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외주업체 해고노동자의 눈물

▲ 포스코는 상생과 동반성장 모범기업으로 통하지만 실상은 다르다.[사진=뉴시스]
포스코는 늘 상생과 동반성장의 모범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포스코가 진행하고 있는 성과공유제는 동반성장 모범사례 1순위로 언론에 소개돼 왔다. 그럼 포스코는 정말 외주 협력사와 상생을 꿈꾸는 모범적인 기업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포스코의 외주 협력사 포센을 통해 들여다본 포스코의 상생은 포스코의 부당한 횡포들을 가리는 가면에 불과했다.

2005년 포스코에서 분사한 경비ㆍ방호전문업체 ‘포센’. 연매출이 약 80억원에 불과한 이 작은 회사에서 ‘묘한 일’이 터졌다. 2013년 8월 직원 7명이 이상한 이유로 해고(권고사직 1명 포함)된 것이었다. 사유는 근무태만과 범죄공모. 포스코의 시설 방호, 경비, 출입관리를 도맡고 있는 포센 직원 일부가 태만하게 근무를 선 탓에 고철이 무단반출됐다는 거였다. 직원들에겐 범죄를 공모한 게 아니냐는 죄까지 덧씌워졌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해고노동자들은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부당해고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포센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행정소송까지 벌였다. 그 과정에서 포스코가 ‘입김’을 행사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대체 이 회사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발단은 2013년 6월께 포스코가 경찰(포항북부경찰서)에 고철 밀반출에 관한 사건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포스코는 당시 포항지방해양항만청로부터 부두(포스코 전용 원료 반입 부두)를 재단장하는 공사를 수주했다. 시행사는 포스코, 시공사는 대림산업이 선정됐다[※ 참고: 대림산업은 이 사업을 하청업체 우원개발에 맡겼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와 대림산업은 비즈니스 계약을 체결했는데, 공사대금의 일부를 ‘고철’로 대신하자는 거였다. 공사현장에 있던 803t의 고철을 공사대금 명목으로 대림산업에 주기로 한 것이다. 포스코에 고철은 곧 ‘돈’이었고, 그 양을 꼼꼼하게 체크해야 했다. 공사장 출입문 경비를 맡은 포센의 역할이 중요했던 이유다.

우려하던 사태는 터졌다. 포스코가 ‘우원개발 측 직원들이 고철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앞서 언급했듯 2013년 6월께다. 그러면서 포스코는 경비를 맡은 포센까지 묶어버렸다. 우원개발의 고철 트럭을 제대로 검문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이유였다. 우원개발 측 직원과 포센 직원이 공모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무혐의 종결처리됐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임모 경정은 “고철이 빠져나가 판매된 것을 확인했지만 그 판매대금이 담당업체인 우원개발로 들어갔다”며 “우원개발과 포센 직원과의 공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ㆍSNSㆍ통화기록 등을 살펴봤지만 어떤 흔적도 없었고, 돈이 오간 증거도 없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당연히 우원개발과 그 원청업체인 대림산업에 별도의 손해배상청구나 책임 추궁을 하지도 않았다. 포스코가 제기한 ‘고철 밀반출 의혹’이 의혹으로 끝난 셈이다.

포센, 수사결과 나오기 전 ‘해고’

문제는 의혹뿐인 이 사건 때문에 포센 직원 7명만 일자리를 잃었다는 거다. 포센 해고노동자들이 2013년 9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라며 구제신청을 제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연히 경북지방노동위는 그해 10월 ‘부당해고’라며 해고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포센이 이에 불복,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요청했지만 같은 판결을 내렸다.

 
판결 취지는 이랬다. “포스코가 주장한 고철 밀반출이 있었다는 걸 전제로 하더라도 노동자들을 해고할 만큼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 포스코가 주장한 고철 밀반출 사건 횟수는 11회다. 그러면 1인당 겨우 1~2번 차를 놓친 것인데, 이것으로는 해고 사유가 안 된다는 거였다. 하지만 포센은 중앙노동위의 판결에 또 불복, 지난해 3월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중앙노동위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게 취지였다. 결과는 또다시 기각. 대전지방법원은 올해 1월 21일 “원고(포센)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포센의 태도다. 포센은 수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직원 7명을 해고했다. 부당해고라는 노동위의 판결이 나왔음에도 계속해서 불복했다. 자신들의 노동자를 스스로 죽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 이러는 걸까. 미스터리한 행동의 정점엔 ‘포스코’가 있다.

포센은 2005년 포스코에서 분사했다. 당시 포센 외 10여개 회사가 더 분사했다. 포스코의 ‘경영효율화’를 위한 분사였지만 당연히 분사를 반기는 직원은 없었다. 신분이 협력업체 직원으로 전락하는 거였기 때문이다. 분사작업이 쉬울 리도 없었다. 이 때문인지 포스코는 ‘당근’을 수없이 주려 했다. “정년까지 받을 급여의 30%를 일시불로 지급하고, 급여는 포스코 직원의 70% 수준으로 맞춰 주겠다”고 약속한 거였다. 내키진 않았지만 포센 직원들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포스코의 약속인데, 어길 리가 있겠는가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 물론 그 과정에서 전직을 한 직원들이 더 많았다.] 

불안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포스코가 약속했던 ‘포스코 직원 임금의 70% 보장’은 지켜지지 않았다. 2011년 3월 90여명의 직원들이 포스코와 포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때 포스코가 ‘상생가면’을 벗어던졌다. 당시 포스코 측은 “70% 보장이라는 건 단순한 정책적인 제시에 불과했다”며 “게다가 외주 협력사는 별도 법인이기에 포스코는 임금을 결정할 권한도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구지방법원포항지원은 2013년 1월 “포스코의 약속이 전직을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한 점이 인정된다”며 포센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포스코와 포센은 즉각 항소했다. 이유가 있었다. 분사 당시 전직한 이들이 2000여명에 달했고, 그들의 임금 대부분이 ‘포스코 직원의 70% 수준’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모두 소송에 나설 경우 포스코는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실제로도 판결 이후 같은 소송이 이어졌다. 그러자 소송을 진행했던 포센 직원 90여명은 포스코와 포센으로부터 정직ㆍ징계ㆍ회유 등 각종 압박을 받았다. 그 결과, 25명만이 남아 소송을 이어갔다. 포스코가 고철 밀반출 의혹을 제기한 시기가 바로 이때다. 고철 밀반출 의혹으로 해고된 포센 노동자 7명 중 4명은 ‘남아 있는 25명’ 중 일부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센은 외주 협력사로 포스코가 경영에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정직ㆍ징계 등 압박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또 고철 밀반출 의혹도 해고노동자를 겨냥한 게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외주업체까지 관리하는 포스코

하지만 이 주장은 설득력이 거의 없다. 포스코는 여전히 포센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포스코에서 분사한 기업의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포스코는 애초부터 분사기업들의 CEO 선임권을 갖고 있었다. “포스코에서 상무나 전무를 거친 임원이 낙하산으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포스코가 분사기업의 CEO를 선임하지 못하더라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건 아니다. 포스코 분사기업의 매출은 대부분 포스코에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의 입김을 외면하기란 불가능하다.

 
김광현 포센 소송자모임 대표는 “노동위원회에 이어 이번 행정소송에서도 부당해고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포센 측은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포스코와의 임금소송도 지난해 11월 대법원으로 올라간 상태”라며 “포스코의 임금 약속이 문서상으로 존재했고, 해고의 계기가 된 사건이 사라진 마당에 더 다투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김광현 대표는 “포센 노동자들을 지치게 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면서 “포스코와 포센의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 만큼 끝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부당해고 관련 소송은 1월 21일 판결 이후 잠시 소강상태다. 포센 관계자는 추후 법적인 대응을 계속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포스코를 상대로 대법원까지 간 임금소송은 이르면 올해 봄에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상생과 동반성장을 내세우며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의 실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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