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공기업 기관장 출신성분 분석

▲ 아무리 리더십이 뛰어난 관료라고 해도 전문성이 떨어지면 반쪽짜리 수장이 될 수밖에 없다. [사진=뉴시스]
국내 30대 공기업 기관장의 출신성분은 어떨까. 더스쿠프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내부승진자는 8명(26.6%)에 불과했다. 전직 관료가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중엔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인물도 있었다. 해당 공기업 내부 인사(8명)와 2명의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CEO)도 눈에 띄었다. 공기업, 여전히 ‘관피아 세상’일지 모르겠다.

2014년 4월 15일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했다. 2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관피아(관료+마피아)’가 문제였다. 정부 역시 관피아를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관피아나 공직 철밥통이라는 부끄러운 용어를 우리 사회에서 완전히 추방하겠다”며 “관료사회의 적폐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들어내고 해결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피아는 여전히 존재한다. 모든 관료 출신 기관장이 관피아라고 얘기할 순 없지만 ‘관피아 논란’에서 마냥 자유롭진 못하다. 관피아는 공직생활을 마친 후 영향력을 행사했던 산하 공기업에 취직하는 전직 고위 관료를 뜻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2015년 1월 현재 30대 공기업 기관장 중 관료 출신이 12명(40%)으로 가장 많았다. 해당 공기업 내부 인사는 8명(27%)이었다. 정치인은 4명(13%), 대학교 교수는 3명(10%),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은 2명(7%), 관련 분야 민간 전문가는 1명(3%)으로 나타났다. 관료 출신 기관장을 보면, 조석 한국수력원자력공사 사장,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 선원표 여수광양항만공사 사장, 김한욱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서종대 한국감정원 원장,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고정식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 최평락 한국중부발전 사장, 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 이재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곽인섭 해양환경관리공단 이사장 등이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 산하 공기업이니 관료가 맡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료 출신 기관장은 전문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이 몸담았던 부처 산하 공기업으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처 고위직까지 올라간 만큼 리더십도 지녔다. 조직을 이끌 리더로서 가장 기본적인 자격을 갖춘 것이다. 실제로 2013년 9월 취임한 조석 한국수력원자력공사 사장은 산업자원부 총무과장ㆍ원전사업기획단장, 지식경제부 에너지정책기획관ㆍ성장동력실장 등을 역임하며 정부 에너지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재영 한국LH공사 사장 역시 약 30년 동안 건설ㆍ부동산 분야에서 공직생활을 했다. 건설교통부 토지국장ㆍ국토균형발전본부장과 국토해양부 주택토지실장을 지냈고, 이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원장, 경기도시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리더십이 뛰어난 인물로 통한다. 그는 통상산업부 산업정책국장,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과 차관보 등 33년간 공직생활을 마친 뒤 무역보험공사 사장, 코트라 사장을 지냈다.

그러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전직 관료가 기관장이 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리더십이 뛰어나다고 해도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다면 반쪽짜리 수장이 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 인물이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이다. 그는 경찰종합학교 교장, 대구지방경찰청장,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지낸 항공 분야와는 전혀 무관한 인물이다. 김 사장 임명 당시 야당에서 제기한 내용이다. “낙하산 인사라는 것을 빼고는 김석기 사장과 항공 분야와 관련성을 찾기 힘들다.” “공항공사 사장을 뽑기 위한 1차 평가에서 6명 중 4등을 했고, 2차 평가에선 3명 중 꼴찌를 했다.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다.”

전문성 떨어지는 관료 “No”

최평락 한국중부발전 사장 역시 관련 전문성이 결여된 인물로 평가된다. 행시 제23회로 공직에 입문한 최 사장은 통상산업부 공보담당관, 대통령비서실 경제팀장, 코트라 종합행정지원실장, 산업자원부 국제협력투자심의관, 특허청 차장 등을 지냈다. 전력을 생산하는 에너지공기업인 한국중부발전과는 무관한 경력이다. 일명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정치인은 더 큰 문제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경남 김해에서 3선을 지낸 대표적인 친박계(친박근혜)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유세지원단장을 맡았다. 이후 2013년 12월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올랐다. 당시 사장 선임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후보 재공모까지 거치면서 ‘대놓고 밀어줬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3년 12월 취임한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역시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그는 조직총괄본부 지역소통특별본부장을 맡았다. 김 사장은 육군사관학교(36기)를 나와 육군 대령 예편 후 제18대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지냈다. MBC 기자 출신으로 편집부장ㆍ편집부국장 등을 거친 후 MBC플러스 사장을 지낸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도 친박계 인사로 꼽힌다.

이들에게 전문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상당하다. 공기업은 태생적으로 국가정책 목적에 따라 사업 방향이 정해진다. 물론 주무부처에서 명령이 떨어진다. 그런데 산하 공기업이 여건상 그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어떨까. 전문성과 그 능력을 인정받은 기관장이라면 부처와 함께 의논하며 여건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는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흔들리다 보니 무조건 따라갈 수밖에 없다. “낙하산 인사라면 차라리 파워가 있는 인물이 와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야 정부에 상황을 설명하고, 사업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낙하산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의 차이다.

▲ 조인국 한국서부발전 사장(맨 왼쪽), 김태우 한국남부발전 사장(가운데) 등 내부 인사 출신 공기업 기관장이 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당 공기업 내부 출신 기관장은 어떨까. 2013년 들어 내부 승진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2012년 8월 취임), 장주옥 한국동서발전 사장(2012년 11월)을 제외한 장석효 한국가스공사 사장, 권혁수 대한석탄공사 사장,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 허엽 한국남동발전 사장, 조인국 한국서부발전 사장, 김태우 한국남부발전 사장(2014년 10월)이 모두 2013년 중순 이후 취임했다. 8명 모두 현재 사장직에 오른 공기업에 입사해 단계를 밟으며 승진했다. 관련 전문성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최근 장석효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비리 문제로 해임되면서 ‘공기업 내부 출신 기관장에게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장수옥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금품 수수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사례 또는 부분을 보고 전체를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공기업 내부 출신 기관장 한명이 비리를 저질렀다고 내부 승진자 모두가 그렇다고 보긴 어렵다.

관피아라는 부담을 안고 전직 관료 출신만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해당 공기업 내부 인사를 포함해 다양한 ‘인재 풀’을 만들어야 한다. 간간이 민간 기업 CEO 출신 기관장이 눈에 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현대상선 사장을 지낸 유창근 인천항만공사 사장, 삼성물산 회장 출신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 2명에 불과하지만 추후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전문성이 떨어지는 관피아와 낙하산 인사가 줄어야 가능하다. 김태윤 한양대(행정학) 교수는 “관료 출신, 공기업내 인사를 구분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라며 “공기업을 시장형, 준시장형으로 구분하고 그에 따른 인재 풀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용선ㆍ최범규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
▲ [자료|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남동·남부·서부·중부발전은 한국전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장석효 사장 비리 혐의로 해임 **장주옥 사장 금품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 중 ***한국무역보험공사(준정부기관) 조계륭 전 사장 금품 수수 혐의로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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