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여는 窓

국내 헌혈자 수가 연간 300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많다.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젊은층의 저출산에 따른 헌혈가능 인구가 수년이 지나면 급속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10ㆍ20대가 전체 헌혈자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헌혈인구 구조가 시급히 개선돼야만 한다.

▲ 지난해 12월 서울 성동구 성동구청 대강당에서 직원들이 이웃사랑과 생명존중 확산을 위한 ‘생명나눔 사랑의 헌혈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희망으로 가득찬 2015년 을미년 청양의 해가 밝았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자 가족을 비롯한 많은 국민이 실의와 슬픔에 빠져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나눔의 가치’를 되새겨야 한다. 대한민국 역사가 그렇듯 우리는 ‘나눔의 힘’을 통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헌혈인구는 처음으로 3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대한적십자사가 1958년 국가로부터 혈액사업을 인수받아 헌혈자를 본격적으로 모집한 지 56년 만의 쾌거이다.

대한적십자사는 1974년 국제적십자 회의에서 ‘세계헌혈의 해’를 제정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헌혈운동을 시작했다. 1989년 연간 헌혈자가 100만명을 넘어섰고, 1995년 200만명을 기록한 후 19년 만인 2014년 300만명을 달성한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으로부터 전상자 치료를 위한 수혈용 혈액을 공급받는 것을 계기로 근대 의학적 수혈이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발전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헌혈률은 인구 대비 6.1%로 대부분의 선진국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이런 성과는 무엇보다도 아무런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팔을 걷어붙여 소중한 생명을 나눠준 헌혈자의 덕분이다.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고, 대체할 물질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수혈이 필요한 환자들에겐 더 절실히 요구될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와 의료기관, 대한수혈학회 등 관계기관 종사자들이 우리나라 혈액사업의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10여년 전부터 국고 보조를 받아 헌혈의집을 지속적으로 신설ㆍ개선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헌혈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헌혈인구 증가에 크게 기여하였다.
 
 
혈액검사 시스템의 도입으로 수혈자의 안전성이 확보되고 다양한 헌혈홍보를 통해 헌혈 인식이 긍정적으로 전환된 것도큰 역할을 했다. 이밖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혈액정보관리전산시스템, 1년 365일 안전한 혈액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혈액원 직원들의 노고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헌혈자 300만 시대가 도래하면서 동하절기 혈액부족 현상의 해소는 물론 의약품용으로 쓰이는 분획용 혈장도 조만간 100% 자급자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급자족이 가능하게 되면 매년 국내에서 사용되는 의약품용 혈장을 수입하는 데 들어가는 수백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젊은층의 저출산에 따른 헌혈가능 인구가 수년이 지나면 급속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10ㆍ20대가 전체 헌혈자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헌혈인구 구조가 시급히 개선돼야만 한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ㆍ고령화를 겪고 있는 유럽과 일본에서도 중장년층과 여성 헌혈자가 헌혈에 다수 참여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중장년층과 여성의 헌혈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헌혈약정단체 및 등록헌혈자의 확대 등 증진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또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참여형 이벤트를 통해 헌혈자 계층이 보다 다양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국내 헌혈자 연간 300만명 시대. 기쁜 소식이지만 축배를 들 땐 아직 아니다. 
조남선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장 bs510@redcro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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