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 모더니즘의 탄생

▲ 밀레의 대표작 ‘씨 뿌리는 사람’
19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 농민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의 보스턴미술관 소장품이 한국에 소개된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은 1월 25일부터 5월 10일까지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이란 타이틀로 밀레 작품을 전시한다. 밀레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보스턴미술관이 밀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4년에 걸쳐 기획한 전시다. 미국과 일본을 거쳐 한국에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보스턴미술관은 밀레의 유화와 판화, 종이 작품 등 170여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밀레의 주요 작품을 포함해 총 64점을 전시한다. 밀레의 작품을 감상하는 키 포인트는 작품 속 인물이다. 그의 작품 속 주인공은 유독 커 보인다. 인물의 세부 묘사를 생략하는 화법畵法 때문이다. 밀레의 작품은 소수의 인물을 단순화해 공간 전면에 배치해 장엄한 느낌이 든다. ‘씨 뿌리는 사람’이 대표적이다. 밀레의 대표작이자 빈센트 반 고흐가 판화와 유화 재료로 10여 차례나 반복해 모사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프랑스 북부 지방 노르망디를 배경으로 햇볕에 검게 그을린 농부가 진흙밭에 씨를 뿌리며 힘 있게 걸어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대지와 싸우며 살아가는 농부의 존엄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19세기 프랑스 민주화 혁명에 영향을 받은 이 작품은 신분이 낮은 농부를 어두운 색채와 거친 붓놀림을 활용, ‘영웅적’으로 표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보수적인 비평가들이 보기에 작품 속 거대한 농부는 불편한 존재였다. 밀레가 농부를 영웅적으로 묘사한 작품은 많다.

▲ 프랑스 민주화의 영향을 받아 그린 ‘감자 심는 사람들’(위), 밭일을 하는 농부들의 평온한 모습을 묘사한 ‘추수 중 휴식’
‘추수 중 휴식(룻과 보아스)’은 대표 작품이다. 밭일을 하는 농부들의 평온한 모습을 묘사한 작품 가운데 최고로 평가받는다. 부부가 같이 땅을 갈고 감자를 심는 동안 나귀가 묶여 있는 나무 밑에서 아기가 잠을 자는 모습의 ‘감자 심는 사람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성서를 참고한 구도로 프랑스의 독실한 가정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해석되는 작품이다. 감자라는 작물은 당시 동물 사료로 농부의 빈곤을 상징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밀레는 작품을 통해 농부의 일이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라는 걸 강조한다.

밀레는 그림 속 인물들에게 영예로운 지위를 부여한다.  ‘양치기 소녀’는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으로 불리는 보불전쟁을 시작으로 밀레가 바르비종으로 떠났던 시기에 그린 작품이다. 등 뒤로 비치는 해와 평원을 배경으로 실타래를 이용해 양털을 뽑는 어린 소녀를 묘사했다. 보스턴미술관 소장품 중 밀레가 그린 가장 큰 인물화로 꼽힌다. 압도적인 크기의 양치기 소녀가 관중들 위에 군림하는 모습을 통해 농민에게 부여된 영웅성을 또 한번 느낄 수 있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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