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식 투어비즈시스템 대표

여행업계의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시장은 갈수록 커지지만 수익을 남기기 어려워서다. 그만큼 중소형 여행업계가 많다는 얘기다. 이런 여행시장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고 나선 이가 있다. 강형식(56) TBS 대표다. 그는 “우리가 양성하는 트립어드바이저(trip advisorㆍ1인 여행사)가 여행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 강형식 TBS 대표는 대형 여행사에게 지배당하지 않는 여행사를 만드는 게 목표다.[사진=지정훈 기자]
서울 종로구 안국역 근처 한적한 곳에 위치한 볼재빌딩 2층 TBS(Tour Business Systemㆍ투어비즈시스템) 사무실. 얼핏 보면 사무실, 어찌 보면 학원 강의실 같다. 사무실 중간에는 강의 공간이 마련돼 있고 곳곳에 1인 여행사가 근무 중이다. 이곳에선 특별한 교육이 진행된다. 3년 동안 배워야 하는 여행사 교육과정을 세달 만에 끝낸다. 여행사 공용 예약ㆍ발권시스템인 ‘GDS(Glo bal Distribution System)’ 사용 방법부터 주문 맞춤형 여행상품을 만드는 방법 등을 전수해준다. GDS란 여행사 공용 예약ㆍ발권시스템을 말한다.

3개월의 교육 과정을 마치면 TBS의 트립어드바이저(Trip Advisor) 자격을 준다. 일종의 여행 컨설턴트 개념으로 힘들이지 않고 1인 여행사 창업이 가능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트립어드바이저를 키우는 강형식 TBS 대표도 1인 여행사를 운영하는 트립어드바이저라는 거다 . 강형식 대표는 여행업계에 20년 이상 종사한 베테랑이다. 1983년 노스웨스트 항공사 한국 지사에 취직해 여행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다. 이곳에서 10년간 근무한 그는 1995년 1인 여행사를 창업했다.

당시만 해도 1인 여행사의 개념은 생소했다. 하지만 강 대표에겐 믿음이 있었다. 1인 여행사가 자본금을 최소화하면서 전문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여겼다. 그가 창업한 여행사는 꽤 잘나갔다.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승승장구했다. 직원수는 15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진 후 상황이 반전됐다. ‘해외여행=외화낭비’라는 인식이 퍼졌고, 사업을 접어야 하는 지경까지 몰렸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인터넷이었다.

당시 대한민국은 초고속인터넷망의 확장으로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고 있었다. 강 대표는 2001년 웹 솔루션 기반의 IT업체를 세웠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전문 분야가 아니었던 만큼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IT 분야에서 종잣돈을 모은 강 대표는 여행업계로 다시 돌아왔다. 강 대표는 2007년 또다시 1인 여행사인 TBS를 창업했다.  하지만 돌아온 여행업계의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1980년대와 비교해도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오히려 상황은 악화됐죠. 대부분 여행사들이 대형여행사의 상품을 팔아 수수료로 수익을 버는 구조였습니다. 항공권 발권수수료까지 폐지되면서 더 어려워졌죠.” 그가 여행업에 다시 뛰어든 지 3년 만인 2010년, 대한항공은 여행사들에 지급하던 항공권 발권 수수료의 지급 중단을 선언했다. 이듬해 아시아나항공도 항공권 발권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항공권 발권수수료는 항공권을 판매한 여행사 또는 대리점에 항공사가 지급하는 커미션이다.

독특한 아이템 ‘트립어드바이저’

강 대표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국내 여행업계가 살아나려면 더 이상 수수료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가야 한다고 여겼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 같은 ‘1인 여행사’들이 ‘공생’하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트립어드바이저 교육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처음 여행업계 종사자를 비롯해 관심 있는 이들에게 재능 기부 형태로 노하우를 전수했다.

▲ 강형식 TBS 대표는 트립어드바이저 양성을 통한 여행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꿈꾸고 있다.[사진=TBS 제공]
2010년 항공사가 수수료 지급을 중단한 이후엔 교육에 더 매진했다. 원하는 이들에게는 TBS 명함을 주고 사무실을 함께 썼으며, 그들을 파트너로 대했다. 사장, 직원의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평등한 관계를 맺은 거다. 이들은 각각 1인 여행사가 돼 각각의 상품을 만들어 스스로 수익을 내는 구조로 만들었다. 그는 TBS의 시스템을 확장할 계획이다. 일단 더 많은 트립어드바이저 양성에 초점을 맞출 작정이다. 그의 트립어드바이저 양성 과정은 반응이 좋다.

서울시 관광협회에서도 관심을 갖고 그의 교육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경희대 평생교육원에서도 강의를 요청해 왔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표를 이루려면 TBS의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서비스의 차별화가 되려면 시스템화가 돼야 합니다. 무엇보다 커넥션이 중요합니다.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TBS의 트립어드바이저들을 서포트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계획하는 이유다. 일정 금액의 라이선스 비용만 받고 트립어드바이저들과 이를 공유할 계획이다.

우연히 한국에 방문했다가 TBS의 교육에 매력을 느낀 캐나다 CMA 출신의 송민지 TBS 실장이 이 일을 돕고 있다. 그는 뛰어난 언어 능력과 비즈니스 스킬로 유명 항공사와 호텔 체인의 경영진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탄항공, 세계적인 리조트그룹인 아만(Aman) 경영진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TBS의 경쟁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기존 여행사들이 호텔 예약 엔진을 이용해 예약했다면 TBS의 트립어드바이저는 자체 네트워크를 활용해 최적화된 개인 맞춤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

돈키호테 같은 도전 결실 맺을까

이는 물량으로 공세하는 대형 여행사, 대형 웹사이트에 대항할 수 있는 차별화 포인트다. 강 대표가 개별 맞춤 여행 교육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여행업계는 공생을 통해 수익을 증대하고 자기발전이 가능한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무작정 교육부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미쳤다고 할 수도 있고 환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여행시장이 대형 홀세일러(도매업자)에 휘둘리지 않고 1인 여행사들이 공정하고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깨끗한 여행시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 밥그릇 지키기 바쁜 여행업계에서 강 대표는 돈키호테 같은 존재다. 하지만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입에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TBS 비즈니스 모델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공유경제, 1인기업 등의 이슈와 맞물려 있다. 그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여행 돈키호테’ 트립어드바이저가 핵심 무기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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