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 육성책 ‘월드클래스 300’

▲ 규모는 작지만 강력한 기술을 갖춘 글로벌 강소기업을 꿈꾸는 중소기업은 수없이 많다. [사진=뉴시스]
‘월드클래스 300’.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육성하는 정부 정책이다. 히든챔피언을 꿈꾸는 중소기업이라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길 원한다.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기업은 성과도 좋다. 끊임없는 R&D를 통해 해외특허를 줄줄이 출원하고 있을 정도다. 수출 역시 증가했다.

정부는 다양한 강소기업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정책이 바로 ‘월드클래스(World Class) 300’이다. 이는 중소기업청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2011년부터 매년 기업을 선정해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2015년 1월 현재 156개사가 선정됐다. 월드클래스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중소기업의 기술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성과는 대개 특허로 판단한다. 해외로 진출하기 위한 연구 과제를 정하고, 끊임없는 R&D를 통해 해외특허를 내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이 해외 시장의 높은 벽을 넘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해외 경쟁업체의 특허 소송을 피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국내 중소기업 사이에서 월드클래스 300의 인기는 상당하다. 3번 도전했다 떨어지고 4년 만에 선정된 기업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R&D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다.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기업의 성과가 괜찮은 것도 유인책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기업 100개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선정 전 743개였던 해외특허 출원은 선정 후인 2013년 993개로 33.6% 증가했다. R&D 투자 규모는 같은 기간 92억원에서 108억원으로 늘었고, 평균 R&D 인력은 22.5% 증가했다. 수출도 선정 전 1132억원에서 2013년 1368억원으로 20.8% 성장했다.

 
개별 기업의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피에스케이는 월드클래스 300 선정 전 ‘제로(0)’였던 해외특허 출원이 2013년 29개로 증가했다. 피에스케이 관계자는 “우리의 경쟁사는 주로 해외 장비 메이커 1~5위에 드는 기업이기 때문에 기술 개발과 해외 특허 출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피에스케이의 수출은 2012년 443억원에서 2013년 845억원으로 90.7% 증가했다.

바이오인식 기술 전문기업 슈프리마는 2013년부터 R&D 지원을 받으며 14개의 해외 특허를 출원했다. 세계 지문인식알고리즘경연대회(FVC)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슈프리마의 기술경쟁력은 월드클래스 기업에 선정된 후 훨씬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슈프리마 관계자는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데 월드클래스 300 등 정부 지원사업도 한몫했다”며 “R&D지원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을 무대로 하는 영업활동, 시장조사, 현지마케팅 등 다양한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허 통해 해외 시장 뚫어라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에스엔유프리시젼의 성장도 돋보인다.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장비를 생산하는 에스엔유프리시젼의 비전은 기술경영이다. 기술로 세계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것이다. 에스엔유프리시젼은 2011년부터 2014년 9월 말까지 월드클래스 300을 통해 받은 29억3000만원를 포함해 총 549억원을 R&D에 투자했다. 그 결과 2011년 28건이었던 해외 지적재산권은 2014년 127건으로 증가했다. 매출도 2011년 774억에서 2013년 1014억원으로 31% 성장했다. 이 중 수출 비중은 83%에 달한다.

리튬1차전지 생산업체 비츠로셀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24억1000만원을 지원받았고, 2014년 16개의 해외특허를 출원했다. 여세를 몰아 2016년까지 15억8000만원을 더 지원받는다. 비츠로셀 관계자는 “프랑스의 샤프트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비츠로셀의 독자적인 영역 확보를 위한 해외 특허는 필수적이다”며 “최근 중국 등 후발경쟁업체가 등장하고 있는 만큼 시장 진입을 방어하기 위한 특허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월드클래스 300에 어렵게 선정되며 R&D 강화에 나선 기업도 있다. 에너지용 강관 제조업체 아주베스틸은 3년 도전 끝에 월드클래스 300에 뽑혔다. 업계 특성상 원재료를 제공하는 기업은 활발하게 R&D를 진행하지만 이를 가공하는 아주베스틸과 같은 기업은 R&D에 소홀하다. 하지만 아주베스틸은 더 큰 무대를 바라보고 R&D 강화에 나섰다. 2014년까지 8억9000만원의 R&D 비용을 지원받은 이 회사는 셰일가스 에너지 강관 연결고리를 개발할 계획이다. 2017년까지 총 26억7000만원의 추가지원이 결정돼 한결 여유가 생겼다. 아주베스틸 관계자는 “테나리스 등 다국적 기업이 특허를 내고 에너지용 강관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에서 그들과 경쟁해 승리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그 첫 번째 도전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셰일가스 관련 사업이라는 설명이다.

월드클래스 300→R&D 강화→수출 증가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쌓은 후 해외사업 확대에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섬유업체 원창머티리얼의 매출은 2011년 402억원에서 2013년 539억원으로 34% 증가했다. 그럼에도 원창머티리얼은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성장을 해외로 그대로 이어간다는 것이다. 핵심무기는 특허제품이다. 원창머티리얼 관계자는 “2015년 R&D가 끝나는데 이 시기에 맞춰 해외 특허를 준비하고 있다”며 “수출비중을 35% 수준에서 2017년까지 50%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기업은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거나,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을 지녔거나,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다. 이 기업들의 R&D를 지원해 글로벌 시장에서 진정한 강자로 성장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주는 게 월드클래스 300의 핵심 포인트다.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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