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양적완화 효과 전망

▲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유로존 경기탈출을 위해 통 큰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했다.[사진=모그파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강력한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오는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매월 600억 유로의 자산을 매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일단 유럽과 뉴욕 증시는 동시에 상승하는 등 세계 경제는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아직은 장기적 부양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총 1조1400억 유로의 양적완화(QE)를 발표했다. 3월부터 매월 600억 유로(약 680억 달러)의 자산을 내년 9월까지 매입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GDP 대비 자산매입 비중은 낮다. 하지만 이번 ECB의 자산매입 규모는 시장의 예상치(5000~6000억 유로)를 대폭 상회했다. 유로존 경기개선에 충분한 경기부양 정책이 필요하다는 ECB의 고심이 반영된 결과다.

매입대상은 투자 등급의 유로존 정부 및 기관이 발행한 부채(그리스 국채 제외)로 한정한다. 또 유로존 각 중앙은행들의 ECB 지분 비율에 따라 매입한다. 전체 자산의 12%는 유로존 기관이 발행한 채권을 매입하고 8%는 ECB가 직접 자산을 매입한다. 아울러 전체 자산매입의 20%는 회원국이 공동으로 위험을 공유한다. 나머지 80%는 각국 중앙은행이 ECB의 지분율에 따라 손실을 부담한다.  드라기 총재는 만성화된 유로존의 경기부진과 금융시장 불안을 지속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물가도 2% 수준까지 상승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ECB 양적완화가 경기부양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과다부채로 부채를 정리하고 있는 유로존엔 통화정책 효과가 미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번 통화정책이 재정정책과 결합되기 힘들다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통화정책이 재정정책과 결합하면 거시경제지표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돼 주가와 함께 금리도 반등할 수 있다. 하지만 통화정책만 강화될 때는 주식과 채권가격이 모두 상승하며 거시경제지표와 자산가격 간의 괴리가 확대된다. 이에 따라 ECB의 이번 양적완화는 경기개선 효과가 작을지 몰라도 자산가격만은 상승시킬 것으로 보인다.

일단 ECB의 양적완화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과 뉴욕 증시가 동시에 상승하는 등 세계경제는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유로존 회원국의 국채 수익률도 일제히 하락했다. 스페인 국채 10년물은 1월 22일 최저 수준인 1.41%까지 내려갔으며 이탈리아ㆍ포르투갈 국채 수익률 역시 동반 하락했다. 문제는 ECB의 양적완화 조치가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점과 스페인ㆍ이탈리아와 같은 국가들의 10년 국채 수익률이 1%대 중반까지 하락한 상태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채권을 매입하더라도 금리 하락 효과는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경기가 침제된 상황에서 시중에 공급된 유동성이 민간소비나 실물경제로 흘러간다는 보장이 없어 향후 ECB의 2차 조치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또한 ECB가 아닌 각 회원국 중앙은행이 채권 매입을 실시하고 이에 따른 손실을 전체 회원국이 20% 정도만 부담한다는 점에서 실제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자산매입에 따른 ECB의 책임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점, 경기취약국의 자산 매입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이 미비하다는 점 등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수의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의 단기적 강세는 가능하지만 넘어야 할 대외환경은 여전히 첩첩산중으로 보고 있다. ECB의 양적완화로 인한 경기부양.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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