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톨로지」

▲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가장 창조적인 인물의 ‘편집 능력’

잡스는 21세기 가장 창조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1970년대 말 ‘애플II’를 통해 개인용 컴퓨터를 대중화했다. 2001년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음악 산업의 판도를 뒤바꿨고 2007년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저자는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이 ‘편집 능력’에 있다고 말한다.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냈는데 저자는 왜 이를 두고 ‘편집’이라고 하는 걸까.

흔히 ‘유’에서 ‘무’를 만들어 내는 것을 창조라고 한다. 새로운 것,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것,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과연 창조일까. 저자는 이것이 틀렸다고 말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은 말 그대로 절대 상상해 낼 수가 없다. 우리 머릿속에는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 들은 적 있는 것들만 떠오르기 때문이다.

창조란 사실 특별한 것이 아니다. 기존에 있던 것을 구성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의 결과물이다.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다른 형태로 나타낸 ‘편집’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이런 편집의 과정에 주목했다. 우리는 세상의 모든 사건과 의미를 각자의 방식으로 편집한다. 이 같은 편집의 방법론을 저자는 ‘에디톨로지(Editology)’라고 부른다.

불과 20여년 만에 세상은 엄청나게 바뀌었다. 정보가 부족한 세상이 아니다. 오히려 넘쳐난다. 예전에는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 겨우 얻을 수 있던 정보도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어떻게 정보를 구하느냐가 아니다. 정보와 정보를 엮어 어떤 지식을 편집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인 세상이다. ‘편집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예전에는 많이 아는 사람이 지식인이었다. 남들이 상상할 수 없는 양의 정보를 외우고 있으면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이제 지식인은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 다 나오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지식인은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잘 엮어내는 사람이다. 오늘날의 천재는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남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엮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것보다 현존하는 정보를 편집하는 능력이 더욱 각광받는 시대다. 기존의 정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결국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편집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얘기다.
최범규 더스쿠프 인턴기자 cb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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