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과대ㆍ과장광고 천태만상

금융사의 허위ㆍ과대ㆍ과장광고가 줄지 않고 있다. 은행은 최저금리를 운운하면서 고객을 끌어들였고, 대부업체는 물량공세에 혼신을 쏟았다. 보험사라고 별반 다를 게 없다. 상품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불완전 판매가 속출했다. 금융사 과대ㆍ과장 광고의 천태만상을 살펴봤다.

▲ 사진은 2011년 삼화저축은행 사태 당시 광고전단지를 들고 있는 고객의 모습.[사진=뉴시스]

직장인 박창수씨는 재테크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취업한 지 얼마 안 된 탓에 여유자금이 넉넉하지 않다. 투자할 곳도 마땅치 않다. 연일 등락을 거듭하는 증시는 불안하고 저금리 영향으로 예적금은 큰 매력이 없다. 그러던 박씨는 한 시중은행에 들렀다가 눈이 번쩍 띄는 광고 전단지를 봤다. ‘정신 나간 직원 하나가 잘릴 각오하고 만든 상품’ ‘5.5% 적금금리 > 3.3% 대출금리’ ‘정신 돌아오기 전에 바로 가입하시죠’ 등의 문구가 눈에 꽂혔다. 금리도 매력적이었다. 최저 연 3.0%에서 최고 연 5.5%. 저금리 시대에 이만한 상품이 없을 것 같아 가입을 결심했다.

하지만 박씨의 결심은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우대금리 2.5%를 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제휴카드사 신용ㆍ체크카드의 결제실적이 있든지 특정 통장을 보유해야 했다. 해당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실적도 필요했다. 은행 통장을 이용한 급여입금ㆍ휴대전화 요금 출금ㆍ관리비 출금 중 하나 이상을 새로 등록해 이체한 실적이 필요했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적금 최대 가입액이 월 10만원에 불과했다. 1년을 가입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세전)는 6만5000원이었다.

은행 과대ㆍ과장 광고물 29건 적발

박씨는 “다른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받기 위해 상품에 가입했다”며 “하지만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롭고 납입액에 제한이 있어 이율이 높아도 받을 수 있는 이자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도를 넘어선 금융사 광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광고가 은행ㆍ보험ㆍ대부업체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는 건 더 큰 문제다.

 
◆ 과대ㆍ과장 광고 많은 은행사 =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부터 한달간 은행이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상품안내장 등의 광고물을 점검한 결과 1244건 중 29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금리와 수수료 부분에 관한 과대ㆍ과장 광고가 13건(44.8%)으로 가장 많았다. A은행은 전국 모든 금융기관의 은행 자동화기기(ATM)와 편의점에서도 조건 없이 출금ㆍ이체 수수료가 무료라고 광고했다. 하지만 특정 ATM에서만 수수료 없이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품이 지급하는 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광고를 한 은행도 있었다. 평균 예금잔액 200만원 이하에서만 2.5%의 금리가 적용되는 것만 강조하고 초과금액에 0.1%의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 것을 숨긴 광고물도 있었다. 수수료ㆍ인지세 등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을 안내하지 않거나 아무런 근거도 없이 캐피탈사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한다고 광고한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은행의 이런 유형의 광고 위반 사례가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3년 점검에서는 1586건 중 25건이 적발됐다. 2014년은 1244건 중 29건으로 적발건수가 늘었다. 이는 은행이 과대ㆍ과장 광고를 해도 별다른 제재를 받기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과대ㆍ과장 광고 사실이 적발된 은행에 광고물을 폐기하거나 수정ㆍ보완하도록 하고 광고심의 강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도한 것이 고작이다.

◆ 쏟아지는 대부업체 광고 = 올해로 32세인 주부 이수정씨는 네살배기 아들과 놀던 중 깜짝 놀랐다. 아들이 혼자 흥얼거리는 노래가 케이블 TV에 나오는 대출광고의 음악였기 때문이다. 이씨는 “광고를 얼마나 자주 접했으면 따로 배우지도 않은 노래를 혼자 익혔겠냐”며 “대부업체 광고를 익숙하게 접하면서 자라는 것이 교육적으로 좋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루 1364건. 케이블TV에서 하루에 방송되는 대부업체의 광고 횟수다. 시간당 56개의 대부업체 광고가 방송되고 있다는 뜻이다.

류지영 새누리당(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케이블TV에서 방송된 대부업체 광고는 75만7812건에 달했다. 이를 위해 대부업체들이 광고비에 쏟아 부은 돈은 2013년 270억원, 2014년 9월 현재 243억7000만원이었다. 문제는 광고를 맹목적으로 믿은 대부업 이용자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류지영 의원은 “대부업체들이 각종 광고음악과 연예인ㆍ캐릭터 등을 앞세워 광고를 하고 있다”며 “대부업 이용의 악영향을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출 광고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도 활개를 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6월 ‘작업대출 불법광고 관련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작업대출이란 문서 위조자 등 작업자가 대출이 어려운 소비자의 정보를 위조하거나 변조해 대출을 받는 것이다. 지난해 4~5월 한달간 이뤄진 점검에서 적발된 사기대출 조장ㆍ대출서류 조작 인터넷 광고 게시글은 470개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대부업체 광고의 규제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광고의 실태와 문제점’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연구결과에 따라 대부업 광고규제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 보험의 불완전 판매 가능성 = 보험사의 과대ㆍ과장 광고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NH농협생명은 부당광고를 하다가 적발, 9억6900만원의 과징금과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다. 2012년 8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운용수익이 발생하는 경우 등에만 배당금이 지급되는 유배당 연금보험상품에 ‘평생 배당받는’이란 문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광고 25종에 대해 준법감시인의 사전확인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엔 방송통신위원회가 AIA생명과 에이스손해보험의 보험광고가 보험업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두 보험사는 암ㆍ건강ㆍ치아 보험 광고 28건을 방송하면서 가입이나 해지에 관한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지 않아 행정처벌을 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은 상품이 판매중단 조치를 받은 일도 있었다. 동부ㆍ동양ㆍ미래에셋ㆍ신한ㆍ우리아비바ㆍ현대라이프ㆍ흥국ㆍKBㆍKDB 등 9개의 생명보험사는 연금전환형 종신보험을 판매하면서 연금처럼 돌려받을 수 있는 저축성 보험이나 연금보험인 것처럼 판매했다.

솜방망이 처벌, 과대ㆍ과장 광고 키워

또한 연금전환시 금리가 낮을 경우 최저 보증이율이 1%에 불과하지만 무조건 3.75%의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중도 인출할 경우 가입 당시 설명한 중도급부금(가입자가 정한 시점에 납입보험료의 50%를 일시금으로 찾는 기능)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컸지만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해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실제로 이 상품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21.4%로 다른 상품의 4배에 달했다.

이처럼 금융사의 과대ㆍ허위 광고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처벌이 솜방망이처럼 약해서다. 금융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금융사의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과대ㆍ허위 광고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과대ㆍ허위 광고가 발생해도 시정조치나 과태료 처벌을 받는 것이 전부다”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상품의 경우 소비자의 직접적인 금전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과대ㆍ허위 광고를 막기 위한 강력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