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파업 리스크

▲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12월 31일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조합원 60%가 반대해 노사합의를 이루지 못했다.[사진=뉴시스]
조선업계가 노사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ㆍ삼성중공업 조선업계 ‘빅3’는 통상임금 협상 등이 난항을 겪으면서 파업이 예고된 상태다. 여기에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조선 업황 또한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조선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내 조선 3사가 ‘파업 리스크’에 노출됐다. 임단협은 해를 넘겼고, 통상임금 협상까지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지난해 사상 초유의 누적적자와 수주급감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구조조정까지 실시되면서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용불안이 노사 갈등의 잠재적인 불씨로 드러나면서 조선 3사는 ‘첩첩산중’에 빠져들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에 따르면 협의회측은 1월 14일 오후 4시부터 4시간 동안 진행된 쟁의찬반투표 결과, 찬성률 86.6% (3848명)로 안건을 가결시켰다. 반대는 583명(13.1%)이었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매년 200%(100%씩 연 2회) 지급되는 생산성목표인센티브(TAI)를 놓고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사측은 지난해 실적 악화로 TAI를 상반기 50%, 1월 초 25% 등 75%만 지급했다. TAI의 성격이 성과급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협의회측은 TAI가 고정임금에 해당된다며 정상화를 요구, 사측과 맞서고 있다. 협의회는 지난해 5월 사측과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합의했지만 9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으며 12월 다시 교섭이 재개된 후 임단협은 해를 넘긴 상황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11월부터 진행 중인 통상임금 관련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파업 전야’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 12~13일 이틀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96.4%의 압도적인 찬성표를 받아 파업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쟁의행위 조정기간이 끝나는 오는 21일부터 실력 행사에 나설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8월 단체교섭에서 24년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냈지만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해를 넘기도록 노사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측은 상여금 800%를 모두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사측은 설ㆍ추석 상여금 200%를 제외한 600%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간극이 좁아지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해를 넘기도록 임단협이 교착 상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12월 31일 해를 넘기기 직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5월 14일 첫 상견례 이후 7개월여 만에 나온 결실이었다. 하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0% 넘는 숫자의 조합원이 반대해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첩첩산중에 빠져드는 조선 3사

하지만 사측이 경영 위기를 이유로 큰 폭의 임금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노사 양측 모두 재교섭에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잠정 합의안에 대해 반대표가 워낙 많아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다시 교섭에 나서더라도 타결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현재 상황을 판단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조선업체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혹독한 시기를 보내며 실적 부진에 빠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분기까지 3조원 넘는 영업손실이 누적됐다. 삼성중공업도 해양플랜트 공사 지연에 따른 대손충당금이 발생하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영업이익은 전년 수준이지만 당기순이익이 50% 이상 감소하며 부진했다.

올해도 한국 조선업체들은 수주량에서 한국을 추월한 중국 업체들의 기술 추격전과 엔저 현상을 앞세운 일본 업체들의 귀환으로 고난의 시기를 이어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한국 조선업계의 선박 수주량이 전년보다 약 12% 감소한 95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가 역시 조선업계의 수주부진으로 인해 조선3사의 실적 부진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측은 실적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조선 업체들은 이런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희망퇴직, 인력재배치, 계열사 매각 등 잇단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4일 과장급 이상 사무직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면담을 진행중이다. 희망퇴직을 통해 1000여명 넘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대규모 적자가 누적된 플랜트 부문의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 해양 사업본부와 플랜트 사업본부를 통합하는 등 구조개편도 함께 단행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내부에는 사무직 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구조조정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노사갈등의 골 갈수록 깊어져

삼성중공업도 판교와 경남 거제 본사간 인력 재배치를 진행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경남 거제 본사에 있는 설계 인력 400여명을 판교 R&D센터로 이동한 데 이어, 이달 들어 판교 R&D에서 근무 중인 인사ㆍ기획 등 사무 직원 20여명을 거제 본사로 내려보낼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도 비핵심자산인 에프엘씨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등 조직에 내실을 기하는 중이다. 에프엘씨는 대우조선해양이 지분 100%를 보유한 골프장ㆍ교육시설 운영 법인이다. 지난 20년 이상 잠잠했던 조선업계에 불어닥친 노사간 갈등은 업계의 경영 정상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중요한 변수로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 3사가 지난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당분간 실적개선은 요원하다”며 “조선업 특성상 수주가 실적에 반영될 때까지 일정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선박 수주량도 지난해보다 줄어들 전망인 만큼 추가 경영효율화 작업으로 인한 노사의 갈등은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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