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형사고 後 법안처리 결과

2013년 여름 발생한 태안 해병대캠프 사고 이후 대형 참사가 잇따라 발생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제2의 사고를 막아야 한다며 관련 법안들을 쏟아냈다. 과연 그 법안들은 어떻게 됐을까. 더 스쿠프가 2013년 7월~2014년 12월 발의된 법안의 결과를 조사한 결과, 의결법안은 전체의 7.0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폐기율(대안폐기 포함)은 66.40%, 계류 비율은 25.56%에 달했다. 역시 빈수레는 요란했다.

▲ 대형 사건 사고가 터질 때 마다 수많은 관련 법안이 쏟아졌다.[사진=뉴시스]

대한민국에서 참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시작은 2013년 7월 충남 태안에서 발생한 해병대캠프 실종사고.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민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공무원의 늦장 대응과 허가받지 않은 곳에서 해상훈련을 한 업체의 잘못으로 공주사대부고 학생 198명 중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는 꼬리를 물었다. 지난해 2월엔 경주에 위치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의 지붕이 전날 내린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 사고로 부산외국어대학교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던 신입생 9명과 행사관계자 1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두달 뒤인 4월 16일엔 전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95명이 사망했고, 9명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후에도 ‘고양터미널 화재’ ‘장성요양원 화재’ ‘판교 환풍구 붕괴’ ‘담양 펜션 화재’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까지 이어지며 대한민국을 공포에 빠뜨렸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와 정치권은 제2의 마우나리조트, 제2의 세월호 사건은 막아야 한다며 열을 올렸다. 사건마다 수많은 법안이 발의됐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목청을 높였다. 과연 그 법안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태안 해병대캠프 실종 사건으로 가장 많이 발의된 법안은 ‘청소년활동진흥법’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3년 7월 23일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10명이 청소년의 유사군사훈련을 금지하는 ‘청소년활동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17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발의된 ‘청소년활동진흥법 개정안’ 7건에 비해 두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법안의 내용은 청소년활동 신고 의무화와 인증 강화, 안전관리 강화 및 정보제공 확대, 청소년수련시설의 관리ㆍ감독 강화, 벌금액 수준의 조정 등에 관한 것이었다.

이 가운데 청소년의 유사군사훈련을 금지하는 안민석 의원의 법안을 포함한 2건이 계류 중이고 개정 실익이 없는 것으로 협의된 1건은 폐기됐다. 나머지 법안은 2013년 12월 김상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ㆍ여성가족위원장)의 대표발의안에 통합 조정돼 가결됐다. 지난해 5월부터는 수련시설의 안전점검에 관한 법률이 3건 발의됐고 청소년 수련시설의 안전점검 결과 공개를 의무화하는 ‘청소년활동 진흥법 개정안’이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은 수련시설에 대해 정기적인 종합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수련활동 인증제도 운영과 관련해 전문 자격이나 지식을 가진 사람이 포함되도록 규정했다. 지난해 2월 발생한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건 이후에도 여러 법안이 발의됐다. 우선 건축법 관련 법안이 많이 제출됐다. 무너진 마우나리조트 강당이 건축법의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우나리조트 강당은 ‘안전관리특별법’에 따른 2종 시설물로 안전진단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연면적이 1205㎡(약 364평)로 5000㎡(약 1512평) 이상 건물의 안전점검을 받게 하는 ‘재난안전관리기본법’도 적용받지 않았다. 마우나리조트 강당은 2009년에 지어진 이후 단 한번도 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이유다.

사고 이후 쏟아진 관련 법안

이에 따라 사고 이후 발의된 법안에는 건축물의 설계, 인ㆍ허가와 건축구조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주요 내용은 부실ㆍ불법 건축으로 일반인에게 피해를 입힌 설계자ㆍ감리자ㆍ시공자ㆍ건축주 등에게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그중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것은 총 5건이다. 그중 4건은 대안이 반영돼 폐기됐고, 1건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설범위를 지붕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자연재해대책법 개정안’도 3건이 발의돼 지난해 12월 9일 국회를 통화했다. 이는 지붕 제설 작업이 이뤄졌다면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법안이 발의된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4월 21일부터 5월 23일까지 33일간 총 501건의 법안 중 100건의 ‘세월호 관련법안이’ 발의됐다.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의원이 35건, 새정치민주연합이 57건, 정의당이 5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중복을 제외하고 세월호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총 47명이다. 국회의원 6명 중 1명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는 얘기다. 발의된 법안을 살펴보면, 안전관리와 교육관련 법안이 41건으로 거장 많았고 선박 등 해난사고 관련 법안이 29건이었다. 또한 재난 대응 관련 법안이 18건, 세월호 피해자 지원과 진상규명 관련 법안이 7건 등이 있었다.
 
안전관리와 교육관련 법안이 가장 많았던 건 2013년 태안 해병대캠프 실종부터 세월호참사까지 청소년이 가장 많은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11월까 31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교육활동의 정의에 수학여행 등 현장활동을 포함해 학교안전사고 예방계획의 수립과 시행을 의무화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 지원과 진상 규명을 위해 발의된 법안 19건 중에는 ‘세월호 침몰사고 피해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안 결의안’ 3건이 발의돼 본의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피해학생의 대학입학지원에 관한 특별법안’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조사 등에 관한 특별법안’ 등 7건은 계류중이다. 게다가 지난해 5월 21일에 발의된 ‘세월호 침몰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 법안은 아직 접수 상태에 머물러 있다.

‘해사안전법 일부개정안’ 한건도 처리 안돼

선박안전 기준과 장비 등의 강화를 위한 ‘선박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사고 이후 16건이 발의됐다. 그중 2건이 계류 중이고 12건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이 발의한 대안법률에 반영돼 폐기됐다. 선박안전과 관련된 벌칙 규정을 강화하는 ‘해운법 일부개정안’은 25건이 발의돼 4건이 계류 중이고 1건은 원안가결됐다. 나머지 20건은 대안반영 폐기됐다. 선박사고 시 선장의 인명구조 조치 의무화와 선원의 자격과 안전교육 의무 등을 담고 있는 ‘선원법 일부개정법률’은 21건의 발의됐다. 이 가운데 지난해 12월 31일 발의된 1건이 계류 중이고 19건이 대안반영폐기, 1건이 원안가결됐다. 하지만 항해사의 자격과 교육, 선박의 안전검사, 출항전 검사 의무화, 선박교통관제의 법적 기반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18건의 ‘해사안전법 일부개정안법률’은 단 한건도 통과하지 못한 채 여전히 모두 계류 중이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