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한 ‘KB사태’의 결말

▲ 검찰이 임영록 전 KB금융그룹 회장이 받았던 각종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사진=뉴시스]

지난해 9월 KB금융그룹의 ‘주전산기교체 파문’으로 검찰에 고발을 당한 임영록 전 KB금융그룹회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따라 검찰고발을 단행한 금융당국을 둘러싸고 책임론과 정당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관치금융’이 부른 무리한 검찰고발의 결과라는 의견과 적당한 처분이라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KB금융그룹 전체를 흔들었던 ‘KB금융 주전산기 파문’이 임영록 전 KB금융그룹회장의 무혐의 처분으로 끝났다. KB금융그룹과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수장이 사퇴ㆍ해임 되고 금융감독원장이 물러난 사건치고는 허무한 결과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3일 금감원이 고발한 임 전 회장의 주전산기 교체 파문과 전산ㆍ통신 납품비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대체 누가 숲(임영록)을 흔든 걸까. 시계추를 지난해 9월로 돌려보자.

금융위원회는 당시 KB금융그룹의 주전산기 교체를 문제로 논란이 된 임영록 전 KB금융그룹회장에게 직무집행정지 3개월의 제재를 내렸다. 직무상 감독업무 태만 등 임 전 회장의 중과실이 KB금융그룹의 경영건전성을 심하게 훼손했다는 이유였다. 금융감독원은 한발 더 나아가 임 전 회장을 포함한 전산교체 관련자 4명을 서류를 조작하고 국민은행에 부당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KB금융지주를 압수수색하고 임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이 임 전 회장의 전산ㆍ통신 납품비리를 수사한 건 통신인프라고도화사업(IPT)과 관련된 비리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임 전 회장이 발탁한 인사인 김재열 전 KB금융최고정보책임자(CIO)가 납품업체의 편의를 봐준 대가로 IT업체 대표로부터 6000여만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자 수사의 칼날을 임 전 회장에게 돌린 거였다. 최근 임 전 회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게 바로 이 사건이다. 임 전 회장에게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반하는 중징계 처분을 내리고, 검찰고발까지 단행한 금융당국이 비판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감독당국의 검찰고발 카드가 임 전 회장의 사퇴를 종용하기 위한 압박용이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이는 이유다.

권력투쟁에 흔들린 KB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의 각종 부정ㆍ비리 사건으로 내부규제가 허술하다는 문제가 계속 지적됐다”며 “결정적으로 회장과 은행장의 갈등이 발생하자 임 전 회장을 자진 사퇴시키기 위해 꺼내든 카드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의 갈등이 외부에 드러낸 것이 잘못이었다”며 “하지만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사업을 이유로 중징계를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임 전 회장의 경우 취임 직후부터 여러 이슈가 계속해서 터졌다”며 “내부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돈 건 사실이지만 연이어 터진 사건ㆍ사고를 수습하느라 현실적으로 그럴 겨를이 있었겠냐”고 반문했다.

물론 금융당국의 결정이 적절했다는 의견도 있다. 김 전 전무의 비리 행위가 밝혀졌기 때문이다. 또한 임 전 회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충분히 의심을 받을 만한 상황이었다. 임 전 회장이 2008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퇴직한 뒤 로비 업체의 계열사에서 2년간 고액의 고문료를 받아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주전산기 교체의 직접적인 문제점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사업자 선정 등에 문제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결국 임 전 회장과 이건호 전 은행 장의 권력투쟁이 KB를 흔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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