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건축물 사고 後

▲ 대형사고가 발생한 후 정부당국이 사건을 수습하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현장. [사진=뉴시스]
대형 건축물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원인은 대부분 구조적 문제에 있다. 불법 건축물이 사고의 뇌관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불법 건축물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효과는 기대치를 밑돈다.

올 1월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불이 나 4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화재는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해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 인화성이 강한 재질로 지어진 외벽 때문이었다. 소방당국이 진화를 위해 애썼지만 진입로마저 비좁아 작업에 애를 먹었다. 건축물 안전사고는 왜 이렇게 반복되는 것일까. 지난해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판교 환기구 추락사고에 이어 올해 역시 불법ㆍ부실 건축물로 인한 크고 작은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대형사고가 발생한 후 정부당국이 수습하는 형태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의정부 화재사고 이후 너무 바쁘다”며 “지난해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 이후와 똑같다”고 말했다.

 
시계추를 4년여 전으로 돌려보자. 대전 유성구 하수구 관련 시설 공사장 매몰사고(2011년), 부산 노래주점 화재사고(2012년) 등이 발생하며 인명 피해를 입었다. 2013년에는 부산 화명동 아파트 화재사고, 안성 코리아냉장 창고 화재사고가 터졌다. 그때마다 정부는 불법ㆍ부실 건축물 단속을 강화한다며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이름은 달랐지만 내용은 불법행위 책임 강화, 안전관리 체계 구축 등으로 대동소이했다. 지난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큰 효과를 찾긴 힘들다.

전국 위반(불법) 건축물 현황을 보면 2013년 누적 기준 13만5767개에 달한다. 국내 전체 건축물 685만1000개의 2% 수준이다. 전국 100개 건축물 중 2개는 불법으로 지어졌다는 얘기다. 2011년 불법 건축물 12만4154개와 비교하면 1만1613개(8.5%) 증가했다. 불법 건축물 관련 사고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그 수는 더 늘어났다는 얘기다. 불법 건축물은 ‘불법용도 변경’ ‘무단 대수선’ ‘무허가 증축’ 등이다. 건물주가 더 많은 수익을 챙기기 위해 불법적으로 행하는 것인 만큼 기본적인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는 건물이 대부분이다.

2013년 불법건축물 13만5000여개

실제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용도를 변경하지 않은 채 수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집회시설로 사용됐다. 사상자를 10명 낸 담양 펜션 화재 사건은 흙집과 바비큐장 등 6개동을 무허가로 증축했다. 전문가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방법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지금껏 대형사고 발생 후 처벌해 재발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갔다면 이제는 비용과 인력을 더 충원해 예방적 차원의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업계 한 전문가는 “지자체에서 민원이 발생하는 게 두려워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불법건축물을 파악했을 때 건물주가 아닌 현 거주자를 어떻게 처리ㆍ지원할지 등 구체적인 대책도 힘께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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