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장세 투자법 ‘Waiting’

적립식 펀드의 안정성을 의심하게 되는 시기다. 수익률이 영 시원치 않아서다. 이제라도 수익률을 쫓아 그때그때 모험을 걸어야 하는 걸까. 족집게처럼 종목을 골라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해도 괜찮다. 하지만 그런 안목을 가진 이는 세상에 없다. 박스권 장세엔 특히 그렇다. 리스크 관리가 답이다.

▲ 박스권이 오래 지속되는 장세에서 리스크를 관리하는 편이 낫다.[사진=뉴시스]
필자는 그동안 적립식 펀드가 펀드 투자의 정석이라고 강조했다. 펀드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에게 일시에 투자하지 말고, 매월 얼마씩 여러 차례에 걸쳐 투자하도록 권유했다. 그러면 적어도 은행금리의 2배는 얻을 것이라 자신 있게 주장했다. 그런데 최근 펀드투자 결과는 그 주장을 반박하는 듯하다. 수익률이 그만큼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물론 최근 3년간 수익률이 50% 내외인 펀드들이 있다. 그중 1년 수익률이 10% 이상인 펀드도 있다. 정말 성공한 펀드들이다. 하지만 그중 3개는 퇴직연금펀드, 1개는 상장지수펀드(ETF), 2개는 자산규모가 1조원이 넘는 대형펀드다.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해서 이만한 수익률을 내기 어려운 펀드들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펀드는 인덱스펀드다. 인덱스펀드는 주가지수에 영향력이 큰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짜기 때문에 주가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된다.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것과 같아서 중위험ㆍ중수익 전략을 취할 수 있고, 따라서 초보 펀드투자자들에게도 많이 권한다. 그러나 코스피 200에 연동된 인덱스펀드들의 3년 누적 수익률은 10%가 채 안 된다. 1~2년 수익률은 죄다 마이너스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2~3%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3년간 그보다도 못한 수익률을 냈다. 인덱스펀드에 매월 10만원씩 적립식으로 투자를 한다고 가정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를 적용해 그래프를 그려보면 적립금 합계와 평가액이 비슷하게 상승한다. 3년이 지난다고 해서 원금 정도만 건지는 수준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 원인은 박스권 장세에 있다. 펀드는 기본적으로 변동성이 작동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상품이다. 당연히 변동성이 떨어지는 박스권 장세에서는 좋은 수익률을 내기 어렵다. 꾸준한 박스권 안에서는 투자기간이 5년이 지나든 10년이 지나든 결과는 똑같다. 수익률이 고만고만한 수준에서 오르내려서다.

그렇다고 펀드투자의 원칙을 바꿔선 안 된다. 박스권 안에 숨어 있는 조그만 변동성을 찾아내 수익률을 쫓는 건 위험한 투자방식이다. 데이트레이딩 방식의 주식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는 시장에서 굳이 위험하게 투자하다 보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 더구나 투자는 미래의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1년 전 혹은 3년 전에 이런 박스권 장세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마 있다면 분명 벼락부자가 됐을 거다. 일부는 박스권에선 투자를 하지 말라는 건가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예 투자를 멈추는 건 언제 닥칠지 모르는 박스권 탈출기를 대비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때는 원금을 까먹는 위험한 전략보다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상책이다. 박스권 안이라도 원칙을 지키면 최소한 원금 손실은 보지 않는다는 걸 잊지 말자. 결국 은행 금리보다 못하다는 푸념보다는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기다리는 것도 투자의 미덕이다.
조경만 금융컨설턴트(엉클조 대표) iuncle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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