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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시장은 유가 하락의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했다. 무역수지에서 원유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우리나라도 유가하락의 수혜가 예상됐다. 하지만 유가 하락의 달콤함에 취해서는 안 된다. 유가하락을 이끌고 있는 셰일가스가 무시무시한 변화를 가져올 게 불 보듯 분명해서다.

▲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을 통해 자국 제조업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세계경제는 지난 100년 동안 석탄과 석유라는 싸고 효율 좋은 에너지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큰 변화가 나타날 전망인데, 그 중심에는 셰일가스가 있다. 셰일가스는 미국ㆍ중국ㆍ남미ㆍ호주 등 지구상에 곳곳에 매우 풍부하게 매장된 자원이다. 이미 기술개발과 표준화 등을 통해 생산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에너지원의 출현은 기존의 원유와 가스 등 전통적인 에너지 가격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국가별 산업구조와 에너지 정책은 물론 한 국가의 위상에도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셰일가스가 처음 생산된 시기는 1800년대였다. 하지만 전통적 에너지에 비해 낮은 경제성이 발목을 잡아왔다. 셰일가스의 생산단가가 높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수압파쇄기법 등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서 생산단가가 크게 떨어졌다. 최근 몇년 새 비용당 생산량이 10배가량 증가했지만 생산에 걸리는 시간은 3배 이상 빨라졌다. 셰일가스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업체의 시장 진출에도 속도가 붙었다. ‘미국의 석유왕’ 존 록펠러가 설립한 엑손모빌(Exxon Mobil)은 세계 1위의 에너지 기업답게 2009년 일치감치 셰일가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유럽의 에너지 기업인 쉘(Shell)도 2010년 업체 인수를 통해 생산을 시작했다.

물론 최근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크게 하락하면서 셰일가스 개발에 회의적인 시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 비용은 지역과 인건비에 따라 30~70달러 사이에 형성돼 있다. 중동이나 전통원유 생산 비용보다는 비싼 건 사실이지만 심해유전보다는 싸다. 현재 유가 수준과 비교해도 셰일가스의 50% 정도는 경제성이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세일 에너지에 관련된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향후 원가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공산이 크다.

원유는 사정이 다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에는 원유 생산단가가 3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많은 산유국의 생산원가는 50달러 이상이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산유국이 주요 재정수입을 원유 수출에서 충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정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적어도 100달러 수준에서 유지돼야 한다. 결국 셰일가스 개발은 기존 산유국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 될 수 있다. 또한 원유를 기반으로 성장한 산업 역시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셰일가스를 단순히 추가적인 에너지 개발이 아닌 ‘에너지 혁명’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무역적자 축소다. 사실 미국은 산유국이다. 하지만 에너지 수입이 무역 적자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20~30%에 달한다. 셰일가스 생산 본격화로 원유 수입을 줄이는 이점이 있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세계 원유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은 2040년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 경우 미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화할 것이다.

美 제조업 부활의 손익계산서

둘째는 셰일가스 개발이 미국 경제 발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는 점이다. 셰일가스를 개발하기 위해 북미 지역에서만 수백조원의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런 새로운 투자는 경제 발전의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셰일가스 생산에 따른 신규 고용 창출 효과는 무려 17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 제조업의 부활이다. 제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생산비용 절감에 있다. 보다 싼 가격에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제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셰일가스 개발로 생산을 위한 에너지 가격이 낮아지면 세계 공장들이 미국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2008년 9달러 수준에서 3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또한 셰일가스를 이용한 에틸렌(ethviene) 제조원가를 살펴보면, t당 316달러로 사우디아라비아(455달러)나 한국 등 아시아국가(1000달러 이상)보다 월등히 낮다.
 ‘셰일가스 혁명’이 가져올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사진=뉴시스]

이는 향후 미국이 석유화학ㆍ플라스틱ㆍ페인트 등 오일 관련 산업 외에도 다양한 제조업의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150여개의 제조업체가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긴 것도 이런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유가 하락은 소비자 물가 상승을 억제해 소비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유가하락의 영향으로 민간 소비가 0.5~1.0 %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저유가 국면이 글로벌 경제를 위축시키는 게 아니냐는 거다. 지난 6개월 동안 국제 유가가 100달러 수준에서 50달러대로 하락하면서 일부 산유국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인도네시아(루피아)ㆍ브라질(헤알)ㆍ터키(리라) 등 신흥국의 통화가치도 하락하고 있다. 러시아는 루블화의 환율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17.0%로 6.5%나 인상했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괜찮을까.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의 목적은 자국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이다.

셰일가스가 부른 에너지 시장의 변화

미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회복할 경우 미국은 세계 최대의 소비국가에서 생산국가로 변화할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시장에 무언가를 수출해 먹고 살던 나라는 어려워 질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미국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국내 주식시장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에너지 가격 하락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우리나라의 전체 무역 수지에서 원유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35%에 달한다는 점에선 유가 하락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제조업을 주된 경쟁력으로 내세웠던 우리에게 미국 제조업의 부활은 큰 위협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셰일가스 혁명은 한국경제가 익숙한 것에서 스스로 벗어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 woocj99@daum.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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