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비용의 불편한 진실
사상 유례없는 불황이라니, 장사가 잘 될 리 있겠는가. 자연스레 창업비용이 낮은 소자본 아이템이 인기다. 많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업계 최저 창업비용을 내세우며 예비창업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참고로 요즘 예비창업자들이 생각하는 창업비용은 상당히 적다. 창업미디어 그룹이 2013년 창업박람회에 참가한 예비창업자 2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3%가 1억원~2억원이라고 답했다. 1억원 이하는 33%다. 2억원 미만이라고 답한 이가 76%에 달했다.
그럼 소자본 창업엔 진짜 소자본이 들어가는 걸까. 최근 몇년 동안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템들의 창업비용을 홈페이지 기준으로 살펴보자. 대표적인 커피전문점 A브랜드의 경우 132㎡(약 40평) 기준 창업비용은 2억6000여만원이다. 그러나 철거공사, 냉•난방기공사, 전기증설, 소방공사, 외부공사, 외부마감공사는 별도공사로 분류돼 있다. 건물형태, 면적, 현장상황, 품목 및 수량, 공급업체 등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점포비 관련 조항도 창업 총액에서 빠져 있다. 커피전문점이 1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증금 등을 포함해 점포에 들어가는 비용은 1억원이 훌쩍 넘어간다. 결국 A브랜드의 커피전문점을 창업하려면 최소 4억~5억원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커피전문점만이 아니다. 스몰비어 대표 주자인 B브랜드의 경우 33㎡(약 10평) 기준 창업비용은 5500만원 내외다. 하지만 간판, 냉난방, 전기증설, 화장실, 파사드, 창고 등의 공사비용은 제외한 금액이다. 창업비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점포비도 별도다. 이 브랜드도 창업하려면 1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결국 실제 창업비용은 프랜차이즈 가맹본사가 제시하는 창업비용보다 2배 가까이 많다는 얘기다. 창업비용의 차이는 바로 점포비에서 나온다. 권리금이 있느냐, 보증금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창업비용이 달라진다.
창업비용에 숨은 불편한 진실을 알았다면 가맹계약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프랜차이즈는 가맹본사로부터 창업시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대량구매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가 있는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단점도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가맹계약이다. 프랜차이즈는 통상 2~3년의 기간을 계약으로 한다. 문제는 중도에 계약탈퇴가 곤란하다는 점이다. 특히 프랜차이즈 본사로부터 창업자금 등 경제적 지원을 받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까지 떠안게 된다.
이지훈 가맹거래사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브랜드의 통일성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면 가맹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며 “가맹점의 매출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점주가 임의로 계약해지를 요청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결국 수익이 나지 않아도 계약기간에는 매장을 운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적자가 큰 가맹점의 경우에는 폐업을 통해 계약해지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에라도 본사로부터 경제적 지원 여부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은 여전히 따라다닌다. 본사가 지원하는 창업자금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시대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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