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에 웃는 편의점

“담뱃값이 인상되면 매출이 크게 떨어질 것이다.” 담배 소매업주들은 담뱃값 인상안이 발표됐을 때 우는소리부터 했다. 금연열풍이 담배매출 감소로 이어질 거라는 단순한 전망에서였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담배판매량은 떨어졌지만 판매이익은 줄지 않았다. 담뱃값 인상으로 손해를 보는 건 소비자밖에 없는 것 같다.

▲ 담뱃값 인상으로 편의점 업계가 남몰래 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담뱃값 인상으로 소매점의 실적이 급락할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특히 편의점은 담뱃값 인상 폭탄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량 감소보다 가격인상 효과가 더 강했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A업체의 담배판매량은 올해 들어 1월 25일까지 전년 대비 35% 줄었다. 하지만 매출은 0.1% 감소하는 데 그쳤다. B업체 역시 담배판매량은 38.6% 떨어졌지만 판매이익은 4.7%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런 결과는 담배 판매의 마진이 거의 감소하지 않은 데서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월 1일 담뱃값 인상 전 소매점의 담배 마진은 종류를 불문하고 10%였다. 이 마진율은 담뱃값이 인상되면 7.5% 수준으로 떨어질 거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었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KT&G의 5000원 이상 고가 담배(인상 전 가격 3000원 이상) 판매마진율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10%를 유지했다. 또 마진율이 줄더라도 가격인상 덕분에 실제 이익은 감소하지 않았다. 일례로 4500원 이상~5000원 미만의 마진율은 9.5%, 4500원 미만 저가 담배 판매마진율이 7.5%로 감소했다.

하지만 담배 한갑(4500원짜리 기준) 당 남길 수 있는 돈은 기존 250원(2500원×10%)에서 430원(4500×7.5%)으로 커졌다. 이 때문인지 편의점 CU의 운영업체 BGF리테일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1월 2일 7만4400원이었던 BGF리테일 주가는 1월 12일 7만1400원까지 떨어졌다가 1월 30일 8만700원으로 다시 올랐다. 담뱃값 인상 폭탄을 맞지 않은데다 담배수요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게 주가상승을 이끌었다.

 
실제로 편의점 C업체의 담배 매출감소율은 1월 첫째주 40%에서 넷째주 35%로 5%포인트 떨어졌다. 전체 매출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0%에서 34%로 늘어났다. 편의점 업계는 담뱃값 인상 직전에도 ‘담배 사재기’로 인한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린 바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2014년 12월 편의점 업계의 매출증가율은 전년 대비 22.3% 상승했다. 담배 매출이 45% 증가한 게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 중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38%에서 46%로 올랐다.

이번 담뱃값 인상으로 정부는 2조4000억원의 세수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담배소매점 역시 판매이익이 늘어나고 있다. 담배제조업체의 예상피해액이 9000억~1조원이라지만 이 역시 따져봐야 안다.  최비오 한국담배소비자보호협회 정책부장은 “지금 당장은 소매점 담배 매출이 줄었을지 몰라도 금세 회복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담배가격 인상분(2000원) 중에는 세금 이외에 담배제조, 판매사의 매출감소에 따른 손실 보전 비용이 포함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담배인상으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제조사, 판매사도 아닌 소비자”라고 말했다. 확실한 건 담뱃값 인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라는 얘기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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