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매각작업 어려운 까닭

▲ 팬택이 올 6월까지 매각되지 않으면 청산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뉴시스]
팬택이 M&A 시장에 또 나왔다. 팬택의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법원이 매각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자력으로 살아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인수 대상자를 찾는 게 쉽지 않다. 3개 해외업체가 인수 의지를 내비쳤지만 본게임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벤처신화 팬택, 기로에 섰다.

“팬택 매각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계속 진행하기 어렵다. 팬택의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크다. 기한은 올 상반기 정도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업체 팬택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 팬택은 지난해 8월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현재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2014년 11월 유찰된 후 두번째 매각 작업이다. 법원은 팬택 매각을 서둘러 진행해 올 2월까지 최종 인수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현행법상 회생절차 개시 결정 이후 1년, 경우에 따라선 6개월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지만 팬택이 그때까지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매각주간사인 삼정KPMG는 팬택의 청산가치는 약 1500억원으로 계속기업가치(약 1100억원)보다 크다고 추정했다.

현재 법원에 팬택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업체는 미국 투자자문사 컨소시엄, 중국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 휴대전화 제조사 등 3곳이다. 모두 해외 업체다. 미국 투자자문사 컨소시엄에는 국내 사모펀드(PEF)와 중남미 통신사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휴대전화 제조사는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는 신생 업체다. 법원 관계자는 “이름을 대면 딱하고 떠오르는 업체는 아니다”며 “팬택 인수 자금 동원 능력과 인수 후 사업을 끌고 나갈 수 있는지 여부 등 각 기업 면면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3개 업체가 실제로 인수전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인수자와 피인수자의 이해관계가 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팬택을 노리는 업체들은 특허권이나 공장설비만 따로 인수하길 바란다. 반면 법원과 팬택은 분리보단 일괄매각을 원한다. 2014년 4월 인도 마이크로맥스가 팬택 측에 지분투자 의향을 밝혔다가 발을 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원 관계자는 “분리 매각은 될 수 있으면 하지 않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번 유찰됐기 때문에 다양한 매각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유지도 피인수기업 입장에선 부담스런 대목이다. 수많은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회사인 만큼 인수 후 곧바로 팬택을 팔거나, 고용 승계 조건을 내걸지 않는다면 매각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원이 내놓은 방안이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매각이다. 스토킹 호스는 인수의향서를 낸 곳 중 비교적 견실한 업체를 골라 가계약을 맺은 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타나면 다시 본계약을 맺고 매각하는 방식이다.

팬택의 해외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한 모바일ㆍIT 전문가는 “팬택은 국내 시장을 위주로 성장했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삼성과 LG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고 판매망도 부족하다”며 “중국 휴대전화 업체가 팬택의 기술력을 흡수하기 위해 인수에 나선다고 하지만 중국 업체의 기술력이 그렇게 떨어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벤처의 신화 팬택. 단언컨대 진짜 기로에 섰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o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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