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인 | 와일드

▲ 영화 ‘와일드’의 장면들.[사진=뉴시스]
가난한 삶, 폭력적인 아빠, 부모의 이혼 등으로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이겨내고 엄마와 함께 행복한 인생을 맞이하려는 순간, 삶의 유일한 희망이자 온몸을 다해 의지했던 엄마가 갑작스럽게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엄마의 죽음 이후 인생을 포기한 ‘셰릴 스트레이드’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파괴하고 마는데….  그녀는 지난날의 슬픔을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수천㎞에 달하며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극한의 공간인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The Pacific Crest TrailㆍPCT)을 걷기로 결심한다.

PCT는 멕시코 국경에서 시작해 캐나다 국경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서부를 종단하는 4238㎞(2663마일)의 도보여행 코스다. 거친 등산로, 눈 덮인 고산지대, 아홉개의 산맥과 사막 그리고 광활한 평원과 화산지대까지 PCT는 인간이 만날 수 있는 모든 자연환경을 거쳐야 한다. 또한 평균 152일이 걸리는 극한의 도보여행 코스로 ‘악마의 코스’라 불린다. 게다가 PCT는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고독의 공간이다. 이에 따라 도보 여행자는 유체적인 피로는 물론 수시로 찾아오는 외로움과의 싸움도 이겨야만 한다.

이 영화는 26살의 셰릴 스트레이드가 모든 것을 잃고 PCT로 떠나면서 겪은 실화를 짧은 자서전 형식으로 엮어낸 「와일드」를 스크린으로 옮긴 것이다. 「와일드」는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스 논픽션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을 비롯해 각종 베스트셀러 차트를 단숨에 휩쓸었다. 셰릴 스트레이드는 어린 시절 폭력적인 아빠를 피해 엄마와 동생과 생활한다.

가난했지만 따스한 엄마의 사랑으로 행복한 생활을 했고 결혼 이후에도 엄마와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암에 걸려 죽게 되자 그녀의 삶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원망이 자신을 파괴하자 PCT 종단을 결심한다. 영화의 제작과 주연을 맡은 리즈 위더스푼은 책을 읽자마자 작가 셰릴 스트레이드를 찾아가 영화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와일드’의 연출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장 마크 발레 감독이 맡았다.

94일간의 사투와 치유


수천㎞에 달하는 PCT를 완주한 셰릴 스트레이드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기 위해서는 직접 PCT에서 촬영해야 했다. 이를 위해 PCT협회의 협조를 얻어 PCT와 그 인근에서 촬영했고 25개의 국유림, 7개의 국립공원ㆍ모하비 사막, 투올럼니 초원, 후드 산ㆍ레이니어 산 화산지대, 크레이티 호수의 숲, 모하비 사막과 투올럼니 초원 등 다양하고 멋진 풍경을 영화에 담아냈다. 94일간의 사투 끝에 모든 것을 이겨낸 셰릴 스트레이드의 실화는 대자연의 위대한 경관과 함께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여행을 하며 엄마와의 기억을 떠올리고 애틋한 감정과 사무치는 그리움에 울분을 토해내는 장면은 많은 관객들의 마음까지 먹먹하게 만들며 뜨거운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다. 또한 인생의 모든 것을 잃고 무너졌던 셰릴 스트레이드가 PCT 완주하며 다시 일어서는 모습은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할 것이다.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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