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오페라는 하나의 의미를 갖는 모노(Mono)와 멜로디가 합쳐진 모노디(Monodyㆍ단성음악), 이를테면 독창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16세기 이전까지는 그 누구도 독창으로 노래하는 법을 몰랐다. 여자는 성차별 탓에 노래조차할 수 없었다. 남성 고음가수에 속하는 테너나 저음가수인 바리톤의 창법도 없었다. 성당에서 부르는 합창이 유일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람들은 합창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 소프라노와 테너가 없던 시절에는 거세 가수만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당시 사람들은 더 많은 솔로가수의 노래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들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바르디 가문 원탁회에서 이 문제를 의논할 정도로 중요한 의제였다. 메세나(예술인을 후원하던 귀족)들은 고대 그리스 시절 유행한 ‘비극’이라는 연극이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공연된 사실을 알아채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연극에 노래를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오페라의 시초다.

공연에서 더 많은 솔로 가수들이 차례대로 무대에 나와 연기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청중들은 가사의 내용을 이해하면서 이들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열광했다. 이때부터 수많은 성악가들이 앞다퉈 나오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무대는 성당에서 극장으로 옮겨갔다. 초기 오페라에는 등장인물이 많지 않았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합창도 없었다. 반주를 담당하는 오케스트라 규모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았다. 내용도 부실했다. 지루한 내용의 신화를 다루는 바로크오페라뿐이었다.

소프라노와 테너가 없던 시절이라 어린 시절 생식기를 절단시킨 거세 가수(일 카스트라토ㆍIL Castrato)만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많은 작곡가들이 탄생했고 여성들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중저음 가수인 메조 소프라노가 탄생했다. 뒤이어 고음가수인 소프라노가 등장했다. 이후 프랑스의 역사적인 첫번째 남자 테너(거세를 당하지 않은 성인 가수) 듀 프레(Du Prez)가 혜성같이 등장해 수세기에 걸친 거세가수의 시대가 종막을 고했다.

남성 저음가수인 바리톤과 여성 저음가수인 메조소프라노는 남녀 가수가 사랑의 이중창을 부르는 동안 이들의 사랑에 괴로워하거나 방해꾼으로 등장했다. 이렇게 4명의 단골 주역 가수들이 오페라를 구성하는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이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오페라는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거다. 반면 뮤지컬은 마이크를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페라 가수에게 청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는 필수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노래를 불러야 해서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를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대학 졸업 후에도 수년에 걸친 수련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운 좋게 아름다운 소리를 얻더라도 극히 소수의 가수들만 오페라 무대 위에 설 수 있다. 오페라 가수 탄생에 감춰진 비밀이라고 할 수 있다. 
김현정 체칠리아 sny4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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