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팔리아치 ❷

유랑극단의 주인은 카니오다. 그는 부인 넷다에게 그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넷다는 정부 실비오와 밀회를 즐긴다. 또 다른 남자 토니오도 넷다를 사랑한다. 토니오를 통해 부인의 밀회 사실을 들은 남편 카니오는 광대로 분장하고 무대에 올라 ‘의상을 입어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 오페라 팔리아치는 가면 속 자신을 숨기면서까지 연기해야 하는 광대의 고통을 잘 표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Recitar! Mentre preso dal delirio 분노에 가득한 채 연기하는 것
non so piu quel che dico 무슨 대사를 해야 하는지
e quel che faccio! 어떤 연기를 해야 하는지 나는 모르네!
Eppur e d'uopo, sforzati! 그럼에도 해야만 하는 것, 한번 기를 써봐라!
Bah! Sei tu forse un uom? 아니! 그런 나는 도무지 인간인가?
Tu se' Pagliaccio! 나는 광대일 뿐!

Vesti la giubba e la faccia infarina. 광대의 옷을 입어라, 얼굴에 밀가루를 바르고
La gente paga, e rider vuole qua. 관객들이 돈을 내지 않나, 웃기 위해서
E se Arlecchin t'invola Colombina, 아를레낀이 콜로비나와 바람이 나더라도[※참고 : 아를레낀과 콜롬비나는 이탈리아 인형극에 자주 등장하는 우수꽝스러운 캐릭터다. 카니오의 부인 넷다는 남편 몰래 아를레키노와 바람을 피우는 콜롬비나 역할을 맡고 있다.]

ridi, Pagliaccio, e ognun applaudira! 광대인 너는 웃어야 하고 그들은 너에게 박수를 치겠지!
Tramuta in lazzi lo spasmo ed il pianto 나의 눈물과 고통은 익살스러운 연기로 변하고
in una smorfia il singhiozzo e 'l dolor, Ah! 흐느낌과 괴로움은 우스운 표정으로 변하지!
Ridi, Pagliaccio! 웃어라 광대여!
sul tuo amore infranto! 너의 산산조각 난 사랑 위에
Ridi del duol, che t'avvelena il cor! 너의 마음을 독으로 물들일 고통의 웃음을!

#2막=유랑극단의 공연이 시작된다. 관객들의 떠들썩한 소리가 들리고 관객석에는 넷다의 애인 실비오도 있다. 아를레킨 역할을 맡은 페페(Peppe)와 콜롬비나 역할을 맡은 넷다가 등장한다. 극중에서 아를레키노는 몰래 밀회를 즐기며 콜롬비나와 사랑을 속삭인다. 그 사이 갑자기 등장한 광대(넷다의 남편 카니오)가 나타나자 아를레킨은 도망치는 연기를 하며 무대 밖으로 사라진다.

자신이 처한 현실과 똑같은 상황의 연기를 하게 된 카니오는 갑자기 이성을 잃는다. 그리고 더 이상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는 사적인 분노를 부인 넷다에게 퍼부으며 정부의 이름이 무엇인지 묻는다. 계속해서 연기를 거절하는 넷다에게 결국 카니오는 칼부림을 한다. 흥분한 카니오는 뒤이어 무대 위로 뛰어 올라오는 실비오를 찔러 죽인다. 그리고 나서 관객을 향해 말한다. “코미디 연극은 끝났다.”
김현정 체칠리아 sny4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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