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신의 CEO Story

▲ 역경과 고난은 이제 더 이상 흠이 아니다.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킬러 콘텐트'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사진=뉴시스]
인간은 고통 속에서 성장하기 마련이다. 역경을 극복한 이들일수록 어려움이 왔을 때 힘들이지 않고 극복한다. 요즘 기업이 역경 극복 능력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당장은 시련일 수 있지만 미래에는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늦깎이 나이에 취업에 성공한 B씨. 그는 요즘 꿈을 꾸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미래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같았기 때문이다. B씨는 국내 명문대를 졸업하고 해외유학도 다녀왔다. 하지만 대학교 편입, 전공 변경으로 남들보다 4년 정도 늦게 대학을 졸업했다. 나이 탓에 신입사원 공채 지원이 어려운데다 이렇다 할 경력마저 없어 인맥을 통한 취업도 어려웠다. 그러던 B씨는 지인의 소개로 필자의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게 됐다.

몇개월 동안 지켜본 결과 B씨는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경력사원만큼의 성숙함도 갖추고 있었다. 항상 웃는 얼굴에 태도가 긍정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씩씩함까지 갖춘 기분 좋은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B씨는 계속되는 취업 실패에 자포자기하고 도피성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필자가 자문위원으로 있는 기관이 ‘나이는 무관하고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일처리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필자는 주저 없이 B씨를 추천했고 B씨는 10명이 넘는 경쟁자를 물리치고 최종 입사에 성공했다. 합격 이유가 궁금해 인사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답변이 돌아왔다. 인사담당자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대로 성장한 사람이라면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것’이라고 여겨 B씨를 최종합격 시켰다고 말했다. B씨는 인사담당자와의 면접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언니, 남동생과 함께 살았습니다. 주입식 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저는 고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머니마저 돌아가셨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모 기업의 K회장은 누가 봐도 평탄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평소 공부를 잘하는 축에 속했던 K회장은 고등학교 졸업식 날 “상대편 클럽에게 억울하게 당했다”는 친구의 얘기를 듣고 집단싸움에 가담했다가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이날 일로 대학입시를 예정대로 치르지 못했다.

평탄하던 그의 인생은 이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아버지와의 의견 충돌이 생기면서 가출까지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재수를 선택한 K회장은 철없던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오기 하나로 버텼다. 결국 K회장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고, 직장생활 이후 회사까지 설립할 수 있었다. K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때마다 고등학교 시절 겪었던 최악의 시기를 떠올렸죠. 아무리 힘들어도 반드시 성공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원동력이 생기더군요. ”

최근 많은 기업들이 인재를 뽑을 때 이렇게 질문한다. “살면서 겪은 고난이나 역경은 무엇이었습니까?”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합니까?”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얼마나 대처능력이 있는지를 보는 거다. 이들은 실패 경험이 없는 ‘모범생’보다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모험가’를 원한다. 기업은 잘나가는 부서, 변화 없는 회사에서 승승장구한 사람보다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 등으로 스핀오프(spin-off)를 겪으며 근무했던 사람을 선호한다.

소위 ‘역경 극복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거다. 목욕탕 때밀이로 일하며 어렵게 학업을 이어갔지만 “고생은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든다”고 말하는 S사장의 말처럼 역경과 고난은 더 이상 흠이 아니다.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되는 ‘킬러 콘텐트(Killer Content)’다. 저명한 언론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이어령 교수는 “인간의 고통 속에는 무엇인가 창조의 씨앗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지난 세월의 고통이 에너지로 변환돼 내부에 축적돼 있다가 언젠가 분출한다는 거다. “불확실한 시대에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는 당신의 킬러 콘텐트는 무엇인가.”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이사 susie@you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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