35년이라고 가정하면, 부동산 과세와 자본소득세는 연간 2%의 상속재산의 축적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했다.

▲ 토마 피케티 교수가 주장한‘부유세’에 관한 찬반논쟁이 계속되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이에 따라 피케티 교수가 주장하는 ‘끊임없는 불평등의 함정’에 빠지기 위해서는 최소 연간 7%의 경제성장률(g)을 초과하는 자본수익률(r)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맨큐 교수는 글로벌 부유세에 대해 “근로자와 자산가 모두를 가난하게 만드는 나쁜 정책”라며 “저소득층을 구제하는 것이 부의 격차를 줄이는 것보다 중요하며 부의 재분배를 위해서는 누진적 소비세가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피케티 교수는 맨큐 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케티 교수는 “자본수익률과 경제성장률 격차는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모든 국가에서 부의 집중이 극심하게 발생했는지를 설명하는 유용한 모델”이라며 “둘 사이의 격차가 커지면 부의 불평등이 심해지는 이유는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1%만 높아도 장기적으로 최상위 1%가 차지하는 부의 비중은 20~30% 증가한다”며 “경제성장률이 0%에 가까웠던 시기에도 자본수익률은 5% 안팎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과세 사각지대 ‘무형적 승계자산’

피케티 교수가 제시한 적절한 상속세율은 50~60% 수준이다. 그는 맨큐 교수가 제안한 누진적 소비세가 부유세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피케티 교수 “누진적 소비세는 부의 세습화의 원인인 상속 재산에 많은 세금을 물릴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부자들이 부를 이용해 소비하는 것은 옷이나 음식뿐만이 아니다”며 “부를 이용해 권력과 정치적 영향력도 얻지만 이에 대해서는 과세를 할 수 없고 경제적 불균형이 정치적ㆍ사회적 불균형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강서구 기자ㆍ최범규 인턴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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